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로 美에서 조롱받던 현대차, ‘10년·10만마일 보증’으로 반전

고성민 기자 2022. 12.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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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출 첫해 ‘10대 상품’으로 뽑혔지만
고장 잦아 차종 늘려도 판매량은 감소
AS 강화로 품질 정면돌파해 시장 안착

‘차 1대 살 가격으로 ‘액셀’ 2대를 살 수 있습니다.’ ‘대출받지 마세요(Debt End).’

미국에서 누적으로 150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현대차는 1986년 미국에 소형 세단 액셀을 처음 수출하며 이같은 광고를 내걸었다. 저렴한 가격을 판매 전략으로 내세운 것이다. 당시 액셀 기본형의 가격은 4995달러로, 경쟁사 자동차 가격의 절반에 불과했다.

현대차가 1987년 '액셀'을 판매하며 내건 광고. /현대차 제공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액셀 1000여대는 1986년 1월 울산항에서 ‘올리브 에이스호’에 실려 태평양을 건넜다. 로스앤젤레스(LA)항에 도착했을 땐 당시 현대차 미국법인을 맡던 박성학 사장이 손수 ‘수출 1호 액셀’을 몰고 운전석에서 손을 흔들며 하역했다.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 자동차를 처음 수출한 순간이었다. 반값 자동차를 팔던 1980년대와 달리 요즘에는 마진율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가 판매를 이끈다.

◇ ‘반값 車’ 액셀, 품질은 조롱거리

‘반값 자동차’ 액셀은 미국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출시 첫해인 1986년에 연간 16만8882대를 팔며 ‘미국 내 수입차 회사의 진출 첫 해 최다 판매 기록’을 썼다. 미국경제지 포춘은 그해 액셀을 ‘미국의 10대 상품’으로 꼽았다. 이듬해엔 26만3610대를 판매하며 판매량을 대폭 늘렸고, 도요타를 누르며 미국 시장에서 수입 소형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14년 8월 현대차 미국 앨라바마 공장을 방문해 쏘나타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1989년 ‘쏘나타’, 1990년 스포츠 쿠페 ‘스쿠프’, 1991년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를 연이어 투입하며 수출 차종을 늘렸지만, 품질이 나쁜 ‘싸구려 차’라는 조롱을 받으며 판매량은 오히려 매년 줄었다. 미국 내 연간 판매량은 1988년 26만4282대에서 1989년 18만3261대, 1990년 13만7448대, 1991년 11만7630대, 1992년 10만8796대 등으로 떨어졌다.

고장이 잦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 시기 미국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은 ‘우주에서 할 수 있는 10가지 장난’ 중 하나로 ‘우주선 내부에 현대차 로고를 붙이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고장이 잘 나는 현대차 로고를 보면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하지 못한다고 걱정해 깜짝 놀랄 것이라는 조롱이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2000년 전까지 저렴한 중소형 세단만 값싸게 팔았다. 현대차에 따르면, 1986~1990년엔 액셀(94만대), 쏘나타(6만대), 스쿠프(7000대)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액셀이 전체 판매량(100만7000대)의 93%를 차지했다. 1991~2000년에도 아반떼(46만대), 엑센트(28만대), 쏘나타(21만대), 액셀(20만대), 스쿠프(8만대)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그래픽=이은현

◇ ‘10년·10만마일 보증’ 승부수… SUV·전기차로 차종 확대

현대차는 1999년 ‘10년·10만마일 워런티(보증수리)’라는 공격적인 애프터서비스(AS) 전략으로 품질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 이 전략은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1998년 연간 9만217대를 팔았는데, ‘10년·10만마일’을 홍보한 1999년엔 연간 16만4190대를 팔았다. 이듬해인 2000년 24만4391대, 2001년 34만6235대 등으로 판매량이 급성장했다.

품질 문제를 돌파하며 제품군도 SUV로 확장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SUV 시장에서 ‘싼타페’와 ‘투싼’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01~2010년 현대차의 미국 판매 톱5(Top5) 모델에는 싼타페와 투싼이 각각 3위와 5위로 등장한다. 쏘나타(118만대), 아반떼(110만대), 싼타페(80만대), 엑센트(53만대), 투싼(24만대)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2011년부터 이달까지 10여년 동안 기간에도 아반떼(222만대), 쏘나타(183만대), 싼타페(129만대), 투싼(116만대), 엑센트(55만대)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5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열린 ‘2015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최근 들어선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차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5′는 올해만 2만대 넘게 팔렸다. ‘코나 일렉트릭’ 역시 올해 9000대 가까이 판매됐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가졌다. 연간 3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출 HMGMA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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