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만에 끝난 국민의힘 ‘당원만 투표’ 개정…‘친윤·비윤’ 갈등 남겼다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 선거 방식을 ‘당원투표 100%’로 바꾸는 전당대회 규칙(룰) 개정을 23일 논란 속에 마무리했다. 친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규칙으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논란을 무릅썼다. 반대를 억누르고 ‘속전속결’한 결과 전당대회 시작 전부터 당이 친윤·비윤으로 찢긴 모습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대표·최고위원의 선출 선거를 ‘당원투표 100%’·‘결선 투표제’ 방식으로 치르도록 규정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전국위원회·상임전국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전국위 찬성 91.19%, 상임전국위 찬성 97.6%의 압도적 지지였다. 정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회의에서 “곧 ‘100만 책임당원 시대’가 열린다. 당심이 곧 민심인 시대”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당헌 개정 내용을 확정·의결한 지 4일 만의 ‘속전속결’이다. 당 지도부가 키를 쥔 데다 다수 의원이 찬성을 표해 개정 작업이 빠르게 이뤄졌다. 이로써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앞으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게 됐다.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엔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도 당원 100% 여론조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심 100%로 개정한 상황에서 컷오프를 국민 여론조사로 실시하면 어색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당선된 지난해 전당대회는 당원 50%·일반 국민 50%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7명 후보자 중 5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다만 후보가 난립하지 않으면 컷오프를 시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컷오프 시행 방식은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다.
개정 작업은 내내 논란거리였다. 중도층 지지세가 강한 대신 ‘당심’에서 열세인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비윤계에 불리한 제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도 김기현·권성동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누구든 2등 안에만 들어가면 새 투표에서 표를 모을 수 있어 친윤계에 유리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심’에 따른 개정이라는 의혹도 받았다. 윤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 선호를 밝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결국 전대 룰 개정 찬·반 구도와 친윤·비윤 구도가 일부 겹쳤다. 유 전 의원은 “승부조작”이라며 반발한 반면, 친윤계 대표격인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이 불거진 김 의원은 전대 룰 개정을 적극 찬성했다. 지난달 ‘당원 투표 90%로 전당대회 룰 개정’ 소문에 “생전 들어보지 못했다”던 정 위원장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당원 투표 100%’ 개정에 앞장섰다.
당내 찬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날인 22일 “임박해서, 사안이 생긴 다음에 당헌·당규를 바꿔대는 것이 정당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개정을 비판했다. 룰 개정에 찬성하는 김 의원과 장 의원의 연대설(김장연대)를 두고는 “새우 두 마리가 모이면 새우 두 마리”라며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고 낮잡아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이번 전당대회에서 고래와 고등어가 함께 싱싱하게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 전 대표에게 반박했다. 비대위는 이르면 오는 26일 전당대회 선관위원장을 지명하고,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대 개최 날짜로는 내년 3월8일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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