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수의 레저홀릭] 수상한 위치추적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2. 12.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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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노라드)라는 게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통합 방위 조직이다. 평상시 이들의 임무, 막중하다. 우주의 위성 상황뿐 아니라 지구의 핵미사일, 전략 폭격기의 동향을 살핀다.

연말, 이곳은 두 배로 바빠진다. 매년 어김없이 '특별한 미션'이 떨어져서다. 그 미션이란 게 재밌다. 위치 추적이다. 도대체 누구의 뒤를 쫓는 걸까.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북한 김정은을 제쳐두고 이들이 추적하는 대상, 그게 놀랍다. 산타할아버지다. 과연 가능한 일인가.

'미션 임파서블' 임무의 시작은 매년 12월 24일 0시다. 0시에서 1초, 딱 떨어지는 그 순간부터 전 세계를 훑는다. 시작점은 북극. 이후 러시아와 남태평양까지.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거미줄 방공레이더망을 활용해 '산타클로스' 위치 추적이 진행된다.

말도 안 되는, 이 황당한 서비스가 70년이나 이어지고 있다면 믿어지시는가. 때는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어린이가 우연히 노라드에 전화를 건다. 수줍게 "산타와 통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당시 전화를 받은 사령부의 한 대령이 그만 이 순수함에 넘어가고 만다. "통화는 할 수 없지만 위치는 알려줄 수 있다"고 답을 했고, 그게 매 연말 산타 위치 추적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추적 과정은 홈페이지나 휴대폰으로도 볼 수 있다. '산타 동심'을 간직한, 수억 명의 사람은 매년 이 사이트를 통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고 순수함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연말 순수함의 핫플레이스가 꽤 많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화천군의 산타우체국이다. 빨간 목조 건물. 정문 앞에 산타와 빨강 우체통이 서 있는 희한한 이곳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핀란드 산타마을 로바니에미가 승인한 한국 본점이다. 화천군이 산타클로스 우체국 본점 상표의 독점권을 승인 받은 게 2016년이다. 이곳에서 순수함은 편지로 이어진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산타에게 편지를 쓴 뒤 우체통에 넣는다. 그 편지는 핀란드 진짜 산타마을로 간다. 핀란드 정부 공인 '진짜' 산타가 크리스마스 즈음 답장을 보내준다. 오지 중의 오지 경상북도 봉화군의 분천역도 순수함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다. 365일 산타 마을 콘셉트 하나로 이 분천역이 달성한 경제효과만 40억원이 넘는다.

이번 연말도 특별하다. 코로나로 사실상 폐쇄됐던 산타마을 문이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세상사, 속도가 아무리 빠르게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희망과 순수함이라는 두 가지다. 전쟁이 발발하고 바이러스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이 둘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예외 없는 규칙은 없는 법. 그 예외 사례가, 공교롭게도 , 우리 집에 버티고 있다.

아니, 세상이 요동을 쳐도 희망과 순수함은 남는 법인데, 아들 녀석, 쿠팡과 옥션에서 게임기를 주문해 달라며 12월 내내 조르고 있다. "산타할아버지가 그런 거, 가져다줄지 모르겠네." 음흉하게 받아쳤더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아빠인거) 다 알아. 카드 그어. 삼성페이도 돼." 파괴된 동심 회복을 위해 이번 주말에는 강원도 화천 산타우체국이나 들렀다 와야겠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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