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전화가 겁나요"… 월세 10%만 올라도 25만가구 '적자'
전세 거두고 속속 월세 전환
확 치솟은 전세대출 금리에
세입자도 월세 쏠림현상 뚜렷
올 들어 매매·전세가 하락에도
월세는 꾸준히 올라 서민 부담
"2년간 월 50만원에 임차계약을 했는데 1년째인 지난 6월 집주인이 갑자기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 당황스러웠다. 당장은 거절했지만 반년 뒤 새로 계약할 때 주거비가 크게 오를까 걱정이다."(직장인 김 모씨)
집주인과 세입자의 월세 선호가 맞물리면서 월세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월세 비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세입자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월세 비용이 10% 오르면 25만명에 달하는 취약 세입자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지는 '적자가구'로 전락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세(반전세·사글세 포함) 임차가구 약 401만5000가구 중 월세가 이달 말보다 10% 오르면 적자가구는 현재 17.7%에서 6.3%포인트 오른 24%에 달하게 된다. 적자가구는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 지출이 큰 가구로, 늘어나는 주거비로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가구가 약 25만3000가구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월세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적자가구가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전월세 계약이 통상 1~2년인 것을 감안하면 시차를 두고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주거비가 가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세 상승은 올해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0월 종합주택 월세가격지수는 연초보다 1.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지수가 1.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며 전세 세입자의 부담이 커진 점이 월세 쏠림 현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세대출금리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급등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의 전세대출금리는 지난 1월 말 3.459~4.78%에서 이달 9일 5.19~7.33%까지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전세대출의 93.5%가 변동금리인 것을 감안하면 전세살이의 이자 부담이 1년 동안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세 부담 증대는 고스란히 월세 수요로 전달됐다. 한은에 따르면 전월세 거래 중 월세의 비중은 2014년 38.8%에서 2015년 42.2%로 오른 뒤 지난해까지 40.1~43.5% 사이에서 횡보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올해 1~9월 기준 51.8%로 집계돼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집주인 역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과도한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면서 월세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정부가 개별공시지가를 현실화해 공시지가가 크게 뛰면서 보유세가 높아졌고, 현금이 필요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도 커진 것이다. 실제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이 발표된 2020년 31.15%였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2021년 37.67%로 뛰었다. 민간 싱크탱크인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에서 주택 보유세가 1% 이상 오르면 이듬해 월세는 0.06% 오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월세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기준금리 상승 기조가 당분간 계속된다는 것이다. 내년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훌쩍 넘긴 3.1%로 예상되며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전세대출금리가 월세보다 비용 부담이 높아 시장 수요자들이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 금리 부담을 미리 확정하려는 세입자와 공급자 간 이해가 맞으며 보증부 월세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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