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2030 엑스포 유치전쟁
경제·한류 우위를 살려서
회원국별로 맞춤 카드를
자존심 센 아라비아인에겐
약점 공격보단 강점 살려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이 뜨겁다. 대전·여수 엑스포는 인정박람회였지만 부산이 도전하는 등록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 중 하나다. 등록박람회는 5년마다 6개월간 열리며 참가국은 자비로 전시관을 짓고 참여한다. 부산이 2030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7번째 국가가 된다. 유치 경쟁 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이탈리아는 국민 지지도가 낮아 부산과 리야드 두 도시 간 경쟁으로 압축되었다. 올림픽과 월드컵 유치에 참여하고 사우디에서 근무했던 필자의 경험을 살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의견을 제시한다.
1년 후 파리의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 표결을 앞두고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이 필요하다. 수천 년 전통을 지닌 아라비아 상인은 평소 사막의 낙타와 같이 느리고 어수룩해 보여도 결정적 순간에는 사막의 여우처럼 지혜롭고 민첩하다. 우리 정부와 대기업이 BIE 회원국을 만나 교섭하는 사진과 기사가 빈번하게 국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우리 외교활동을 공개하여 경쟁국에 카드패를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험난한 사막에서 유목생활을 해온 아라비아인은 조용히 주요국 핵심 인사를 만나는 히든카드 외교를 하고 있다.
엑스포는 문화·산업·과학박람회로도 불린다. 사우디는 탈석유경제 시대를 열기 위한 비전 2030의 일환으로 네옴시티, 홍해 관광벨트, 세계 최대 킹살만 국제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조 달러의 국책 프로젝트 참여 기회 보장과 막강한 오일외교로 BIE 회원국의 표밭을 일구고 있다. 사우디는 아랍연맹 22개국과 이슬람국가 43개국 지지를 얻는 데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은 10대 경제대국이자 한류문화대국으로 사우디의 오일파워 외교에 대응할 수 있도록 170개 회원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문화·교육·통상·과학기술 협력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엑스포 홍보대사인 BTS는 전 세계에 2000만명의 강력한 팬덤 아미(Army)를 거느린 세계 최고 팝그룹이다. BTS 멤버 진이 이달에, 슈가는 내년에 군 입대로 팝그룹 활동을 중단해 유치전에서 천군만마를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
필자는 2022 월드컵 한국유치단의 일원으로 2010년 스위스 취리히 FIFA 총회에 참석했다. 2018 월드컵 유치전에는 러시아와 잉글랜드가, 2022 월드컵 유치전에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카타르가 참가하였다. 마지막 득표 활동 후 2018 월드컵은 러시아가, 2022 월드컵은 카타르가 개최권을 확보했다. 영국, 한국, 미국, 일본, 호주는 천연가스 대국의 오일파워 외교에 속수무책이었다.
사우디는 1970~1980년대 한국이 어려울 때 세계 오일쇼크를 극복하고 중동 건설 붐으로 한국 경제 개발의 종잣돈을 마련하게 해준 고마운 나라다. 칼리드 국왕과 파드 국왕 시대에 꽃을 피운 한·사우디 협력관계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시대에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사우디는 마호메트가 태어나고 묻힌 메카와 메디나 두 이슬람사원의 관리자로 종교적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왕국이다. 아라비아인은 다른 사람의 작은 비난도 큰 모욕으로 여긴다. 유치 과정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지 말고 우리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2025 오사카엑스포는 대륙 안배론으로 부산엑스포에 악재가 될 수 있고 카타르의 성공적 월드컵 개최로 사우디의 엑스포 유치 열망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3차례 도전 끝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한국인의 도전정신이 살아 있다. 이런저런 악재를 딛고 내년 말 표결까지 최선을 다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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