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사과에도 뜨거운 아동학대 논란, 문제 키우는 '결혼지옥' 제작진 [이슈&톡]

김종은 기자 2022. 12. 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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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지옥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MBC에 이어 정신건강의학과의사 겸 방송인 오은영이 5일 만에 아동학대 옹호 논란에 대해 해명했으나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오은영과 출연 부부들을 위해서라도 제작진 측의 좀 더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로 해 보이는 순간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이하 '결혼 지옥')에서는 서로 육아에 대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고스톱 부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자는 이혼 후 아이를 홀로 키우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부부로 새 출발에 나선 이였다. 다만 문제는 새아빠와 아이의 관계였다. 아이는 새아빠를 '아빠'가 아닌 '삼촌'이라 부르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새아빠는 개의치도 않은 채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했다. 이 가운데 새아빠는 "싫다. 하지 말라"라고 말하는 아이의 엉덩이를 찌르거나 자신의 배에 올라타게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오은영 박사를 향한 실망감도 큰 모양새였다. 방송에서 오은영은 새아빠의 아이를 향한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애정 행각을 봐놓고도 녹화를 멈추거나 진지하게 경고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간 공감을 자아내는 솔직한 상담과 날선 시선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오은영이었던 만큼, 그의 조심스러운 모습에 팬들은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반감이 거세지자 MBC는 해당 장면을 편집하고 댓글을 막는 조치를 취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사건이 전북 익산 경찰서에 접수되기까지 했다. 현재 전북경찰청에 이첩됐으며, 여성청소년 수사대가 새아빠를 입건하기 전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은 MBC는 방송 이틀 만에 공식입장을 밝히고 고개를 숙였다. MBC는 먼저 공식입장이 늦은 이유에 대해 "출연자들의 방송 후 상황과 입장을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라고 설명하며,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선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MBC 측은 오은영의 미흡한 대처와 관련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불찰로 상당 부분 편집됐고, 이에 따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렸다. 앞으론 실제 현장의 분위기가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해명했다.

오은영도 늦게나마 해명문을 작성했다. 오은영은 "해당 방송분에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저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어 이에 몇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려 한다"며 앞서 MBC 측이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편집 과정에서 여러 내용이 누락된 탓에 오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편이 가엽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금이 아닌 과거 어린 시절 불행한 경험을 했던 것(부모의 이혼)에 대해 가엽다고 한 것이다. 남편의 불행을 연결시켜서 정당화하려고 했던 설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은영은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시청자분들의 아이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걱정, 감사드린다. 우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저와 오은영리포트 제작팀이 함께 반드시 지속적으로 살피겠다. 더불어 따끔한 지적과 충고들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MBC와 오은영이 연달아 의혹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나아질 것을 약속했으나 여전히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새아빠가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한 것과 오은영이 아동학대 신고의무를 저버리고 방송을 이어갔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 5시간 동안 지적했다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선 확인할 방도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작진에 있다. 현재 제작진은 이미 문제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임에도 VOD를 삭제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논란이 된 '주사 장면'만 편집했을 뿐이다. 아무리 본인이 원해서 출연을 했던, 방송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더라도 출연자들은 일반인 부부이고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건 제작진이다. 하지만 1주일이 다 되어 가도록 제작진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논란이 확대되는 걸 방관하고만 있는 중이다. "출연자들의 실질적인 행복에 기여하고 모든 시청자가 수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제작진이지만 오히려 출연자들의 감내해야 할 상처만 키우고 있다. 지금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기보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하거나 논란을 키우는 VOD를 삭제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출연자들을 보호해야 할 순간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결혼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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