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무기 지원설 '와그너 그룹'은 어떤 조직인가?

구동완 기자 2022. 12. 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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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푸틴의 셰프' 프리고진이 창설한 민간군사기업(PMC)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처음 모습 드러내
우크라 전쟁 초기 거짓 깃발 공격 및 부차 민간인 학살 주도
러 군사정보기관 GRU가 감독, 자금 지원한다는 의혹도

[살티우카=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살티우카의 아파트 건물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2022.12.23.


[서울=뉴시스]구동완 기자 = 북한이 러시아 비밀 용병조직인 와그너그룹에 로켓과 미사일 등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한 행위로 판단하고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와그너그룹에 무기를 판매한 북한을 비난하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외교부도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여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하는 북한과 와그너 그룹의 무기 거래 행위를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와그너그룹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비밀 용병 조직 '와그너그룹'의 정체에 이목이 쏠리는 형국이다.
[바흐무트=AP/뉴시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 진영으로 포격하고 있다. 2022.11.21.

우크라이나와 세계 각국에서 범죄 저지르는 와그너그룹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와그너그룹의 용병들은 러시아에 침공의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소위 '거짓 깃발' 공격을 감행했다. 거짓 기발 전술은 책임 소지를 위장하고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려는 목적으로 행하는 일종의 속임수를 뜻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와그너그룹 용병 3명이 지난 4월 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키이우 인근 모티진 마을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와그너 용병들이 살인과 고문 등을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이 밝혀진 이들 3명 중 2명은 러시아의 동맹국 벨라루스 출신이었으며 다른 한 명은 러시아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정보당국도 러시아군이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하는 동안 키이우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37㎞ 떨어진 부차에서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데도 와그너 용병들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부차에서 벌어진 집단 학살에 대한 조사 결과 459명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419구의 시신에서 총살과 방화, 고문의 흔적이 확인됐고 9구의 시신은 18세 미만 어린이였다. 부차의 한 교회에서는 민간인 집단 매장지도 발견됐다.

[부차=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의 공동묘지에 숨진 주민들의 시신이 비닐백에 담겨 있다. 2022.04.08.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사무엘 라마니 박사는 "와그너그룹의 용병들이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싸우고 있다"며 "루한스크의 포파스나와 세베로도네츠크 같은 도시를 점령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라마니 박사는 그러면서 "사상자가 보고되지 않은 러시아 군대의 비공식적인 부대"라고 덧붙였다.

와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외에도 시리아,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전쟁 범죄와 인권 유린 혐의를 반복적으로 받고 있다. 특히 와그너 용병들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대량 학살은 물론 분쟁지역에서 사유재산을 약탈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수단과 말리에서는 와그너 용병들이 정부의 안보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 와그너그룹 용병들의 숫자가 1000명에서 거의 2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영국 정부 관리들이 말했다고 BBC가 22일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는데 있어 용병들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2022.12.22

와그너그룹은 어떻게 탄생했나

와그너 그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으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병합 당시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1)과 전 러시아 육군 장교 드미트리 우트킨(51)에 의해 창설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캐비어와 송로버섯을 대접해 '푸틴의 셰프'라는 별명을 얻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단순한 요식업자가 아니었다. 미 정보당국은 2016년 당시 미국 대선 개입 사건의 핵심이 러시아 인터넷조사국(IRA)라고 판단했으며, 이를 수사했던 조사관들은 프리고진이 IRA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봤다.

그는 와그너그룹의 우크라이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매달 1억 달러(약 1280억 원)의 자금을 대는 실소유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성명을 내고 "나는 직접 낡은 무기를 닦고 방탄조끼를 분류했으며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았다"며 자신이 ‘애국자 그룹’을 2014년 5월 1일에 창설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와그너그룹의 창립자란 사실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계속해서 제기돼온 와그너그룹 설립과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부인해왔으며, 관련 기사를 보도한 영국 탐사보도 언론인을 고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연방수사국(FBI)는 그를 수배자 명단 1순위에 올렸다. 미국은 2016년 프리고진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 그룹 대표가 지난 2016년 8월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에서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 2022.04.19.


프리고진은 최근 러시아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와그너그룹의 용병들로 모집하고 있다. BBC는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전에서 싸우는 와그너그룹 용병들의 숫자가 1000명에서 거의 2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영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와그너그룹 용병들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러시아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영국 관리들은 러시아 교도소의 수감자 수가 와그너그룹의 추가 용병 모집 기간인 2022년 11월까지 두 달 동안 23000명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죄수들은 우크라이나전쟁 최전방에서 6개월 복역 후 돈을 받고 형량도 감형받는다.

러시아에서 용병대를 운영하는 것은 러시아 헌법에 위배된다. 하지만 와그너그룹은 현재 러시아 정부에 부인할 수 없는 힘을 제공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러시아 군사정보기관인 GRU가 비밀리에 와그너그룹을 감독하며 자금을 지원한다고 추정한다.

한편 지난 8월 우크라이나 포병대가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포파스나에 있는 비밀 용병조직 와그너의 사령부를 공격했다. 공격엔 미국이 지원한 다연장로켓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이 동원됐다. 영국군의 정보에 따르면 1000명의 용병들이 그곳에 배치돼있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당시 공격으로 와그너그룹에 의한 잔학 행위를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ong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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