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부담 3.7조 껑충···맹탕감세에 투자·고용 '한파 특보'

세종=김우보 기자 2022. 12. 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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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날개 꺾은 巨野]
■ 시늉만 낸 법인세 감면안
최고세율 국제기준보다 3%P 높고
현행 4개 과표 구간 수정도 불발
감세 통한 기업 투심 회복 불투명
정부 경기침체 대응 구상 물거품
이재명표 예산 '지역화폐'는 증액
"정치논리에 재정지출 왜곡" 비판
[서울경제]

“다른 나라 기업보다 한발 앞서 뛰게 해주는 것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적어도 같은 출발선에서는 달리게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23일 한 경제 단체 부회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인세 감면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전날 단체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합의안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는데 더 적나라한 평가를 내놨다. 경쟁국보다 세 부담을 낮추기는커녕 전 정부가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며 키워둔 세율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조차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왜곡된 조세체계를 바로잡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날아갔다는 안타까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법인세 감면처럼 굵직한 정책은 국정동력이 살아있는 정권 초에 매듭지었어야 했다”면서 “정부나 여당이 내년 감면 폭을 다시 조정하려 해도 여야 합의를 뒤엎는 모양새가 될 텐데 그런 부담을 지면서까지 세율을 건드리려고 하겠나”라며 씁쓸해 했다.

재계가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폭이 기대보다 크게 줄어든 점이다. 정부는 현행 최고세율을 25%에서 22%까지 낮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겠다고 했지만 겨우 1%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세율(21.2%)과 견줘보면 조정 이후에도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국제 기준보다 2.8%포인트 더 높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합의안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의 부담 완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최고세율이 글로벌 수준보다 높아 미래 투자를 위한 여력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과표구간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OECD 국가 중 법인세 과표구간을 4개나 두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법인세 과표구간이 3개인 나라도 룩셈부르크 1곳에 불과하다. “감세 시늉만 냈을 뿐 기울어진 운동장은 손도 못 댔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문제는 이번 합의안이 임박한 경기 침체에 대처할 마지막 대응 수단마저 묶어버린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부의 재정·금융 카드가 막힌 만큼 법인세 인하로 민간 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려 위기를 넘겠다는 게 당국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1%포인트 ‘찔금 감세안’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인사는 “삼성전자를 보면 법인세가 3%포인트 낮아질 경우 한 해 감세분이 1조 6000억 원 수준일텐데 이번 합의안대로라면 1조 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면서 “한 분기에만 10조 원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수천 억 원 수준의 세 혜택을 보겠다며 투자를 늘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큰 폭의 법인세 인하를 예상하며 투자 계획을 짜던 기업이 다시 돈줄을 죌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 국내 기업이 앞으로 5년(2023~2027년)간 물어야 할 법인세는 당초 정부안 대비 3조 7000억 원(누적법 기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1%대 성장도 버거운 내년에 되레 1000억 원의 부담을 더 지우게 된 점도 우려스럽다.

투자와 고용 여력이 큰 대기업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더 크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정부 구상과 달리 합의안은 최고세율 인하 폭은 낮추면서 모든 과표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내렸다. 중소·중견기업은 추가로 세 감면 혜택을 보지만 대기업은 더 많은 세 부담을 안게 됐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추가로 져야 할 세액만 떼어내보면 전체 부담분인 3조 7000억 원을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여야가 감세안을 사실상 무산시킨 데 이어 재정지출마저 왜곡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투자 효과가 큰 곳에 나랏돈을 투입해 ‘승수효과’를 높여야 하는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용처를 정했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사업 예산 증액(3525억 원)에 합의한 게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조세재정연구원에서 ‘한 해 손실이 2300억 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할 정도로 경제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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