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연기 대충했지만 똑똑해"…'젠틀맨' 박성웅, '신세계' 이중구 넘볼 빌런(종합)[인터뷰]

김보라 2022. 12. 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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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영화에 나오는 사람이라서 그렇지 저희도 사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박성웅(50)은 23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10년 간 무명배우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럼에도 배우로서 만족감이 크다면서 “직업으로서의 쾌감이 있다. 10년의 무명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달리고 나태하지 않는 게 목표다. 지금의 자리가 고마워서 힘들지는 않다”고 이같이 털어놨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현실의 장애물을 뛰어넘은 그의 얼굴은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연륜에서 오는 편안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젠틀맨’(감독 김경원, 제작 트릭스터, 공동제작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텐츠웨이브)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 분)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 박성웅은 엘리트 검사 출신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 권도훈 역을 맡았다.

이날 그는 “‘신세계’ 이중구 캐릭터가 있으니까 처음엔 이 작품을 거절했었다. 비슷하게 보일까 봐 걱정했던 건데 해야겠다 싶으니까 길이 보이더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감독 및 제작진의 출연 제안을 1번 고사했지만 배우 주지훈(41)의 말에 설득당했다고.

“‘헌트’를 촬영하러 부산에 갔었다. 그날 주지훈이 아무 말 안 하다가 ‘(젠틀맨을) 시원하게 거절하셨다면서요?’라고 말문을 열더라. 그러면서 1~2시간 정도 설득했다. 주지훈이 ‘형 아니면 생각나는 배우가 없다’고 하더라. 저희가 친하긴 한데 같이 진득하게 작업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그 친구에게 설득을 당하니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보였다.”

그러면서 “‘헌트’는 1시간 촬영하고 그날 거의 5시간 술을 마셨다.(웃음) 그 중 2시간은 주지훈에게 설득을 당했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박성웅을 있게 한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2013) 속 빌런 이중구는 여전히 회자되는 캐릭터. “지금은 이중구를 넘어야겠다는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다. 고마우면서도 숙제 같은 친구인데, 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넘기보다 누아르 장르에서 제가 직접 액션을 다 소화한 인물로 그를 넘고 싶다”고 빌런 캐릭터의 경신을 바란다고 털어놨다.

직업 고하를 떠나 누구든 마음속에 정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젠틀맨’은 지현수의 정의심을 강조하기 위해 그에 맞설 악한 빌런이 필요했다. 그래서 박성웅의 존재감은 필수불가결. 박성웅표 빌런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 드라마틱하다.

“저는 밀림 같은 권도훈의 사무실을 건널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감독님이 미장센, 미술,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이 장면의 음악은 이것’이라고 직접 보내줬다. 되게 똑똑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박성웅이 맡은 엘리트 변호사 권도훈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화를 풀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일도 서슴없이 행한다. 문신 하나 없이 깔끔한 정장 차림이어서였을까. 결이 다른 차원의 악함이 느껴졌다.

이에 박성웅은 “이번에 의상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수십 벌을 피팅했다”면서 “사실 제가 일상에서는 시계를 안 차는 편인데 애드리브로 탄생한 장면도 있다”고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같이 호흡을 맞춘 주지훈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주지훈은 똑똑하다. 나이를 먹고도 공부를 많이 하는 거 같아서 기특하다”며 “근데 저한테 잔소리를 많이 한다.(웃음) 저는 어떤 사람이 맞는 말을 하면 바로 수긍한다. 팔랑귀다. 그래서 동생들이 저를 편안한 형으로 여기는 거 같다”고 말했다.

박성웅은 주지훈과 완성한 ‘젠틀맨’의 완성본이 많이 흡족하다면서 “이번에 주지훈한테 설득을 당해서 한 작품이지만 시사회에서 보면서 출연하길 너무 잘한 거 같다고 생각했다.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더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주지훈에 대해 “주지훈 자체가 지현수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써서 주지훈은 ‘편하게 했다’고 하더라. 지훈이만 표현할 수 있는 ‘넘사벽’ 캐릭터가 있다. 껄렁하면서도 단단한 모습이다. 다른 배우라면 표현하지 못할 연기다. 그게 주지훈만의 베스트인데, 자신의 베스트를 ‘젠틀맨’에서 다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이번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고 말한 박성웅은 “물론 주지훈이 연기를 대충했지만 똑똑한 친구다. 저희가 서로 갈구는 결이 비슷하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그는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장르보다는 재미를 따져서 선택하게 된다. 내가 다른 배우들보다 잘할 수 있겠다, 이건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으면 한다”며 “처음엔 시나리오 전체를 보고 재미가 있으면 내 캐릭터만 집중해서 다시 본다. 세 번째 볼 때 온전히 제 것만 본다. 다른 배우들보다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고 욕심이 나면 한다”고 밝혔다.

‘젠틀맨’의 극장 개보은 12월 28일.

/ purplish@osen.co.kr

[사진] 콘텐츠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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