더 달라는 젤렌스키, 주저하는 바이든…공격 무기 놓고 '온도 차'
확전 우려에… 미, 장거리 미사일 등 지원 거부
피해는 우크라이나 국민만...러시아 눈치 너무 살펴 비판도
"(무기 지원이) 충분한가? 솔직히, 그렇지 않다."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한 22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챙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솔직한 속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의원들을 앞에 두고 연설한 그는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장고 끝에 최첨단 방어용 미사일 패트리엇을 내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여전히 공격용 무기 지원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 보따리 풀었지만 "가장 원했던 건 없었다"
22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는 성공적이었지만 정작 그가 가장 원했던 장거리 미사일과 탱크, 전투기는 얻지 못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공격용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을 계속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회담을 통해 두 정상은 대(對)러시아 단일대오와 굳건한 동맹을 재확인했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략에서 결정적 온도 차를 보였다.
소강상태를 보이는 겨울의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인 상황. 특히 지난달 남부 헤르손 수복 이후 얻은 동력을 발판 삼아 동부 지역에서의 전진을 노리고 있다. "약속된 무기로는 충분치 않다"며 미국에 더 많은 무기, 특히 공격용 무기를 달라는 이유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달 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크리스마스 위시리스트'로 △레오파르트 탱크 △마르데르 탱크 △에이브럼스 탱크 △패트리엇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을 나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중 딱 하나만 선물했다. 패트리엇도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가 거듭 지원을 요청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개전 약 300일간 장고 끝에 내줬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면서도 러시아 본토까지 확전하거나 미러 간 직접 충돌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을 확대할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패트리엇 내준 바이든 "에이태큼스는 안 돼"
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크게 세 범주의 무기류를 우크라이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는 ①에이태큼스 등 장거리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앞서 미국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활용할 수 없게 비밀리에 개조해서 우크라이나에 보낸 바 있다. ②MQ-1C 그레이 이글·MQ-9 리퍼 등 공격용 드론도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자칫 격추된 잔해가 러시아 손에 들어가 최첨단 기술이 유출될 수 있어서다. ③에이브럼스 전차, F16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도 지원 금지 대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 등 모든 지원을 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모든 것을 주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결속을 해칠 수 있다. 그들은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나토를 주어로 삼았지만 결국 미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는 미국의 방침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개전 초기부터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격을 해왔다. 수도 키이우로 향하면서 부차 등에서는 다수의 민간인을 살해했고, 지금은 전력 시설 등을 파괴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추위와 어둠에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는 다시 민간인을 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NYT는 "푸틴에게 확전의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한 미국 관리의 말을 전하며, 미국이 러시아 눈치를 지나치게 살핀다고 지적했다. 프레데릭 호지스 전 유럽 최고사령관은 "바이든 행정부는 확전의 위험을 과대평가하고, 우크라이나의 영리함과 혁신적인 전투방식은 과소평가하고 있다"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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