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경착륙 막더라도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세종=김민정 기자 2022. 12. 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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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신용위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보증을 5조원 증액하고, 미분양 PF 보증을 5조원 신설하는 방안을 담았다.

내년 상반기 '경제위기설'에 대응하기 위해 PF 지원책으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돋보이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PF 지원 확대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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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신용위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보증을 5조원 증액하고, 미분양 PF 보증을 5조원 신설하는 방안을 담았다. PF 부실이 건설사와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로 이어지고 증권사나 건설사, 시행사 등이 흔들리는 상황을 막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정부는 만기 3개월의 ‘단기’ 성격이 강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사업자보증도 신설했다. 기존에는 토지 전체 매입이 끝난 분양 개시 이전의 사업장만 장기 대출을 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 토지 일부만 매입한 경우와 분양을 완료한 사업장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조치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좋지 않은 분양 성적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둔촌주공은 당장 내년 1월 사업비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데, 미계약 물량이 30%를 넘으면 차환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미계약 물량으로 ABCP 상환이 어려울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업자 보증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 ‘경제위기설’에 대응하기 위해 PF 지원책으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돋보이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PF 지원 확대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하면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PF 프로젝트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 등으로 부실 사업장이 얼마나 깔려있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부실을 가리기 위한 PF 사업장 전수조사 없이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쏟아내는 것은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경착륙에 대한 우려로 PF 지원 방안을 고심해 내놓은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부실 PF를 골라내는 것부터 우선시되어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PF대출은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위험 사업장’은 사업 인가 전 토지매입 자금을 공급하는 브릿지론을 ‘위험지역 소재 사업장’에서 받거나 본 PF대출을 공정률 60% 이상이나 분양률 40% 이하에서 받은 사업장을 뜻한다. 고위험 사업장은 2019년 13조4000억원에서 2021년 15조3000억원, 2022년 6월까지 17조2000억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 폭이 확대되고,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서 신용 리스크 압박은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신용 경계감 증대로 브릿지론과 본 PF 대출 금리가 내년 중에는 현재 수준(각각 10~14%, 5~10%)보다 약 5%포인트(p)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압박이 심화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지는데도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망가질 것 같은 PF 사업장까지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금융권까지 위기로 몰고 가는 일이 될 수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명령으로 시작된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시작했어야 할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미루다 예금자들의 피해가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부실 PF 구조조정이 지연됐을 당시 금융정책을 이끌었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은 지금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다. 국민의 눈물이 담긴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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