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시늉만 … 중기 稅부담 완화도 정부안서 대폭 후퇴
기업 투자효과 9조8천억원
정부안보다 11조 줄어
중기 효과도 7200억 줄어
재계 "해외자본 유치 한계"
여야,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여야가 합의한 윤석열 정부 첫 예산인 2023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중 핵심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법인세법이다.
정부는 기존에 과표 △2억원 이하(세율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22%) △3000억원 초과(25%) 등 4개 구간에 걸쳐 법인세를 매겼다. 앞으로는 과표 3000억원을 넘는 기업의 최고 세율이 25%에서 24%로 낮아진다.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구간은 22%에서 21%로,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구간은 20%에서 19%로, 2억원 이하 구간은 10%에서 9%로 각각 조정된다.
문제는 이렇게 조정된 법인세가 내년 1%대 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마중물'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과표 3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는 당초 정부안에 비해 정책 효과가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경제 영향력이 큰 대기업 세 부담부터 낮춰 국민 경제 전반에 투자·고용 효과를 일으키는 낙수효과도 그만큼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23일 매일경제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1992~2021년 법인세율과 설비투자 간 회귀 분석모형을 통해 향후 경제효과를 추정한 결과 과표 3000억원 초과 기업 세율이 1%포인트 낮아지면 설비투자는 5.4% 늘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설비투자액이 180조4000억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총 9조8000억원의 투자효과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대로 3%포인트 세율 인하가 단행됐다면 21조5000억원의 설비투자 효과(투자 증가율 11.9%)가 발생한다. 정부안이 후퇴하며 국내 투자효과가 반 토막 난 것이다.
황상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최근 발표한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봐도 최고 세율 인하로 대기업 투자가 살아나고, 이 투자분이 중소기업으로 넘어가며 고용이 더 빠르게 회복되는 흐름이 뚜렷했다. 황 교수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율 1%포인트 인하 시 대기업 투자는 6.6%포인트 늘고 고용은 2.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업 투자에 물꼬가 트이며 중소기업 고용은 4.0%로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안 불발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세 부담 완화효과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애초 정부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에 적용되는 특례세율(10%) 구간을 과표 2억원에서 과표 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여야가 과표 확대를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7200억원이 넘는 세수 감소효과를 보지 못하게 됐다.
매일경제가 국세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법인세 개정에 따른 과표 구간별 중소기업 예상 세액을 분석한 결과 정부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 세수 감소분은 1조9610억원에 달했지만 이보다 후퇴한 여야 합의안 처리로 세수 감소액은 1조2401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쉽게 말해 법인세 개정 강도가 약해지며 중소기업의 세 부담 감소효과가 7209억원 줄었다는 뜻이다.
재계에서는 추가 법 개정으로 해외 경쟁국과 겨뤄볼 수 있는 수준까지 세율이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이번 법인세율 인하 폭으로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자본 유치를 촉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기업 과세체계의 추가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도 "최고 세율이 세계 수준보다 높아 미래 투자를 위한 여력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며 "내년에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지원 제도를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당초 내년 시행을 앞뒀던 가상자산 과세를 2025년까지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종전 법안대로라면 내년부터 250만원 넘는 수익을 올린 가상자산 투자자는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했지만 법안 처리에 따라 세금 납부 시기가 미뤄졌다.
[김정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우크라, 배치하면 파괴하겠다”…푸틴이 경고한 무기의 정체 - 매일경제
- “12억짜리가 4억에 거래?” 전세보다 싼 매맷값에 주민 ‘술렁’ - 매일경제
- “한번 입었을 뿐인데 ‘완판’”…이재용 공항패션에 난리난 패딩조끼 - 매일경제
- “저때 저런 USB·찻잔 있었다고?”...‘재벌집 막내아들’ 옥에 티 - 매일경제
- “이정도 빠졌으면 됐어”…주식 초고수들 SK하이닉스 저가매수 - 매일경제
- “둔촌주공 당첨됐는데 가족들이 말려요.”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주가 쳐다보기도 싫어요”...외국인 매도폭탄에 우울한 개미 - 매일경제
-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 영하 50도 한파에 일상 마비된 미국 - 매일경제
- 손흥민 내세운 메가커피...가맹점에 ‘60억 광고비’ 분담 논란 - 매일경제
- WBC 한국대표로 ‘현수’ 에드먼 뛸까? 가능성 UP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