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300만원 줘도 주방알바 못구해 … 요리사, 배달 뛴다며 관둬"
골목식당들이 식재료 가격, 인건비, 배달수수료, 임차료 등 각종 운영비용 상승에 더해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300만원이 넘는 돈을 줘도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은 식당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소비심리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정작 식당들은 더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외식 업체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외식 산업의 위기가 향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 고용 확대, 서빙로봇 지원, 은퇴자 재교육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외식 업체 수는 2020년 기준 80만4173개소로 2017년(69만1751개소) 대비 1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꾸준히 늘었고, 최근 10년을 놓고 봐도 연평균 2.7%씩 증가했다. 올해도 외식 업체 수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근로자 임금은 2019년 월평균 207만7000원에서 올해 8월 기준 226만3000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164.6시간에서 156시간으로 줄었고, 외식업 종사자 수도 2019년 117만916명에서 올해 상반기 98만527명으로 되레 감소했다. 도경록 공주대 외식상품학과 교수는 "임금이 올라도 종사자가 줄어든 것은 전체 노동시장에서 외식업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상승 여파로 고용의 질적 측면도 악화했다. 상용직 근로자는 줄고 일용직 근로자(아르바이트생)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전후(2019~2022년) 외식 업계 고용 형태 변화를 조사·분석한 임정빈 한국농업경제학회장(서울대 교수)은 "인건비 비중이 높을수록 이 같은 고용 조정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출액 감소 상황에서는 상용근로자보다 임시·일용직을 감축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외식 업계 구인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높은 업무 강도와 워라밸(일·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인식 등이 꼽힌다. 주방에서는 뜨거운 불 앞에서 조리를 하거나 음식물이 묻은 식기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조리기구를 닦는 등 힘든 일이 많은 데다 작은 실수로도 화재 등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삼엄한 분위기 속에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식당은 주말 장사가 가장 바쁜 만큼 사람도 많이 필요한데 이렇게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는 홀 서빙 직원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D씨는 "최근 주방에서 일하던 조리사 한 명이 업무 강도 대비 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쿠팡 배달기사를 하겠다며 그만둔 일도 있었다. 주 3일만 바짝 일해도 더 벌 수 있다는 말에 잡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중식주방장 출신인 이연복 셰프도 구인난으로 지난 4월 부산에서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월 300만원을 준다 해도 일할 사람을 못 구하고 있다" "온라인 주문 플랫폼 업체들이 배달기사로 인력을 다 빨아들이고 있다" 등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인난이 추가적인 인건비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23일 현재 모집 중인 서울 지역 음식점의 홀 서빙과 주방보조·설거지 직원 채용 공고 1만1577건 가운데 시급이 1만2000원을 넘는 곳만 237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월급으로 300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식당도 2000여 곳이나 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9620원)을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이 201만58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외식 업계 구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임영태 60계치킨 부사장은 "점포를 열고 직원을 못 구해 2주 만에 문을 닫은 가맹점도 있었다"며 "가맹본부들도 반조리 상태로 식재료를 공급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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