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전대 전부터 피로감… `윤심 후보` 있긴 한가
안갯속 尹心과 결선투표제 새변수 때문
당심 100%에 人治 논쟁까지 리스크
무리수 연속에도 진짜 尹心후보 불투명
尹心은 "내부총질당 해체"까지일수도
민심처럼 당심 두려운 가치·건전 全大돼야
내년 3월초 전당대회가 예상되는 여당 당권주자간 이른바 '당심(黨心)·윤심(尹心)' 입씨름이 거칠어지고 있다. 23일 '당원선거인단 100% 투표(개정 전 70%), 일반여론조사 배제, 결선투표제' 지도부 경선 룰을 담은 당헌개정안이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의결돼 당심 논쟁은 범(汎) 친윤(親윤석열)계 내에선 종막을 맞는 모양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기대는 윤심 논쟁은 흡사 '진흙탕 싸움'으로 끊임없는 확전 양상이다.
23일까지 여당 내에선 이른바 '김장연대'설(說)로 치고 받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전 원내대표)을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지원한다는 게 해당 풍문의 골자다. 12월초 본격 불이 붙었지만, 김기현 의원이 당권 도전을 선언한 지난 7월부터 불거져 의외로 역사가 길다. 장제원 의원 주도 포럼 행사에 김 의원이 왕림하고 다음날(21일)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 두번째 행사에 나란히 등장해 거듭 많은 추측을 낳았다.
김 의원은 "김장 담근다고 선언하고 김장하냐"며 "잘 담가서 맛있게 식단에 올리겠다"고 했다. 장 의원도 "맞선을 본 지 얼마 안 됐다. 벌서 결혼하라고 그러는데"라며 "데이트를 해야 결혼 결정을 하지 않겠나"라고 빗댔다. 비유 수준이 한층 노골적이게 됐는데, 윤심의 후광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내고도 달리는 비윤(非尹) 꼬리표에 이골이 난 안철수 의원도 직접 견제에 뛰어들었다.
안철수 의원은 22일 "어떤 연대 움직임이 있다면 '혼자선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김 의원은 "김장연대 풍문에 발끈? 자신 없다는 증거"라며 곧장 받아쳤다. 또 안 의원의 옛 국민의당 운영을 '독불장군'에 빗댔다. 경선 여론조사 폐지에 '골목대장 선거' 우려를 꺼낸 안 의원에게 김 의원은 "인지부조화"라고 쏘아붙이고, 안 의원은 사실상 '여론조사 100% 경선'을 예찬하던 김 의원의 1년 반 전 언급을 끌어와 다툰 바도 있다.
여러 모로 김장연대 논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혼탁 양상도 띤다. 당권주자군 중 윤상현 의원이 "텃밭(울산·부산)에 있는 분들의 연대 아니냐"고, 조경태 의원도 "약한 분들"의 연대라며 "3월이면 김장철이 지나버린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당권주자가 아닌 이준석 전 당대표가 '새우 두마리가 모여도 고래가 못 된다'고 꼬집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주자 체급 나누기식 폄하라는 취지로 지적하는 설전까지 이어졌다.
김장연대설을 둘러싼 민감한 반응들은 윤심의 향방과 새로 도입된 결선투표제 변수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최종 1050명을 설문한 여론조사 결과(뉴스토마토 의뢰·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유승민 vs 친윤후보' 당대표 결선투표시 국민의힘 지지층(421명)의 9.7%만이 반윤(反尹) 유승민 전 의원을 선택하고 64.5%가 친윤후보에 몰표를 줬다(잘 모름 26.1%).
비당원 여당 지지층보다 실제 당원 지지가 강고할 것으로 짐작하면,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매우 잘함'이라고 평가한 응답자(217명)의 82.3%가 '친윤 후보', 3.8%만이 '유승민'을 결선에서 지지한다고 밝힌 쪽에 당심이 가까울 수 있다. 룰 개정으로 '명예로운 패배' 명분까지 미리 쌓게 돼 물 오른 공세를 펴는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면, 당권주자 누구든 2위 이내로 진입해 '진짜 윤심(진윤) 후보'를 자청할 유인이 커졌다.
