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대강 대치 속에서도 빛난 김진표 '중재력'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국회가 23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가며 대치하는 상황에서 협상의 물꼬를 튼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었다.
김 의장은 지난달 중순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정부 세제 개편안을 두고'경제 살리기'와 '초부자 감세' 등 지지층을 대상으로 찬반 여론전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세법 3종 세트', 교육특별회계(미래인재양성특별회계 신설) 등 중재안을 제시했다.
양당이 대치하던 법인세는 정부안대로 최고세율을 3%p 인하하는 대신 집행을 2년 유예하라고 중재했다.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도 각각 완화와 유예를 권고했다
김 의장은 여야간 대치가 이어지자 지난 15일 2차 중재안을 내놨다. 법인세는 최고세율을 1%p 인하하되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 관리단 예산은 전액 삭감하되 예비비로 지출하도록 했다. 기간은 여야가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 있는 기관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다.
김 의장은 정부여당이 수용을 보류하자 3차 중재안을 꺼낸다. 법인세는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 1%p 인하하고 행안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 관리단 운영경비는 예산에 포함하되 50% 감액하고 두 기관에 대한 이견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조직법 개정시 대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김 의장이 지정한 최종시한을 하루 앞둔 22일 3차 중재안을 기반으로 합의에 성공한다.
김 의장은 친정인 민주당의 반발에도 예산안 처리시한을 4차례나 연기하며 '여야 합의 처리'를 유도했다. 김 의장은 지난 1일과 2일 예정됐던 본회의를 연기했다. 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란 정치 현안으로 예산안 합의 처리가 어그러지면 안된다는 소신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정시한인 2일, 정기국회 시한인 9일, 1차 협상시한인 15일, 2차 협상시한인 19일, 최종시한인 23일까지 수차례 기일을 지정하며 여야 합의 처리를 촉구했다. 김 의장은 야당에는 예산안 우선 처리의 필요성을, 정부여당에는 준예산의 위험성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장은 지난 16일 자당 의견을 고수하는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정치하려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 취약계층을 살려내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며 "국회의장 중재안에 연연하지 말고 여야가 합의해달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간 소통도 지원했다. 김 의장은 예산안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20여차례 공식·비공식 회동을 주재했다. 이달초에는 의장 공관에 양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양당이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구성 문제로 대치할 때 여야 입장을 반영해 국조특위를 구성하되 에산안 처리를 선행한다는 중재를 이끌어낸 것도 김 의장이다.
김 의장은 대통령실과 정부에 대한 설득과 소통도 이어갔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국가조찬기도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당면한 한국경제의 어려움, 헌정사상 한번도 시행되지 않은 준예산의 위험성, 이상민 장관 거취가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협상 마무리 단계였던 지난 21일 김대기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과 전화통화에 나서 "예산안 합의의 시급성 및 준예산의 위험성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라"고 당부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최종 합의안이 마무리된 22일 오전에도 대통령실에 대한 설득 작업을 이어갔다.
김 의장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부 인사들과 소통하며 이들이 협상 과정에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한 것으로 알려진다.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유기홍 교육위원회 위원장, 김영호·이태규 간사 등과 만나 교육특별회계 논란도 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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