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진짜 5G' 장밋빛 키우더니…28㎓ 주파수 할당 취소(종합)
계륵 주파수 할당 취소 오히려 좋아?…SKT "서비스 지속 위해 정부 지원 필요해"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 사태가 결국 현실화됐다. '계륵'이었던 5G 28㎓ 대역 할당이 취소된 KT와 LG유플러스는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이번 처분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SK텔레콤은 할당 취소를 면했음에도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사실상 서비스 지속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이번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에 따라 신규 이동통신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통신 3사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파이를 나눠가져 가야 할 가능성도 있다.
◇2000억 주파수 할당 취소에도 '이견' 없이 '겸허히 수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KT와 LG유플러스에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를 최종 확정했다. 국내에서 주파수 기간 만료 전 할당이 취소된 첫 사례다. SK텔레콤은 턱걸이로 주파수 할당 취소를 면했으며, 이용 기간 단축(6개월) 처분을 받았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8일 할당 조건 미이행에 따른 제재 처분을 이동통신 3사에 사전 통지하고, 이달 5일 최종 처분 전 의견 청취를 위한 청문을 실시했다. 청문 과정에서 통신 3사는 처분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다.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정부는 28㎓ 대역을 1만5000개 장치 구축을 조건으로 부과했지만, 통신사들이 구축한 장치는 10%대에 불과하다. 3사의 장비 구축 실적은 대동소이 하지만, SK텔레콤은 향후 계획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턱걸이로 주파수 할당 취소를 면했다.
통신 3사는 28㎓ 주파수에 각각 2000억원을 들여 5년간 할당받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취소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KT는 "28㎓ 주파수 대역의 열악한 전파 특성 및 현실적 한계로 정부와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정부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진짜 5G? 28㎓ 주파수가 뭐길래
28㎓ 대역 주파수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알려지면서 '진짜 5G'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초고주파 대역을 활용해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끌 것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대역(Mid-Band)으로 분류되는 3.5㎓ 주파수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6㎓ 이하 주파수를 사용하는 5G 네트워크는 LTE보다는 속도가 빠르지만, 28㎓ 초고주파를 이용한 5G보다는 느리다. 그러나 28㎓ 대역은 장애물을 피해서 가는 회절성이 약해 더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해 비용 부담이 높다.
이 때문에 더딘 장비 구축과 마땅한 활용법을 찾지 못하면서 28㎓는 5G 품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 수준에 불과한 의무 구축 이행률이 문제가 됐다. 결국 28㎓ 주파수는 통신사 입장에서 '계륵'으로 남게 됐다.
◇할당 취소 면한 SKT, 오히려 복잡해진 셈법
이 같은 상황에서 할당 취소를 면한 SK텔레콤은 오히려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날 SK텔레콤은 정부의 발표 직후 "28㎓ 주파수 관련 투자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그간 사업화 제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2023년 5월까지 부여된 기지국 1만5000대 구축 의무 역시 현재까지의 장비, 서비스 등 관련 생태계 진전 상황 고려 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28㎓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 유지를 위한 주파수 지속 사용 및 조건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당사는 국민 편익 확대 차원에서 서비스를 지속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5월까지 의무 할당된 기지국 1만5000대 구축 조건을 지키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없으면 사실상 서비스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SK텔레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똑같이 평가받고 할당 취소 받은 사업자들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SK텔레콤에 대해서 1만5000대 하기로 했던 것을 더 경감을 해준다든지 이런 부분은 조금 부적절해 보인다"며 "일관성을 지켜야 되는 정부 입장에서 일단 그것(SK텔레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는 저희가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없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촉박한 거는 이해를 한다"면서도 "다만, 확인해보니 장비 조달에는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아직은 5개월 이상이 남아 있기 때문에 1만5000장치를 구축하고 안 하고는 SK텔레콤의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확정하는 청문 절차에서 1만5000대의 기지국 의무 할당 조건을 줄여달라고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28㎓ 지하철 와이파이는 지속…신규 사업자 정책은 내년 1월 발표
이처럼 통신 3사는 28㎓ 주파수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이번 처분에 따라 신규 이동통신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현재 28㎓ 대역 상용화를 위해서 6㎓ 이하 '앵커 주파수'(신호제어용 주파수)가 필요한데, 이를 제어용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이용자 대상 통신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제4이동통신사가 등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현재 기술로는 28㎓를 단독으로 쓰는 칩을 제조하진 않기 때문에 신호를 제어하는 부분에 대해서 앵커 주파수가 필수적이다"며 "1월까지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이 주파수만이 아니라 다른 지원 부분들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취소된 2개 대역 중 1개 대역에 대해 신규 사업자 진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추가 검토를 거쳐 내년 1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28㎓ 대역을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는 통신 3사가 공동 구축 및 운영을 이어간다. 과기정통부는 청문 과정에서 KT와 LG유플러스가 지하철 와이파이에 대해선 지속 구축·운영 의사를 밝혔다며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예외적 조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의 지속 운영 방안 등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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