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은 25% 세액공제 … 韓정치권, 반도체 위기에 뒷짐만
거대 야당 재벌특혜 반대에
기재부마저 "세수감소" 반대
기존 20%서 절반도 못 지켜
美 520억弗 지원 초당적 통과
대만은 R&D도 25% 공제 추진
업계 "稅공제 두자릿수 돼야"
"반도체는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비대칭 전력이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기술·설비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확대를 검토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의 내용이다.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윤 대통령은 '반도체 패권'을 외쳤다. 인수위는 반도체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20~2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어 여당(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위원장 양향자 무소속 의원)는 지난 8월 현행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인 반도체 생산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각각 20%, 25%, 30%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단지 규제를 완화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과 함께 'K칩스법' 패키지로 야심차게 추진됐다.
4개월이 지난 현재 K칩스법은 성과라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조특법 개정안은 표류하다가 정부안인 '대기업 8%,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로 여야 합의를 이뤘다. 개정안은 639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세입 예산부수법안으로 묶여 23일 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일반 법안은 개별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를 통과해야 본회의에 상정되지만 예산부수법안은 자동 부의된다.
반도체 산단을 국가 산단으로 끌어올려 각종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이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가까스로 통과해 법사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는 오는 28일 본회의 통과가 목표지만 그나마 법사위 심사가 열리지 않으면 연내 통과가 무산된다.
법안을 낸 의원이 "부결시켜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쪼그라든 데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작용했다. 야당은 대기업 세액공제율 확대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곳을 위한 '재벌 특혜'라고 반대해 법안 심사를 지연시켰다. 야당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각각 10%, 15%로 제시했다.
국가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돌연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기재부는 조특법 개정안이 여당안대로 통과하면 2024년 세수가 2조6970억원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조특법 개정안 역시 기재부 제출안이다.
특히 기재부가 줄기차게 기업을 경제 회복의 주체라고 강조해온 것과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하는 개정안을 냈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 규모는 2027년까지 5년간 6조8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발표한 '2023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정부는 3%(일반·신성장원천기술), 4%(국가전략기술)로 돼 있는 기업의 시설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10%로 올리겠다고 했다.
해외 주요국에 비하면 이번 여야 합의안은 반도체 기업을 충분히 지원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 신설·확장·현대화에 향후 5년간 520억달러(약 67조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이 지난 7월 통과됐다. 생산 설비에 390억달러, 연구·노동력 개발에는 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에는 20억달러가 각각 투입된다. 반도체과학법에는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시설 투자액에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첨단산업에 대한 시설투자에는 5%를 추가로 공제해준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입지 지원을 포함한 '반도체 산업 기반 긴급 강화 패키지'를 발표하고 반도체 공장 신·증설 비용의 40% 이상을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 효과가 큰 제품의 생산 설비 도입에는 최대 10%의 세액공제나 50%의 특별상각(감가상각) 혜택을 준다. 일본은 6000억엔(약 5조8000억원) 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 기금도 조성할 방침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도 대만처럼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들에 한해서라도 세액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혁 기자 / 이희조 기자 / 이새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2억짜리가 4억에 거래?” 전세보다 싼 매맷값에 주민 ‘술렁’ - 매일경제
- “우크라, 배치하면 파괴하겠다”…푸틴이 경고한 무기의 정체 - 매일경제
- “저때 저런 USB·찻잔 있었다고?”...‘재벌집 막내아들’ 옥에 티 - 매일경제
- “이정도 빠졌으면 됐어”…주식 초고수들 SK하이닉스 저가매수 - 매일경제
- 버핏 체면 살린 '구세株'… 한국에도 꼭 빼닮은 종목 있었네 - 매일경제
-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 영하 50도 한파에 일상 마비된 미국 - 매일경제
- “둔촌주공 당첨됐는데 가족들이 말려요.”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115년 징역감인데 3200억 내자 집으로 보낸 미국...그의 운명은 - 매일경제
- 무인도에서 두달간 생존 8가지 사회성이 51명 살렸다 - 매일경제
- WBC 한국대표로 ‘현수’ 에드먼 뛸까? 가능성 UP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