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K칩스법' 반도체 전쟁에 찬물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2. 12.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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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20%로 대폭 올리려던 尹정부
野반대에 6%→8% 인상 그쳐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 전방위 지원에 나선 가운데 '한국판 칩스법'은 용두사미에 그치게 됐다. 반도체 산업 지원책의 핵심인 세금 감면이 애초 계획에서 대폭 뒷걸음질했기 때문이다. 23일 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은 기존 6%에서 8%로 2%포인트 '찔끔' 올리는 데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세액공제율을 20%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며 10%포인트를 깎았고,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2%포인트를 더 줄였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25%까지 올렸고, 대만도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25%로 끌어올리며 전략산업 보호에 나섰다.

국회는 여야 합의로 이 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639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자동으로 가결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기업들이 공장 신증설 등 반도체 생산설비에 투자할 때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8%로 올리고 중견· 중소기업 공제율은 기존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공제율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 등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야심 차게 제시한 'K칩스법'은 공약보다 공제율이 절반 넘게 깎였다. K칩스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두 축으로 이뤄진다. 당초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등으로 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야당은 이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 대한 재벌 특혜라며 대기업 공제율을 10%, 중견기업은 15%로 조정하자고 맞섰다. 기재부는 오히려 대기업 공제율을 8%로 더 낮춰 제시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낮추자면서 투자 세약공제는 막아서는 이율배반적 태도였다. 기재부는 여당안이 통과되면 2024년 법인세 세수가 2조697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반기업적 야당, 무력한 여당, 소극적 정부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양 의원은 이날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25%이고 중국은 무려 100%"라며 "한국에서 미국으로 빠져나간 투자금만 300조원이고, '코리아 엑소더스'는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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