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잡겠다 심야택시 … 공유차로 몰려가는 시민들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2. 12.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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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충무로 소재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김 모씨. 그는 최근 지방에 위치한 협력사 방문을 마치고 서울 회사에 잠시 들른 뒤 귀가하려다 곤욕을 치렀다. 미아삼거리로 가야 하는데 자정이 넘어 지하철은 끊겼고 택시는 아무리 해도 잡히지 않았다.

김씨는 곧바로 공유차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인근 주차장에 세워진 기아 K5를 선택했다. 요새는 출발지로 차를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가 출시돼 집 근처 반납 주차장까지만 운행하고 세워 놓으면 된다. 김씨는 "야근이 잦은데 택시가 안 잡힐 때가 많아 종종 카셰어링을 이용해 퇴근한다"며 "렌터카처럼 24시간 빌릴 수 있는 공유카도 있어 출퇴근할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택시기사 수가 급감하면서 '심야택시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카셰어링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다.

23일 카셰어링 기업 피플카에 따르면 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편도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약 300명으로 전체 사용자의 9.4%에 불과했다. 이후 심야시간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지난달에는 약 4450명으로 15배나 성장했고 전체 편도 서비스 중 심야시간대 이용자 비율은 36%까지 확대됐다.

피플카 관계자는 "11월 심야시간대 카셰어링 이용자는 3월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다"며 "야근이나 회식을 마친 직장인들이 택시가 잘 잡히지 않자 카셰어링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는 작년·재작년보다 연말 송년회 모임 등이 늘면서 12월에도 카셰어링 이용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까지 피플카의 편도 카셰어링 서비스인 '리턴프리' 이용 비중은 야간(오후 8시~11시 59분)이 심야(0시~새벽 3시 59분)보다 높았다. 그러다가 야간·야외 활동이 본격화된 9월부터 심야 비중이 커졌고 이달에는 심야(36.1%)가 야간(18.1%)의 2배에 이르게 됐다.

업계는 심야시간대 카셰어링을 선택하는 사용자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셰어링 업체들이 편도 서비스를 도입했고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나서는 것도 이용자를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공유차 서비스 영업구역 제한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어서 편도 이용수수료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카셰어링 가격은 업체와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시간당 5000~1만원이다. 카셰어링 이용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택시 요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차가 있는 곳과 반납 장소까지 이동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카셰어링이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으면서 이를 활용하는 연령대도 확대되는 추세다. 공유차 업계 관계자는 "쏘카를 중심으로 그린카·피플카 등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카셰어링이 하나의 모빌리티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 가입자 연령대도 20대에서 30대 중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셰어링 업체들은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쏘카는 법인을 위한 '쏘카 비즈니스'를 출시했고, 피플카는 차를 받은 장소와 반납 장소가 다른 '리턴프리'를 선보였다.

반면 택시는 여전히 잡기 힘든 상태다. 작년과 재작년에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시민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승객이 감소하자 택시기사들이 배달대행 업계 등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난 4월 해제됐지만 운전대를 놓은 택시기사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서울시 교통 통계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기사는 2019년 12월 3만527명에서 올해 9월 2만397명으로 1만130명 줄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기사들의 이탈이 두드러지면서 서울시내 법인·개인 택시기사 중 65세 이상은 48.4%에 달한다. 취객 스트레스와 체력 부족, 야간 운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고령 기사들은 심야 운행을 꺼리고 있다. 택시기사의 업계 이탈과 고령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심야택시 대란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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