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중재안·여야 질타·본회의 강수…예산안 합의 이끈 김진표 의장

전민 기자 2022. 12. 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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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와 20여 차례 회동에 공관 만찬…尹에 준예산 위험성 언급
"정통 경제관료 출신 경륜 십분 발휘…어느 쪽도 독주 못하게 제어"
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관련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 나갔던 예산안 협상의 막판 극적 합의 배경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끈질긴 중재와 설득, 독려가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5선 의원을 지내며 원내대표를 역임하는 등 여야 협상 경력이 많은 김 의장의 리더십이 여야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 의장이 기획재정부 베테랑 관료 출신으로 예산안과 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도 극적 합의에 보탬이 됐다고 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번 예산안 협상과정에서 총 3차례의 중재안을 여야에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되 2년을 유예하고,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등을 1차 중재안에 담아 제시했다. 당시 김 의장은 직접 중재안을 들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주호영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만나 설득했다.

여야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시행령 설치기구 예산 등을 놓고 협상 교착에 빠졌던 지난 15일에는 두번째 중재안을 내놨다. 중재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p)만 인하하고,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예비비로 지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이 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여당이 난색을 표하며 의견 표명을 보류하자 김 의장은 세번째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 중재안에는 법인세를 과세표준 구간별로 1%p를 인하하고 경찰국,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편성하되 50%를 감액한 후 향후 이견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 대안을 마련해 반영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여야 협상을 풀어내기 위해 소통에 나섰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로 협상이 교착에 빠지자, 야당 입장대로 국조특위를 구성하되 여당 입장을 반영해 국정조사는 예산안 처리 이후 진행한다는 중재안을 내 다시 협상 물꼬를 틔우기도 했다.

예산안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20여차례의 공개·비공개 회동을 주재했고, 이달초에는 양당 원내대표를 공관에 불러 만찬 회동을 하며 대화를 이끌어냈다.

여야가 4차례의 협상 시한을 넘겼지만, 김 의장은 '절대로 준예산 처리는 없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중재를 이어왔다.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벌어지면 중소기업 지원과 소상공인 금융지원, 사회간접자본(SOC) 등 각종 재량지출 집행이 불가능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 출신 의장이면서도 야당의 비판을 무릅쓰기도 했다.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로 정국이 급랭 되자, 민주당의 비판을 무릅쓰고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늦췄다.

협상이 막힐 때는 여야를 강하게 질타하며 중재를 촉구했다. 예산안 협상 4차 시한을 앞둔 지난 18일 양당 원내대표와 공개회동에서는 "우리 경제를 살려내고 취약계층을 도우려고 하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이라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여야 협상에 또다시 교착 기류가 포착되자 이날 오후 본회의를 잡아 예산안 처리를 공언하는 강수를 뒀다. 결국 김 의장의 최후통첩 이후 여야는 전날(22일) 협상에 성공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실, 정부에 대한 설득과 소통에 나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서는 준예산의 위험성과 이상민 장관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준예산은 헌정사상 한번도 시행되지 않았고, 미국에서는 준예산에 해당하는 셧다운 발생 시 일주일마다 경제성장률이 0.1~0.2%p씩 감소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장관의 거취 문제가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협상 막바지였던 지난 21일에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상목 경제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예산안 합의의 시급성과 준예산의 위험성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해달라"고 당부하며 설득에 나섰다.

같은 참여정부 출신인 한덕수 국무총리, 기재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서의 경험과 경력,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 예산안과 관련한 적절한 중재안을 여러차례 걸쳐 제시했다"며 "여야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독주하지 못하게 제어하면서도 양쪽 다 얻는 것이 있었고, 관록과 경륜을 십분 발휘해 최종적으로는 난망했던 예산안의 합의를 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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