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팔십 평생 첨보는 눈폭탄" 호남·제주 폭설에 사고 잇따라(종합2보)

이상휼 기자 오미란 기자 오현지 기자 이수민 기자 이지선 기자 2022. 12. 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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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제주 졸업여행이 5박6일 될 판국
제주 도지사·교육감·도의회 의장 서울에 발 묶여
제주도와 광주, 군산 등에 몰아친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된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전광판에 제주행 항공편 결항 표시가 나오고 있다. 2022.12.2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전국=뉴스1) 이상휼 오미란 오현지 이수민 이지선 기자 = 역대급 폭설에 제주와 호남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남 담양에서는 눈의 무게를 못 견딘 비닐하우스가 대거 무너져 농가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에서는 현장체험 가던 버스 2대가 추돌해 중학생을 비롯해 23명이 부상 당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모두 출장차 최근 제주를 떠났다가 하늘길이 막혀 서울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23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 있는 항공사별 체크인 카운터 앞이 항공권을 잡으려는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2022.12.23/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대설특보 속 현장체험 가던 버스 2대 추돌…중학생 등 23명 부상

제주에 이틀째 대설특보가 발효 중인 23일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학생들이 탄 전세버스 두대가 추돌하며 23명이 다쳤다.

23일 서귀포경찰서와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48분쯤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입구교차로에서 전세버스 2대가 부딪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 버스들은 서귀포시 한 중학교 학생들이 탑승한 차량으로, 1~3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은 전세버스 4대에 나눠타고 현장체험학습 장소로 향하던 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가장 앞서가던 버스 한 대가 미끄러지는 승용차를 보고 급정지했고, 이를 본 2번째 버스가 급정차하면서 3번째로 오던 버스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버스에는 각각 32명과 40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출동한 소방은 현장에 응급의료소를 설치하고 구급차와 응급버스, 행정버스를 이용해 환자 23명을 분산 이송하고 있다. 다친 학생과 교사 모두 경상으로,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전 55.2㎝의 적설량을 기록한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제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폭설에 임실군 강진면은 전북에서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임실군 제공)2022.12.23/뉴스1 ⓒ News1 이지선 기자

◇ 폭설에 '담양 딸기' 비닐하우스 15동 무너져…농가 피해 속출

역대급 폭설이 쏟아진 전남 담양지역 딸기 농가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담양에서 총 9개소 15동의 하우스 파손 신고가 접수됐다.

많은 눈이 내리면서 비닐하우스 곳곳에 구멍이 나거나, 눈이 쌓이면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는 사고였다. 이중 대부분은 딸기 하우스로 확인됐다.

피해가 발생한 곳은 담양읍 4곳, 양각리 1곳, 강쟁리 1곳, 고서면(원강리 1곳·동운리 3곳) 4곳, 월산면 1곳, 대전면 중옥리 3곳, 대덕면 성곡리 1곳이다.

담양 적설량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24.7㎝를 기록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집계는 눈이 그친 뒤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3일 오전 55.2㎝의 적설량을 기록한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제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폭설에 임실군 강진면은 전북에서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임실군 제공)2022.12.23/뉴스1 ⓒ News1 이지선 기자

◇ "치우면 또 쌓였다…대문도 안열릴 정도" 최대 57㎝ 눈 쌓인 임실

"80년 넘도록 이렇게 많이 눈 오는 건 첨보네."

전북 임실군에 사는 80대 박모씨는 "살다살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건 처음 본다"며 "밤새 눈을 쓸면 도로 쌓이고, 돌아서면 도로 쌓여 포기했다. 무릎이 아파서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밤 사이 임실 지역에 최대 57㎝가 넘는 그야말로 '눈폭탄'이 투하되면서다.

23일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임실지역은 전날부터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날 오전까지 평균 누적 적설량 23.4㎝를 기록했다.

이중 강진면의 경우 57㎝의 눈이 내렸다. 신덕면은 28.4㎝, 임실읍은 20.6㎝을 기록했다. 인접해 있는 청웅면, 운암면, 덕치면 등도 다리까지 닿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강진면에 따르면 이번 폭설로 현재까지 198㎡ 규모의 땅두릅 재배 비닐하우스 1동과 행랑채 1동의 지붕이 무너진 것으로 집계됐다.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진면 관계자는 "지난 밤부터 아침까지 60㎝ 가까이 눈이 쌓였는데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제설 작업이 잘 돼서 차량이나 사람 통행에 큰 지장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역대급 폭설'에 임실 지역의 대부분 학교도 휴교 조치됐다.

이날 임실에 위치한 14개 초등학교 중 13개 학교가 휴교했고, 1개 학교는 등·하교 시간이 조정됐다. 중학교는 9개 학교가 모두 휴교를, 고등학교는 3개 학교 중 2곳은 휴업을, 1곳은 단축 수업을 진행했다.

심민 임실군수는 "철저한 제설작업으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 치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주지역에 이틀째 대설특보가 발효 중인 23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면 사려니숲길에서 관광객들이 산책하고 있다. 2022.12.2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 '3박4일 제주 졸업여행이 5박6일될 판'…도지사도 못 들어와

제주공항에 강한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예매했던 항공기가 계속 결항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모두 출장차 최근 제주를 떠났다가 때를 놓쳐 항공권을 구하지 못한 채 서울에 발이 묶인 실정이다.

이날 오후 뉴스1 취재진이 찾은 제주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는 항공사별 체크인 카운터를 중심으로 긴 대기줄이 늘어져 있었다. 모두 이번 결항으로 기존 항공권 일정을 바꾸려는 이용객들이었다.

그러나 24일과 25일 운항 예정인 항공기 좌석이 거의 꽉 찬 탓에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로 26일 이후 일정으로 기존 예약을 변경하는 모습이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내일도 제주공항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언제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운항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관련 정보를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신속하게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충청도 지역 대학생들인 조모씨(25) 일행은 내년 졸업을 앞두고 지난 19일을 시작으로 3박4일 간 제주를 여행했다.

그러나 즐거웠던 시간도 잠시. 원래 여정대로라면 지난 22일 되돌아가는 항공기에 몸을 실어야 했던 이들은 현재 이틀째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 구석에 주저앉아 있다.

일찍이 이들은 전날 오후 3시쯤 항공사로부터 처음 결항 통보를 받고 곧바로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최대한 빨리 출발하는 일정으로 항공권을 변경하기 위해서였다. 기한 없는 기다림은 공항 문이 닫힌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숙소도 잡지 못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인근 PC방으로 갔다. 지친 몸에 쪽잠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23일 오후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잡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또 결항돼 무작정 다시 제주공항을 찾았다.

조씨는 "내일 출발하는 항공기를 잡는다고 해도 날씨가 안 좋아 내일 또 결항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는데 이젠 정말 지친다"면서 "가족들도 전화 와서 잘 있냐고 물어 보는데 오늘은 어디 가서 지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했다.

기상악화로 대부분의 항공편이 결항한 23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서 있다. 2022.12.2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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