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워밍업 끝낸 AI
두 개의 인공지능(AI) 이야기로 연말이 떠들썩하다. 얼굴 클로즈업 사진 10~20장을 업로드하면 다양한 화풍의 초상화를 200장씩 그려주고, 사람 뺨치는 챗봇 프로그램이 그럴듯한 소설과 비평, 자기소개서 문구까지 써준다. AI 기술이 언제 이렇게 발전했나, 놀랍고 무서울 지경이다.
최근 페이스북 피드는 낯선 초상화 그림으로 도배되곤 했다. AI 일러스트 앱 '렌사(Lensa)'가 그려준 초상화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5900원을 결제하면 20분 만에 200장의 초상화를 내려받을 수 있다. '매직 아바타'라는 서비스명처럼, 나와 꼭 닮은 것 같지만 단점은 지우고 장점만 부각시킨 예쁜 그림들이다. 어디서나 주목받고 싶은 원초적 욕망을 공략한 덕에, 한 달도 안 돼 10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불과 일주일 새 820만달러를 결제했다고 한다.
오픈AI가 지난 1일 공개한 대화 전문 챗봇 '챗GPT'도 화제다. 시나 소설, 에세이처럼 양식을 정해주면 사람이라 해도 믿을 만큼 유려한 글을 써낸다. '다음 월드컵에서 어느 나라가 우승할까' 같은 간단한 질문을 던지면, 근거와 논리를 포함한 두세 문장의 답변을 내놓는다. 기존 챗봇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수준이 높아서, 구글 검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너무 뛰어난 렌사와 챗GPT를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지나치게 날카롭게 갈아놓은 칼을 보는 것 같다. 누가 칼자루를 쥐느냐에 따라 흉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벌써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백인 위주 데이터를 학습한 렌사는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고, 챗GPT는 틀린 정보도 맞는 것처럼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도 이 두 AI는 매일 전 세계인이 입력하는 얼굴 사진과 문장들을 수백만 건씩 학습하며 진화하는 중이다.
'AI is warming up.' 렌사가 일러스트를 그리는 동안, 화면에는 이 문구가 뜬다. 그러나 챗GPT 같은 AI는 제 본심을 숨길 줄도 아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워밍업은 이미 한참 전에 끝났는데, 인간만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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