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까지 잃게 한 최악 보이스피싱 '김미영 팀장' 정체는 前경찰

/사진=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일주일에 약 4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던 보이스피싱 조직의 창립자가 전직 경찰인 것으로 드러났던 충격적 사건이 재조명됐다.

22일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는 배우 손호준이 이야기 친구로 출연했다. 이날 꼬꼬무는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 - 발신 : 김미영 팀장' 편으로 꾸며졌다.

MC 장도연은 2010년 충남 천안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로 약 1억3000만원을 잃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안정엽 경위는 "그 여성분이 피해를 당했을 때 나이가 29세였다"며 "고아였는데 19세 때부터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이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힘겹게 모은 돈을 한순간에 모두 잃은 여성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안 경위는 "소식을 듣고 너무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며 "그렇게 지능범죄수사팀에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안 경위는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단을 검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곧바로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 여러 노하우를 전달받았고, 이를 토대로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에 성공했다.

/사진=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어 발신자가 김미영 팀장으로 돼 있는 보이스피싱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조직의 총책 '박 회장'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이들은 실제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는 치밀함까지 보이며 보이스피싱에 나섰다.

장도연은 "이 보이스피싱 조직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다. 일주일에 (수익이) 무려 40억원 정도에 달했다"며 "이들에게 속아 돈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돈을 받을 대포통장이 모자랄 정도였다고 한다. 조직의 사장단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명품을 휘감고, 주말마다 유흥가를 누비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 경위는 무려 10년간의 추적 끝에 이들 조직의 검거를 성공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명절에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을 파악, 일당의 출입국 상황을 24시간 감시했다.

경찰은 조직원들이 입국하는 상황을 모두 파악했으나 총책이 국내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후 20여명의 조직원이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경찰은 인력을 총동원해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안 경위는 직접 서열 1위 총책을 찾아가 수갑을 채웠다.

/사진=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남은 건 보이스피싱 조직의 창립자인 박 회장이었다. 경찰은 박 회장에 대한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고, 지난해 드디어 필리핀 마닐라에서 400㎞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박 회장이 목격됐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필리핀 이민청과 무장 경찰이 출동, 박 회장은 2021년 10월4일 마침내 체포됐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박 회장이 경찰 출신이었던 점이다. 그것도 사이버 범죄 수사대 소속으로,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을 수사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범죄에 이용했던 것이었다.

안 경위는 "저의 30대 인생을 한 단어 요약한다면 보이스피싱일 것"이라며 "노력했던 것보다 운이 좋게 큰 조직을 검거하게 됐고, 이에 보이스피싱과 저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보이스피싱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수사에 나설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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