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이달 감염자 2억 5천만 명”…“베이징으로 의료 인력 차출”

조성원 2022. 12.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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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료진이 베이징의 한 병원으로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옮기고 있다.(사진: 로이터)


중국에서는 방역 완화 조치와 맞물려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 베이징의 경우 워낙 폭발적으로 확산돼 이미 정점을 지나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한동안 유령도시처럼 길거리에서 차량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이번 주 중반부터는 출퇴근 시간 일부 구간이 다시 정체를 빚을 정도입니다.

■ 베이징에서 폭발한 코로나19, 상하이 등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

베이징에서 폭발한 코로나19의 기세는 이제 상하이 등 다른 도시들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발열 클리닉마다 노인들이 몰리면서 크게 붐빕니다. 갑작스레 늘어난 환자들 때문에 의료 인력과 시설이 부족해 '의료대란'이란 말이 나옵니다. 산소 호흡기가 부족하다며 의료진이 환자에게 다른 병원을 찾아 보라고 말하는 영상이 보도와 SNS로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도 퍼져가고 있습니다. 20일 KBS 취재진이 찾은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의 경우 수백 미터 앞부터 차량들로 길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화장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몰리다보니 화장장에 들어가는 인원도 가족별 3명으로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20일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으로 가는 길목이 차량들로 꽉 막혀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하지만 실제 중국의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 산정 방식이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국의 기자회견에서 왕구이창 베이징대 제1병원 감염병과 주임은 "코로나19에 따른 폐렴과 호흡 부전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진단될 때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으로 분류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은 PCR 검사 양성 판정을 받았어도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로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 기준 때문에 중국에서는 당국에 대한 불신이 바이러스처럼 확산돼 왔습니다.

■ "중국 코로나19 감염자, 이달에만 2억 5천만 명"

그런데 중국 코로나19 실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보도가 오늘(23일) 나왔습니다. 이달 들어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2억 5천만 명에 육박한다는 것입니다. 타이완 중앙통신은 유출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20일 사이 누적 감염 인원이 2억 4800만 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 전체 인구의 17.56%입니다.

중앙통신은 베이징과 서부 쓰촨성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곳의 인구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양성이라고 문건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또 톈진시와 후베이, 허난, 후난, 안후이, 간쑤, 허베이성이 인구의 20~50%가 감염돼 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베이징은 전염병의 정점을 지날 정도로 확산됐는데, 위중증 환자가 많아 의료 서비스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문건은 지적했습니다.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의 한 약국이 코로나19 증상 치료제인 롄화칭원 재고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써 붙였다.(사진: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트를 인용해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5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에어피니트는 2020년 초부터 상황을 추적해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달 19일 반년 만에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고 집계한 이후 코로나19 사망자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 지방 의료진 베이징으로 차출..."외부에 알리지 말라"

베이징은 특히 의료진 부족 현상이 심각합니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베이징으로 의료진이 차출되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산둥성에서 최근 500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베이징으로 파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장쑤성에서도 7개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인력 27명이 베이징으로 향했습니다. 후난성에서는 중환자 치료 의사 등 178명을 베이징에 보내라는 국무원 문건이 유출됐는데, 해당 문건에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명시돼 있었다고 SCMP는 전했습니다.

베이징의 한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몰리면서 미리 수액을 맞거나 병상에 누워 대기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사진: KBS 뉴스9 캡처)


비교적 의료 자원과 체계가 잘 갖춰졌다고 알려진 베이징이 이처럼 보안 유지 속에 지방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그토록 지키려 노력했던 베이징부터 코로나19가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인 사실 못지 않게 아이러니합니다. 중국이 코로나19에 얼마나 취약하고 준비가 부족했는지 보여주는 근거입니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의 한 병원에서 몇 시간째 대기 중이던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갑자기 쓰러지자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 KBS 뉴스9 캡처)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전국적 확산세의 고비는 다음 달 설(춘제) 연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연휴를 앞두고 도시 노동자들이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도시 지역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자 예년에 비해 일찍 노동자들을 고향으로 보내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뤼더원 우한대 중국농촌관리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 농촌은 인구가 고령화되고 취약 계층이 많은 만큼 코로나19 중증도가 높아 의료 자원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중국 방역 정책 비판도 이어져...mRNA 백신 확보 않고 노인 백신 접종도 미진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mRNA 백신을 확보하지 않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 계열 고효율 백신 대신 시노팜, 시노백 등 자국 업체가 개발한 불활성화 백신에 의지해 왔습니다.

우 교수는 또 중국이 노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 노력이 부족했고, PCR 검사를 통한 사전 예방에 지나치게 경도돼 왔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향후 시골 지역까지 확산한 이후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와 달리 중국 시골의 경우 구급차를 부르면 경우에 따라 2, 3시간 뒤에나 도착할 정도로 의료 시스템이 열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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