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개월 끌다 반도체 찔끔 세액공제…이러려고 법 개정했나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K칩스법'이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늘리는 데 그친 것이다. 여야는 이런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23일 본회의에 상정했는데 실망스러운 결과다. 'K칩스법'은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장 자격으로 8월 초 대표 발의했다. 당초 여당은 설비투자액 대비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은 현행 6%에서 20%로, 중견기업은 8%에서 25%로 올리자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특혜'라며 각각 10%와 15%를 제시했다. 여야는 4개월이나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기업 세액공제만 8%로 올리는 정부안을 수용했다. 결국 야당안보다 못한 반쪽짜리 'K칩스법'을 만든 것인데 이러려고 법을 개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대만 등 반도체 강국들은 설비투자와 공장 건설에 대해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공포한 '반도체 칩과 과학법'에 따라 반도체 산업에 수백조 원을 투입하고 시설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대만도 설비투자 세액공제 폭을 10%에서 25%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국회가 'K칩스법'을 발의한 것은 반도체 경쟁국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작 2%포인트 세액공제 상향으로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 의원은 여야가 법안 처리를 질질 끌자 "반도체는 시간과의 싸움이며 투자 시기를 놓치면 산업 주도권을 놓친다"고 했는데 옳은 지적이다.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부와 국회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고 세제 혜택도 더 늘려야 한다. 반도체 강국들과 경쟁하기 위한 최소한 조치는 찔끔 세액공제가 아닌 제대로 된 'K칩스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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