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 한국 컨트리 송과 김세레나
K팝은 세계가 환호하는 월드 뮤직으로 위대한 비상을 했다. 하지만 지금 나라 안 대중가요는 우리 노래를 미처 다 챙기지 못하고 있다. 1960~1980년대 전반까지 트로트와 함께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민요가 행방불명이다.
K팝의 그늘에 가려 침체했던 트로트는 다시 자리를 찾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민요는 아직도 잊힌 계절이다.
민요야말로 우리 민초들의 흥과 한, 해학과 애수를 노랫가락에 실은 자생적 구전가요다.
때문에 경기민요, 남도민요, 강원도아리랑, 진도아리랑처럼 같은 노래여도 지역의 정서와 풍습에 따라 가락과 가사에 차이가 있다. 진정한 우리의 컨트리 뮤직이다.
민요의 붐은 1965년에 일었다. 1964년 동아방송 '가요백일장'의 연말 장원을 한 김세레나(본명 김희숙·서라벌예대 음악과 졸업)가 1년 동안 준비 끝에 '갑돌이와 갑순이' '새타령' 등을 노래한 민요 앨범으로 데뷔했다.
"제가 가요도 하고 국악도 해서 가요와 국악의 접목 지점인 민요를 하고 싶었어요. 그게 바람이 일어 민요 가수가 됐지요." 김세레나의 회고다.
그리고 '창부타령' '님타령' '선화공주' '성주풀이' '만고강산' '까투리사냥' 등 부르는 민요마다 국민의 애창곡이 되고 '민요의 여왕'이 됐다. 김세레나의 '갑돌이와 갑순이'를 들으면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다. 3분 동안에 스토리가 있고 흥이 있고 사랑과 애수가 있다.
이제 K팝도 민요를 '한국의 컨트리 송'으로 정립하고 '월드 뮤직'으로 승화시켜 K팝의 다양성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방송도 트로트를 부활시킨 멋진 모습으로 민요에 시선을 주고 대중가요의 폭을 넓힐 때가 아닌지.
민요의 K팝 시도는 이미 1982년에 있었다. 펄 시스터즈의 배인숙이 '창부타령' '님타령'의 앨범을 내면서 미국 뉴욕의 건반 연주자 겸 '세서미 스트리트'의 음악감독 셰릴 하드윅의 프로듀싱과 편곡으로 민요 리듬에 서구적 랩을 접목시켰다.
시대를 앞선 작업이었다. 지금 들어도 가슴에 오는 모던 K팝이다. 배인숙은 "꿈을 가지고 시도했는데 혼자서 너무 힘이 들어 앨범을 내고 활동을 그만뒀어요"라고 아쉬워했다. 민요가 다시 대중가요로 돌아오고 한국의 컨트리 뮤직으로 거듭나는 게 꿈이 아니었으면 한다.
임인년 호랑이해도 이제 저물고 있다. 숨 막힌 시간 잘 견뎌왔다. 우리 모두 승자다. 2022년, 나는 매일경제와 함께했다. 덕분에 훌륭한 분들의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공부했다. 뜻있는 해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감사 인사드리고 우리 모두에게 웃음이 되는 새해, 계묘년 토끼의 해가 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아듀! 임인년.
[신대남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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