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도 일기예보로 비행기 결항을 예측할 수 있을까

강한들 기자 2022. 12. 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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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전역에 몰아친 폭설과 강풍의 영향으로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운항이 줄줄이 중단된 23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도착층 전광판에 항공기 결항 표시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제주에 강풍을 동반한 많은 눈이 내리고, 다른 지역 공항의 폭설까지 더해지면서 제주국제공항의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했다. 이날 제주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448편 중 절반이 넘는 279편이 결항했다. 결항 사태는 23일에도 이어졌고 1만여명 관광객과 도민의 발이 묶였다.

예정대로 비행기를 타지 못 하는 일은 개인에게 큰 사고다. 여행을 비롯한 모든 일정이 줄줄이 꼬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기 예보를 통해서는 비행기 결항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

기상청의 예보는 ‘사람 중심’이다. 오늘 날씨가 어떤지, 옷을 얼마나 두껍게 입어야 할지, 우산은 챙겨야 할지, 시민들에게 위험한 기상 현상은 없는지를 주로 알려준다. 그러니 기상청 예보만 보고는 비행기가 제시간에 뜰지 말지 알기 힘들다. ‘일반 예보’는 비행기를 고려하지 않는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상청’의 ‘항공 날씨’를 보면 된다. 각 지역의 공항 근처 날씨, 기온, 풍향, 풍속, 운고, 시정(가시거리), 측풍 등 정보가 있다. 다만 전문가가 아니면 이 정보들이 비행기의 이착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23일 하범철 항공기상청 제주공항기상대 예보 담당 주무관에게 시민들이 항공기상청의 예보를 보고 ‘이착륙’ 여부를 추측할 수는 없는지 물었다.

하범철 항공기상청 제주공항기상대 예보 담당 주무관. 제주공항기상대 제공.

항공기상청은 비행기를 운항하는 ‘운항관계자’를 중심에 준다. 항공기상청이 만든 예보는 주로 항공기 조종사가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한 참고자료, 각 항공사의 비행기 일정을 관리하는 운항관리사의 기초자료 등으로 쓰인다. 항공관제 관계자, 공항 공사 등에도 전달된다.

일반적인 기상 예보는 기상 예측 모델을 이용해 나온 결괏값을 참고해 넓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기상 현상 전반을 전한다. 하지만 항공기상청은 공항 반경 8㎞의 영역에 예보 역량을 집중한다. 예보의 초점을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지’에 맞춘다. 하 주무관은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라면 시민들에겐 비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부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충청권·전라권을 중심으로 눈이 내린 23일 제주공항 활주로에 눈이 쌓여 있다. 제주공항기상대 제공.

이번 제주의 사례에서 비행기 결항의 가장 큰 이유는 바람의 방향과 풍속이다. 비행기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이륙할 때 양력을 가장 크게 받아 잘 뜬다. 하지만 23일 제주공항에서는 바람이 활주로 방향과 거의 수직으로, 비행기의 ‘옆구리’ 쪽에서 강하게 불었다. 하 주무관은 “비행기의 옆구리 쪽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 비행기가 이륙하기 어렵다”며 “여기에 눈까지 와서 활주로가 미끄러웠다”고 설명했다.

항공기상청의 예보는 일반 시민이 보기에는 ‘암호’ 같다. 기상 관측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정한 ‘기상 전문’으로 쓰여 있다. 예보에 있는 문구 중 ‘32028G50KT’는 ‘바람이 320도 각도에서 28노트 풍속으로 분다. 최대순간풍속(거스트)은 50노트’라는 정보를 담고 있다.

23일 오전 5시 기준 항공기상청의 제주공항 예보. 항공 운항 지원 기상서비스 갈무리.
23일 오후 4시 기준 제주공항 예보. 항공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시민들이 풍향, 풍속과 같이 공개된 예보를 보고 비행기 운항 여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항공사별로 각각 조종사의 면허 등급, 기체 크기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기상청이 정하고 있는 ‘특보’ 기준을 살펴보면 비행기의 운항 여부를 추측할 수는 있다. 항공기상청 홈페이지의 ‘공항 날씨’나, 항공 운항 지원 서비스의 ‘공항 기상정보’를 보면 날씨, 적설, 기온, 풍향, 풍속, 운고(구름 높이), 시정 등이 나온다. 하 주무관은 이 중 풍향·풍속·측풍 등 바람에 대한 정보와 운고, 시정을 유의해서 보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강풍 특보의 기준은 풍속이 25노트 이상이고, 순간최대풍속이 35노트가 넘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 발효된다. 풍향도 중요하다. 비행기의 옆구리 쪽으로 부는 바람은 비행기 이착륙에 큰 방해요소다.

시정·운고는 공항마다 기준이 다르다. 하 주무관은 “제주공항의 경우 시정은 800m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저시정경보가 발효되고, 운고는 200피트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 구름고도경보가 발효되는 식”이라며 “강풍·풍향·운고·시정 각각의 특보 기준에서 차이가 클수록 ‘더 위험하겠구나’하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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