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지분 1%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서한... 고민 깊어지는 상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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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회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기업 결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자 소액주주들도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되면서 상장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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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과도한 경영 개입·자금조달 반대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회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기업 결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자 소액주주들도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이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은 과도한 경영 개입을 우려하며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이달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려던 방안을 저지했다.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을 지원하기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했지만,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이 이를 막아섰다.
트러스톤 측은 “흥국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태광산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건 태광산업 주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며 “상법상 금지된 신용공여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제기했다. 이어 태광산업이 제시한 향후 10년 사업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은 지분 8.13% 보유한 BYC에도 주주제안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러스톤은 BYC가 사실상 부동산 투자기업으로 변신했지만, 임대수익률이 예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부동산 자산 공모리츠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무상증자 등을 요구했다. 또 대주주 일가 3세 승계 과정에서 부당한 내부거래가 발생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얼라인은 이달 에스엠에 비공개 주주 서한을 보내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독립성을 확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인은 SM이 내년 1월까지 지배구조 개선안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공개 주주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알린 상태다.
얼라인이 가진 에스엠의 지분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얼라인은 소액 주주들의 의견을 모으는 방법으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독립감사를 제안했고, 실제 선임까지 성공시켰다.
‘가치투자 1세대’ 인물로 꼽히는 이채원 의장이 이끄는 라이프자산운용 역시 지난 4월 SK에 자기 주식 소각과 리스크관리위원회 신설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냈고, 주식 소각 결정을 이끌었다. 변호사 출신 박철홍 대표가 있는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과 KT&G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되면서 상장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많은 상장사들이 과도한 경영 개입, 자금조달 난항, 이사회 간 갈등, 의결 정족수 미달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 비중이 높고, 주주가 자주 바뀌는 코스닥 상장사에는 이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23일 “물적분할, 유상증자 등 사업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건데도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자금조달을 반대한다”며 “여론이 생기면 잠깐 자금조달을 멈출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에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모펀드의 경우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례도 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모펀드들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상장사의 경영 활동에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내년 3월, 12월 결산법인들이 정기주총을 여는데, 사모펀드와 소액주주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고 나름대로 대비하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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