그러나 이는 총선을 고작 1년여 앞두고 민심과 괴리를 키울 요소라고 본다. 지도부 경선 여론조사를 아예 폐지하면서 이미 스스로 민심을 가늠할 수단을 내다 버렸다.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탄핵·분열 후유증이 있었다곤 해도, '당심 초강세' 당대표를 뽑은 뒤 강경투쟁 외길을 택한 데다 부실 공천, 당 내홍 속 전국 선거에 참패했다. 대통령을 매개로 전근대적 인치(人治)에 기댄다는 뉴스가 도배되면 대통령 탄핵 8달여 전 새누리당과도 달라 보이기 어렵다.
당원투표 100% 룰 개정에 이날 국민의힘 전국위원 투표자 중 약 9%가 반대했고, 여당 지지층은 당심 70%·여론 30% 룰 현행 유지에 44.3%가 찬성(스트레이트 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지난 17~19일)했거나 당심 100% 룰 개정에 71.3%만 찬성(미디어토마토)했다는 여론조사도 나온 터다. 이 와중 비대위는 당심 100% 룰 반대·반윤성향 '보수 패널' 섭외 불만을 방송사들에 보내는 공문으로 표출하니,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듯하다.
개정된 룰을 다가오는 전대에 곧바로 반영하거나, 역선택 방지 선례가 있는데도 경선 여론조사를 아예 폐지하거나, 결선투표제를 기습 도입하는 무리수의 연속이니 '윤심 후보를 위한 건가' 의심론이 대두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윤심 후보가 있긴 한가'라는 생각도 든다. 당 지도부의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장연대가 진짜냐"고 물었다고 한다. 또 다른 친윤 핵심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도 재등판론이 탄력을 받고 있진 못하다.
지도부 내에선 책임당원이 1년 반 사이 약 28만명에서 80만명 가까이로 확대된 점, 지난 몇달간 '이준석 지도부' 파동 때 4만명대 책임당원 이탈 후 최근 20대 당원비율이 증가세를 보이는 정황 등에 정리된 분석도 내리지 못한 분위기다.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유 전 의원의 결선 진출 등 반전 가능성도 여전히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심 100%에 결선투표까지 이중 걸쇠를 채운 게, 이른바 "유승민 포비아"에 지극히 몸을 사린 결과 아닌가 싶다.
친윤계인 조수진 전 최고위원은 당심 100% 강행 논란에 안타깝다면서도 소위 "제2 이준석" 방지 정서를 명분으로 들었다. '내부총질' 파동이 떠오른다. 어쩌면 윤심은 '거기까지'고 결선은 계산 밖일 수 있다. 지난 대선 경선 홍준표 후보로부터 '여야 비리 대선', 유승민 후보로부터는 '천공·손바닥·무속' 도매금 공세를 당하던 윤 대통령이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오느냐는 둘째 문제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분개한 사례가 떠오른다.
당원선거인단이 지난해 6·11 전대 약 33만명(투표율 45%대), 11·5 전대 약 57만명(투표율 63%대) 순으로 늘었을 때 당심은 가장 늦게 복당한 계파더라도 '첫 30대 보수정당 대표의 참신성'에 기대를 걸거나 윤석열·홍준표 약 '5 대 3' 대립구도를 보여주는 등 자발적·전략적 투표를 보여준 바 있다. 책임당원이 적어도 78만명을 넘긴 이상 이들이 참여한 전대 결과는 여론조사에 잡히는 국민의힘 지지층(또는 국정 긍정평가층) 집단지성에 더욱 수렴해있을 것이다.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물은 배를 띄울수도, 가라앉힐 수도 있다)'라는 격언처럼, 눈속임으로 당심을 좌우하려는 후보는 가라앉고 말 것으로 본다. 만일 당장 경선에서 성공하더라도, 민심 선택을 받아야할 2024년 총선 성공은 더욱 어렵다. '자유민주주의·부패척결' 키워드로 공격적인 국정 전환을 예고한 윤 대통령의 '디테일 부족'을 메워줄 주체가 여당 말고 있을까. 당심부터 민심처럼 여기는 이들의 건전한 가치지향 경쟁장을 만들어야 한다.한기호기자 hkh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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