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지킨 트위터를 민주주의 위협하게 만들어버린 머스크

박재령 기자 2022. 12. 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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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인수 후 두 달간 각종 구설 오르다 20일 사의 표명
불편한 언론인 계정 정지에 유엔 "위험한 선례 남겼다"
인수 이후 혐오표현 증가…민주주의 위협 지적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했다는 질타 속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트위터 인수 이후 두 달간 머스크는 특정 기자의 계정을 정지하고 선거·백신 음모론자 등 극우 성향 계정들을 복구해 각종 구설에 올랐다. 트위터 내 혐오표현도 인수 이후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 머스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자신이 트위터 CEO에서 물러나야 하는지를 투표에 부친 데 이어 20일 최종 사의 의사를 밝혔다. 트위터 갈무리

머스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자신이 트위터 CEO에서 물러나야 하는지를 투표에 부친 데 이어 20일 최종 사의 의사를 밝혔다. 당시 투표에 참여한 약 1750만 명 중 절반이상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머스크는 20일 “자리를 맡아줄 만큼 충분히 어리석은 사람을 찾자마자 CEO에서 물러나겠다”며 “그 다음에 (트위터) 소프트웨어와 서버팀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 계정을 정지당한 CNN의 도니 오설리반(Donie O'Sullivan) 기자. CNN보도 갈무리

머스크는 최근 자신을 적극적으로 취재하던 기자 다수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해 논란을 빚었다. 트위터는 15일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5명 이상의 기자들 계정을 정지시켰고 18일에도 메시지로 인터뷰를 요청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계정을 영구정지시켰다. 트위터는 공식 사유를 내놓지 않았다.

일련의 계정정지 사태는 유명인들의 전용기 위치를 추적하던 트위터 계정(@elonjet)이 정지되면서 시작됐다. 머스크의 가족이 탄 차가 스토킹을 당한 이후 머스크가 해당 계정으로 인해 위협을 받았다며 분노했고 문제 계정이 정지된 지 하루만에 관련 기사를 작성하거나 따로 트위터에 관련 글을 올린 언론인들의 계정이 정지됐다.

▲ 베라 주로바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자의적인 언론인의 계정정지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트위터 갈무리

이후 국제사회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플랫폼 규제법안인 디지털서비스법(DSA) 시행을 앞둔 유럽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베라 주로바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자의적인 언론인의 계정정지가 우려스럽다”며 “(넘어선 안 될)레드라인과 제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영국 총리실과 프랑스 산업부 장관, 독일 외무부가 머스크를 비판했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언론인 계정은 이후 복구됐다.

최근 트위터 내 혐오표현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19일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시킨 데 이어 여성비하 콘텐츠로 정지 당한 전직 킥복서 앤드루 테이트의 계정과 유대인 살해를 암시해 정지 당한 미국힙합가수 '예(칸예 웨스트)'의 계정을 복구시켰다.

▲ CCDH에 따르면 흑인 비하를 의미하는 'n**ger'를 포함한 게시물이 머스크 이후 3배 폭증했다. CCDH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 혐오 대응센터(CCDH)는 지난달 10일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직후 인종 비하어가 포함된 게시물이 약 3배 폭증했고 성전환자를 모욕하는 표현과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욕설이 각각 53%,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대인, 라틴아메리카 등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표현도 현저히 늘었다. 임란 아흐메드 CCDH CEO는 뉴욕타임스에서 “머스크는 인종차별주의자, 음모론자, 여성혐오자, 동성애혐오자 등에게 트위터가 사업을 위해 개방돼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며 “그들은 그에 따라 반응했을 뿐”이라고 했다.

▲ 머스크의 인수 이후 계정이 복구된 선거, 백신 음모론자. 사진=미디어매터스 갈무리

미국 미디어 비평매체 '미디어매터스(Media Matters)'는 지난 21일 복구된 계정 중 가장 많이 팔로잉된 50개의 계정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계정의 60%가 6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들에게 극우 성향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었다. 미디어매터스는 새로 복구된 계정에는 반무슬림 극단주의자와 극우 활동가, 선거 부정론자 및 백신 관련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사람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 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리디아 폴그린은 칼럼에서 머스크의 트위터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 갈무리

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리디아 폴그린은 뉴욕타임스 칼럼 '일론 머스크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해하고 싶으면 미국 밖을 보라(If You Want to Understand How Dangerous Elon Musk Is, Look Outside America)'에서 “트위터는 욕설과 잘못된 정보로 가득찬 오물 구덩이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며 트위터가 그간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2011년 '아랍의 봄'부터 지금의 이란과 중국의 시위까지 트위터는 언론자유가 제한되는 현장 소식을 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폴그린은 “인도 정부는 이전부터 트위터에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들의 계정을 차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트위터는 이러한 요구들이 법을 넘는 검열이라며 법정으로 끌고 갔지만 머스크는 이러한 정부의 요구에 저항해야 하는지 의심하고 있다”며 “인도 정부가 우호적인 결과를 기대할 만한 이유가 있다. 테슬라는 한동안 인도 자동차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정부와 관세 등을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머스크는 민주주의가 취약한 국가의 언론자유에 대해 유난히 순진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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