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3권역, 지하 2m까지 확인 뒤 정밀 발굴조사 유예키로

김예나 2022. 12. 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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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향후 5년간 보존·관리 방향 제시…세부 시행계획은 내년에
풍납동 주민들, 규제 철폐 촉구…서울시 "특별건축구역 등 계획 반영 검토"
풍납토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백제 한성도읍기(기원전 18년∼475년) 왕성으로 확실시되는 서울 풍납토성 관리구역 중 3권역은 지하 2m 내외까지만 확인하고서 정밀 발굴조사를 유예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23일 서울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에서 열린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향후 5개년(2023∼2027년) 종합계획의 방향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한 종합계획안은 2002년, 2009년, 2015년에 이어 네 번째로 내놓는 계획이다.

이번 계획안은 토성 내외를 보존·관리구역으로 나눠 지정한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2000년 역사 도시 속 삶이 지속되는 풍납토성'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문화재청은 이번 계획을 준비하면서 주민이 만족하는 토지 보상과 재산권 확보를 첫 번째 목표로 꼽았다.

토성과 왕궁터 등 핵심 유존 지역인 2권역에서는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주해야 하는 주민을 위해 보상가를 현실화하고 세제 혜택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풍납토성 보존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도 준비 중이다.

최근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김웅(서울 송파구갑)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 앞서 주민들과 만나 "서울시에 특별회계를 편성하도록 해 (사업이나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사적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땅을 소유했던 분들은 문화재청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 (풍납동에서는) 발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라는 조항 등도 넣었다"며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향후 5년간 풍납토성 보존·관리 기본 방향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3일 서울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에서 열린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2022.12.23 yes@yna.co.kr

관리구역에 해당하는 3권역에서는 백제시대 유물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층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 2m 내외까지만 시굴 조사하고, 추가 정밀 발굴조사는 하지 않아도 되도록 유예 조치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문화재위원회에 보고가 끝난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정주(定住·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산다는 의미)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계획안에는 발굴조사 확대, 디지털 복원을 위한 연구 계획 등이 담겼다.

이날 공청회에는 서울시와 송파구 관계자를 비롯해 풍납동 주민들도 참석했다.

공청회장을 가득 메운 주민 100여 명은 '재산권 보장하라', '이주 대책 마련하라', '보상가 현실화하라' 등 미리 준비한 손팻말을 들며 풍납토성과 관련한 문화재 규제를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김홍제 풍납토성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특별법은 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민을 위한 내용은 찾을 수 없다"며 2권역 보상가 상향 및 이주대책 마련, 건축 규제 철폐 등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특히 3권역에서 건축 높이를 21m 이내, 7층 높이로 제한한 규제가 이어지는데 반발했다.

김영웅 주민협의체 위원은 "3권역에서는 건축 규제로 주택이 노후화됐지만 재개발을 하지 못해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했고, 3권역에 거주하는 한 중년 여성은 "각종 유물이 우리 후손에게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존재일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한성백제의 유적 풍납토성 한성백제의 유적 풍납토성 (서울=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풍납토성은 백제의 첫 왕성으로 한성으로 불린다. 평지에 흙으로 쌓은 토성이다. 2022.5.24

이날 토론자로 나선 성정용 충북대 교수는 "백제가 남긴 유산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국민들이 문화재 때문에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성 교수는 고구려, 신라, 백제의 주요 왕성을 비교하면서 "풍납토성은 고구려 국내성, 신라 월성보다도 오래된 유적"이라며 "풍납토성이 가진 (문화재적, 역사적) 가치는 증명돼 왔다"고 문화재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김종범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원은 서울시 등 관할 행정당국을 향해 "서울시가 최근 낸 보고서에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대한 검토가 있었는데 의지가 있다면 시뮬레이션을 해서 (관련 영향 등을) 주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건축구역 등은 협의해서 시행계획에 반영하는 쪽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의 질문과 의견이 잇따르면서 공청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마무리됐다.

문화재청은 내년 1월께 종합계획을 최종 수립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서울시와 송파구가 논의를 거쳐 상반기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대책 마련하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3일 서울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에서 열린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풍납동 주민들이 '이주대책 마련하라', '보상가 현실화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12.23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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