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그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라”···국정조사서도 ‘책임 회피’
이 “중대본 촌각 다투는 문제 아니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리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국가·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대본은 대규모 재난의 대응·복구 등을 총괄하는 기구다. 이날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현장조사에 참석한 이 장관은 “그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현장에 참석한 유족들에게는 말을 건네지 않고 자리를 뜨려해 유족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조특위 2차 현장조사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사 당일 중대본 구성이 늦어져 현장 대응이 우왕좌왕했다고 지적하자 “자연재해 등이 예상되거나 재난이 진행 중이라면 신속하게 중대본을 꾸리는 게 중요하지만, 이태원 참사와 같이 이례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중대본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중대본 구성보다 “긴급구조통제단장인 용산소방서장이 현장을 지휘하면서 응급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중대본은 대규모 재난이 생겼을 때 관리와 복구를 총괄 관리하는 곳인데, 당시 현장에서 교통정리할 사람이 없었다”고 재차 지적해도 이 장관은 “중대본은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반복했다. 참관하던 유가족들은 “그럼 중대본은 무슨 일을 합니까”라고 소리쳤다.
이 장관은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린 건 주지의 사실 아니었나. 최소한 방역 인파 관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저는 그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도 했다.
이 장관이 참사 발생 1시간 5분 뒤에 첫 보고를 받은 경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 10월29일 오후 11시20분에 첫 보고를 받았고, 30일 0시45분에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이 “긴급문자 4단계 체계가 문제”
늑장 보고 원인 전 정부 탓 돌려
이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긴급문자 체계를 4단계로 만들었다”며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재난사고 발생시 재난정보를 전달하는 체계가 네 단계로 나뉘어져 보고를 늦게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장관은 시스템 문제인지, 장관의 문제인지를 묻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시스템 문제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2단계로 나누고 현장 지휘관이 판단해 장·차관에게 직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꿨다”고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장관도 ‘4단계가 아니라 2단계나 1단계였으면 내가 금방 보고 받았을 것’이라는 식으로 답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감싸기에 나섰다. 재난안전법상 재난 발생 시 행안부 장관에게 즉시 보고해야 하는 주체 중 경찰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법적 미비로 이 장관이 보고를 늦게 받았다고 했다. 전주혜 의원이 “112 신고 체계를 행안부와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이 장관은 “치안 측면이 아니라 재난안전관리 측면에서 112 정보를 공유하고 보고받을 수 있는지 연구·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은 참사 당일 용산소방서가 대응 1단계를 오후 10시43분에 발령했다며 “소방 대응이 늦어서 행안부에 늦게 보고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정조사와 무관한 정쟁거리 언급
조수진, ‘떡볶이 먹방’ 논란 꺼내며
“재난 대응 일차 책임은 지자체장”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무관한 정쟁거리를 질의 과정에서 꺼내들기도 했다. 조수진 의원은 “경기 이천 화재 참사 당시 ‘경기지사 떡볶이 먹방 논란’이 일었던 건 (재난 대응의) 일차적 책임이 지자체장에 있다는 것”이라며 “(당시) 행안부 장관이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는 보도는 못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화재가 났을 때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떡볶이 먹방 촬영을 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은 참사 당일 ‘닥터카 탑승 논란’이 불거진 신현영 민주당 의원을 언급했다. 조 의원은 “DMAT(재난의료지원팀) 차에 국회의원이 타고 (도착이) 20~30분 연기돼서 인명구조를 못하게 하는 것이 ‘촌각’을 외면하는 것이지, 관료적으로 본부를 꾸리는 것이 더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장관을 두둔했다.
이 장관은 현장조사가 끝난 뒤 국조특위 소속 의원들과 악수하며 인사했지만 유가족들에게는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우리는 안 보이세요? 그거 우리 무시하는 거고 조롱하는 거예요”라고 소리쳤다. 이 장관은 그제서야 유족들에게 목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유족들을 몇 번 만났냐는 진선미 민주당 의원 질의에 “유족들을 만나려고 시도하는데 부담을 느끼셔서···”라고 답한 바 있다.
이어진 용산구청 현장조사에선 여야가 한 목소리로 구청이 사전 대책 수립도, 현장 대응도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국조특위는 이날로 현장조사를 마친 뒤 오는 27일과 29일 기관보고를 받는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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