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도 칭찬한 주민참여예산사업 '재뿌린 수원시의회'

최대호 기자 2022. 12. 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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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가 건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해 온 주민참여예산사업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공문을 받기 직전 수원시의회가 내년도 주민참여예산사업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올해 뿐 아니라 지난 2017년 주민참여예산제도 평가에서 '우수 지방자치단체', 2018년 '최우수 지방자치단체', 2020년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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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행안부 장관 표창 수상·7000만원 인센티브 확보
시의회, 내년 예산 48억원 중 42억원 삭감…집행부 '근심'
수원시의회 본회의. /뉴스1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경기 수원시가 건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해 온 주민참여예산사업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행정안전부에서도 잘했다고 칭찬하며 장관 표창까지 수여한 사업지만, 예산·심의 의결권을 가진 수원시의회는 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제동을 걸었다.

23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행안부로부터 장관 표창을 받게됐다는 공문을 접수했다. 행안부가 주관하는 '2022년도 전국 자치단체 주민참여예산제도 평가'에서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행안부는 일 잘한 수원시에 7000만원의 재정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하지만 시 담당부서는 상급기관으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기쁨보다 근심이 더 컸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공문을 받기 직전 수원시의회가 내년도 주민참여예산사업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집행부가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 48억3162만원(114개 사업) 중 41억 9758억원(75개 사업)을 삭감(89%)했다. 승인된 예산은 6억 3404만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규모의 삭감 폭이다.

주민참여예산은 지방재정의 민주성·책임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예산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예산이다. 주민제안과 주민총회 절차를 밟아 성립된 것으로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예산 삭감은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주도했다. 수원시의회는 여소야대 의회로 국힘 20명(의장 포함), 민주 16명, 진보 1명으로 구성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국민의힘 시의원 10명, 민주당 시의원 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모두 야당인 국민의힘이 맡았다.

예산 삭감 최종 의결이 이뤄진 제372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는 국민의힘 시의원과 민주·진보당 시의원 간 상호 고성을 주고받는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김동은 시의원(민주, 정자1·정자2·정자3동)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 상임위 위원 의견, 예결위 소위원회 의견보다 더 중요한 누군가의 의견을 들어야만 했다"며 "갑작스런 통보와 거수투표로 어린이와 안전을 위한 예산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예산 삭감을 주도한 국민의힘을 향해 유감을 표명했다.

윤경선 수원시의원(진보당, 평동·금곡동·호매실동)은 "장애인 점자블록 정비 예산, 보행자 안전시설물 설치 예산, 초등학교 통학로 정비 예산 등 주민들이 총회를 거쳐 시급하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 정말 불필요한 예산이냐"고 호소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예결특위위원장인 이찬용 시의원(국힘, 권선동·곡선동)은 이에 대해 "집행부에서 행정편의적으로 세운 예산을, 주민들이 꼭 필요한 곳에 쓰실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라며 "김동은 의원 주장과 달리 소신 있게 예산안을 심의했다. 어느 한 명이 개입해 예산을 좌지우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업이라는 말씀을 (시의회에) 드렸었는데,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것 같다"며 "주민참여예산 위원들도 많이 안타까워 하신다. 우선 승인된 예산과 재정인센티브를 활용하고,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올해 뿐 아니라 지난 2017년 주민참여예산제도 평가에서 '우수 지방자치단체', 2018년 '최우수 지방자치단체', 2020년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된 바 있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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