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태권도 이끈지 20년째 … 모범 리더십이 제 무기죠"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2. 12. 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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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태국국가대표 감독
8개월 단기계약으로 시작
지난달 태국 국적 취득
"스포츠외교에 힘 쓰겠다"

태국을 태권도 강국으로 성장시킨 최영석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48·사진)은 '모범 리더십'을 실천한 지도자다. 2002년부터 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최 감독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고 선수들은 믿고 따랐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20년간 같은 체중을 유지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훈련장에 슬리퍼를 신고 간 적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지도자의 첫 번째 덕목은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태국의 태권도는 최 감독이 부임한 뒤 급성장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파니팍 웡파타나낏 선수가 태국에 태권도 종목 첫 금메달을 안겼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최 감독이 가장 먼저 한 건 선수들의 정신력 개조다. 경기에 패한 뒤 유명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태국 선수들을 본 최 감독은 "다른 선수가 먼저 찾아와 사진 촬영을 요구하는 선수가 될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제 대회에 나가는 것에 만족하면 발전이 없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태국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단점이 없는 육각형 선수로 성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최 감독의 지도력도 태국의 태권도가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 감독은 "지도자로 처음 부임했을 때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을 기본부터 가르쳤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되면서 실력이 급격하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수들과 함께 합숙하고 따로 시간을 내 태국어를 공부하는 등 여러 노력을 했다. 최 감독은 "태국 문화를 이해해야 선수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선수들과 통역 없이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태국어 실력이 늘었다. 어떤 분야에서든 다른 나라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오랜 고민 끝에 태국 국적을 신청한 최 감독은 지난달 28일 '찻차이 최'라는 태국명이 적힌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최 감독이 태국 국적을 취득한 이유는 태권도를 태국에 더 보급하고 대한민국 국기인 태권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최 감독은 "8개월 단기 계약으로 태국에 왔는데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만큼 태국 국적 취득을 신청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다"며 "그동안 외국인으로서 태국에서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양국의 스포츠 외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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