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쉰다지만, 우린 일해야죠"…중소·협력업체엔 '남일'

김예원 기자 2022. 12. 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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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소진이요? 마지막날까지 회사 나와서 일해야죠."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26)는 올해 남은 연차를 소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중소기업계 분위기와는 달리 최근 몇 년간 LG 등 주요 대기업에선 연차 소진 등을 독려하는 연말 장기 휴가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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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및 업무 과중으로 연차쓰기 눈치보여"…고충 토로
'휴식 양극화' 막기 위해선 인식 제고와 정부 지원 절실
서울 종로구 한 사무실. 2020.10.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연차 소진이요? 마지막날까지 회사 나와서 일해야죠."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26)는 올해 남은 연차를 소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크리스마스 및 연말 특수로 마감이 닥친 업무가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지금 연차를 사용하면 다른 동료에게 업무가 과중돼 기한 내 일을 끝마치지 못할까 걱정이다.

A씨는 "직종마다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대기업이나 몇몇 플랫폼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12월 마지막 주를 '겨울방학'처럼 휴가로 받았다고 한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탄절을 포함한 연말을 앞두고 장기 휴가 권장 등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엔 꿈같은 이야기다. 인력 부족 및 촉박한 마감기한 때문에 연차를 마음놓고 쓸 수도, 소진을 독려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11월 직장인 346명을 대상으로 '올해 연차 소진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8명(78.6%)은'올해 안에 사용해야 할 연차가 남아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46.5%는 '남은 연차를 올해 안에 모두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직장인 3명 중 1명(37.9%)는 '과한 업무량'을 꼽았다. '특별한 일이 없어서'(37.5%), '상사와 동료 눈치가 보여서'(33.5%)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20대 이모씨는 "한 팀당 3~4명 정도로 규모가 작아 팀원 한 명이 코로나 19에 걸렸을 때도 업무 과부하가 걸렸다"면서 "연말엔 일이 몰려 손이 비면 더욱 문제다. 수당을 받을지언정 연차를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계설비업에 종사하는 40대 B씨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거래 업체 중 일부 대기업은 연말 휴가를 길게 보내는 식으로 연차를 소진하더라"며 "협력 업체 입장에선 거래일자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휴가는커녕 자정까지 잔업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입을 열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연말 휴가를 주려면 어느 정도 대체 인력이 확보가 돼야 가능한데, 이쪽 분야는 일을 하겠다고 오는 사람 자체가 없다"며 "기일에 맞춰서 업무를 끝내려면 연말 휴가는 사치다. 연차 대신 수당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중소기업계 분위기와는 달리 최근 몇 년간 LG 등 주요 대기업에선 연차 소진 등을 독려하는 연말 장기 휴가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추세다.

LG그룹은 모든 임직원에게 26일부터 한주 가량 휴가를 권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LS그룹은 남은 연차 소진을 위해 연말 장기 휴가를 독려한다. 한화시스템도 '단체휴가'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마지막 주 휴무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창립기념일(29일) 휴무를 하루 미루는 식으로 전직원에게 사흘 연휴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연말에 남은 연차 소진을 독려하고, 이마트는 마지막 근무일(30일)을 '리프레시 데이'로 지정해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되던 연말 휴가가 직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아 다른 기업에도 확산되는 걸로 안다"며 "앞으로도 종무식 등 별도 연말 행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축소해 휴식권을 보장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다만 이같은 대기업 위주의 연말 휴가 관행은 자칫 근로자 간 '휴식 양극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충분한 휴식이 회사의 생산성 향상과도 직결된다는 인식 공유가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생산성 측면에서 휴식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사정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수준 향상에 투자한 경우 정부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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