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상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애도와 기억의 공간으로”
‘모두를 위한 애도와 기억의 공간’ 요청
주민 및 상인 위한 심리·생계 지원 촉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과 지역 상인들이 23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를 ‘모두를 위한 애도와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서울시·용산구에 이같이 요청했다. 유가족과 이태원 인근 상인들이 함께 모여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함께 애도하고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회견문을 통해 참사 희생자들이 사랑한 이태원 지역 주민과 상인들을 위한 심리 지원과 생계 지원 등의 대책 마련도 함께 촉구했다.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협 부대표는 “추모의 마음을 갖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찾아 주신 시민과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이면서도 애도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상인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사랑했던 이태원 거리가 ‘아픈 공간’으로 기억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동희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지난 21일 애도의 마음을 모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재단장했다. 앞으로 모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공간, 희망의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에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민대책회의의 자캐오 용산 나눔의집 신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고 일상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시민대책회의 산하 피해자권리위원회 박성현 대표는 “추모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애도할 권리를 보장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사회 심리지원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회견 직후 오전 11시50분에는 해밀톤호텔 골목 벽면에 설치돼 있던 추모물품 훼손 방지용 비닐막이 걷혔다.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벽면 아래부터 사진, 음료수, 꽃 등의 추모물품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훼손 가능성이 큰 포스트잇 일부도 상자에 담겼다. 시민들은 영하 14도의 한파 속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포스트잇을 떼어냈다. 정리에 앞서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태원 인근 한 상인은 “상인들을 배려해 추모공간을 재단장해 준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재정비 작업 1시간여 만에 50여개의 상자가 가득 찼다. 추모물품들은 지난 21일 1차 재단장 때 정리된 물품들과 함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과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에 나뉘어져 임시 보관된다. 영구적으로 보관하기 힘든 꽃들은 오는 28일 강원 원주시 치악산 인근에 수목장 될 예정이다.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골목 입구 벽면에는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이라는 안내 현수막이 부착됐다. 시민대책회의에서 활동하는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시민들이 골목을 걸으면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억의 길’이란 현수막을 부착했다”며 “골목 벽면에 남아있는 포스트잇들에는 추가적으로 비닐막을 씌워 훼손을 막고 유가족, 상인회와 추모공간 조성을 의논할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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