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증권 CEO' 공식 깨졌다…새 금투협회장에 서유석
"자금경색 해결·금투세 과세체계 정비할 것"
연말 금융투자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했던 이번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회원사들은 국내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앞서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을 두루 경험한 서 전 대표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줬다.
이로써 금융투자협회 출범 이후 계속돼 온 '협회장=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는 공식은 깨졌다. 서 전 대표는 진정성 있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금투협을 유능한 집단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신임 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31일까지다. 금투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은 2년 유예로 가닥이 잡혔지만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제·금융시장 환경에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통한 연금 투자 활성화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서 전 대표가 30여 년간 쌓아온 금융투자업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 리더로서의 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서유석 전 대표 65% 득표…예상 밖 '압승'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임시총회장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서유석 전 대표는 65.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19.20%)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15.16%)를 제치고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당선됐다. 76.3%의 표를 얻어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나재철 현 회장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다.
현재 금투협 정회원사는 증권사(59개사)와 자산운용사(308개사)‧신탁사(14개사)‧선물사(4개사) 등 총 385개사다. 이날 임시총회에는 244개사가 참석, 의결권의 과반수를 충족해 총회가 성립됐다.
통상 금투협회장 투표권은 회원비 분담비율에 따라 균등의결권(30%)과 차등의결권(70%)으로 나뉜다. 균등의결권을 가진 소형사들은 1사당 1표를 갖지만 규모가 큰 중대형사의 경우 분담금 비중에 따라 투표권이 차등 배정된다. 기존 균등의결권 비중은 40%였지만 이번 선거부터는 30%로 줄었다. 중대형사의 입김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회원사 대표(또는 대리인)들의 익명 투표로 진행되는 선거 방식과 더불어 현직 CEO들이 압도적 득표를 기록한 최근 두 차례 선거와 달리 모두 전직 CEO들이 후보로 나서 시작 전부터 판세 예측이 더 어려웠다. 이에 사상 처음으로 2차 투표까지 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서 전 대표의 압승이었다.
내년부터 새롭게 금투협을 이끌게 된 서 전 대표는 지난 1988년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본부장, 리테일사업부 대표 등을 맡았다. 다음으로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 대표를 거쳐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일했다.
"자금경색 해결·금투세 과세 체계 정비 나설 것"
서 전 대표는 투표 전 소견 발표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투자업계의 자금 경색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투협회장 취임 즉시 금투세 과세 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주장도 내놨다.
당선 후 기자실을 찾은 그는 "운용사 출신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기도 했지만 금투협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선물사 모두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라고 확신하고 선거에 임했다"며 "오히려 그런(운용사) 경험을 다 갖고 있는 게 결국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 전 대표는 "내년에 부동산발 자금 경색 사태가 금투업계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증권사가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워지면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며 이는 금융당국이나 유관기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서로 소통하면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또 "금투세가 2년 유예된 기간에 과세 체계를 더 좀 치밀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펀드의 배당소득 처분 문제나 증권사에 원천징수하는 과정에서 가중되는 부담 등과 관련해 업계와 협회, 금융당국이 같이 모여 TF를 구성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연말 최대 이슈였던 금투세 도입이 유예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증권사들의 자금경색 타개, 디폴트옵션 활성화 등의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그만큼 새 금투협회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서 전 대표는 금투협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본인이 강조한 것처럼 우선 금투세 시행 유예 결정에 따른 업계 혼란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 금투세는 여야의 합의를 통해 2년간 유예가 확정됐지만 증권사들이 시스템 준비를 위해 들인 매몰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협회의 금투세 시행에 대한 입장 번복이 최근 논란에 휩싸인 만큼 신임 회장의 소통 능력이 중요시된다.
아울러 제2거래소인 대체거래소(ATS)를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ATS는 협회와 증권사들이 참여한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내년 3월 말 인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 최종 승인 작업이 끝난 디폴트옵션을 통한 연금 투자 활성화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김기훈 (core81@bizwatch.co.kr)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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