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 이후 … 美빅테크 '최악의 겨울'
개인소비지출도 여전히 강세
美GDP 호조에 추가긴축 우려
기술주 낙폭 20년만에 최대
테슬라 이달 주가 36% 폭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실업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탄탄한 지표가 연준의 긴축 의지를 강화하는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미국 기술주들은 긴축 시계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직격탄을 맞으며 '크리스마스 랠리'는커녕 20년 만에 최악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와 상무부는 각각 미국 3분기 GDP가 전년 대비 3.2% 증가하고, 이달 3주 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1만6000건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먼저 3분기 GDP는 앞선 잠정치(2.9%)보다 높은 3.2%로 확정되면서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기술적인 경기 침체에 빠졌던 미국 경제는 3분기 급반전에 성공했고, 4분기에도 1%가량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상무부는 "소비자 지출, 비주거용 고정 투자가 종전 집계보다 늘어난 것이 전체 성장률을 더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수출 확대와 연방정부·지방정부의 지출 증가도 GDP를 상향 조정하는 데 일조했다.
연준이 주목하는 실업 부문에서도 시장 전망치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달 3주 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 전망치 22만2000건을 하회하는 21만6000건에 그쳤다. 지난달 3주 차에 예상치(22만5000건)보다 훨씬 많은 24만건이 보고되면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연준이 긴축 완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하지만 이후 4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측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국 고용 시장은 아직 과열 양상이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개인소비지출도 아직 상승세다. 에너지와 일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올해 1월 5.2%대로 측정된 뒤 계속 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은 4.7%를 기록하며 소폭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글로벌 금리 전략가는 "미국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소비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좋은 경제 지표가 추가 긴축 신호로 해석되면서 연말 주식 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실제 전기차 주도주인 테슬라는 할인 판매 전략이 독으로 작용하며 22일 주가가 9% 가까이 폭락했다. 경기 침체에 전기차 수요가 꺾이면서 할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염려감이 고조된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년간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며 주가 방어 의사를 내비쳤지만 최근 일련의 돌출 행동으로 불거진 '머스크 리스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8.88% 떨어져 125.3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종가(194.7달러)와 비교하면 이달 들어서만 35.6% 급락했다. 테슬라는 오는 31일까지 전기차 세단인 모델3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를 구입하면 각각 7500달러(약 962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는 이달 초 발표한 할인가 3750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큰 폭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러한 할인 행사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주가가 폭락한 것은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기술주들이 20년 전 닷컴버블이 터진 이후 최악의 12월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스닥100은 올해 12월에만 8.9% 급락했다. 이는 2002년 11.8% 하락한 이후 가장 골이 깊은 수준이다. 대다수 빅테크 주식이 지난 한 달간 내림세를 보였다. 애플은 12.47%, 아마존은 10.98%, 테슬라는 31.58%, 마이크로소프트는 3.79% 각각 하락했다.
[진영태 기자·실리콘밸리/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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