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의 NBA 트렌드] '수비의 팀' 보스턴은 어떻게 최고 공격팀이 됐나?
[점프볼=김호중 객원기자] 3점슛, 페이스, 스페이스, 모션 오펜스…현대 농구의 핵심 키워드다. 과거의 정적이고 느린 공격은 사라진지 오래다. 현대 농구에서는 빠른 템포,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통해 3점슛을 많이 시도하는 것이 핵심 가치다. 스테픈 커리를 앞세워 3점슛을 활용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왕조가 탄생하면서 생긴 트렌드다. ※기록은 12월 10일 기준
NBA 30개 팀은 오프시즌 슈터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다 트렌디한 공격 전술을 도입하기 위해 현대 농구에서 슈터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보스턴 셀틱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시즌 디펜시브 레이팅 1위에 오르는 등 수비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었지만, 공격에서 패턴이 매우 단조로웠다. 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 등 주축 선수들의 1대1에 의존한 공격이 주를 이루면서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플레이가 나왔다. 지난시즌 동부컨퍼런스 우승을 차지했지만 파이널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화력을 당해내지는 못한 채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가장 비교되는 대목은 공격력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실책 없이 가져갔지만 보스턴의 공격은 정체되고, 일관되고, 실책이 쏟아졌다. 그리고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올 시즌 보스턴은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NBA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격을 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변화다.
지난 시즌 공격력 때문에 그토록 고생하던 팀이 NBA 역대 최고 공격 지표들을 크게 추월하고 있다. 올 시즌 보스턴은 오펜시브 레이팅 역대 1위에 해당하는 119.9를 기록하고 있다. 직전 역대 최고 기록은 2020-2021시즌 브루클린 네츠가 기록한 118.3이다. 무려 2.4점이나 앞서는 수치다. 경기당 120.8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역시 리그 1위의 기록이며, 3점슛에 보정을 가한 야투율을 뜻하는 eFG%(effective field goal percentage)는 58.9%로 리그 1위, 야투율-자유투-3점슛에 각각 보정을 가한 TS%(True shooting percentage)도 62.6%로 리그 1위다.
보스턴의 공격력이 어느 수준인지 조금만 더 확인하고 넘어가자. 앞서 언급한 오펜시브 레이팅 지표는 NBA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공격 지표로 100번의 공격권에서 득점 값을 뜻한다. 경기 페이스라는 변수를 배제 시켜서 한 팀의 순수한 공격력을 평가하게 해주는 지표다. 이같은 오펜시브 레이팅을 기준으로 봤을 때 1위 보스턴(119.9)과 2위 피닉스 선즈(116.3)간의 격차는 무려 3.6이다. 100번의 공격권 기준 보스턴의 득점 기대 값이 3.6점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시즌 인상적인 공격력으로 호평받고 있는 팀들인 유타 재즈(116.3), 새크라멘토 킹스(115.9)도 보스턴에 비하면 격차가 현격하게 난다.
또 눈여겨 봐야할 기록은 어시스트와 턴오버의 비율을 뜻하는 어시스트/턴오버 비율이다. 보스턴의 올 시즌 어시스트/턴오버 비율은 1.97로 리그 2위인데, 이는 보스턴이 득점은 많고, 어시스트도 많은데, 실책은 적은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직전 시즌의 보스턴은 어떤 팀이었는가. 지난 시즌 보스턴은 오펜시브 레이팅 113.6을 기록, 리그 30개 팀 가운데 9위를 기록했다. 경기당 득점은 112.6점으로 리그 13위였다. 리그 중상위권 정도의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던 팀이 한 시즌 만에 NBA 역대 1위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처럼 보스턴의 환골탈태는 분명 NBA 팬 입장에서는 연구해볼만한 주제다.
※보스턴 공격지표 데이터
경기당 득점
1위_보스턴 셀틱스 120.8점
2위_새크라멘토 킹스 119.3점
3위_유타 재즈 117.9점
4위_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117.4점
5위_뉴올리언스 펠리컨스 116.7점
오펜시프 레이팅=100번 공격 시 기대 득점
1위_보스턴 셀틱스 119.9점
2위_피닉스 선즈 116.3점
3위_유타 재즈 116.3점
4위_새크라멘토 킹스 115.9점
5위_덴버 너게츠 115.8점
NET 레이팅=100번 공격-수비 시 득점 마진
1위_보스턴 셀틱스 9.2점
2위_뉴올리언즈 펠리컨스 6.9점
3위_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6.6점
4위_피닉스 선즈 5.8점
5위_밀워키 벅스 4.9점
eFG%(effective field goal percentage)=3점슛에 보정을 가한 성공률
1위_보스턴 셀틱스 58.9%
공동 2위 _덴버 너게츠 57.2%
공동 2위 _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57.2%
4위_새크라멘토 킹스 56.9%
5위_브루클린 네츠 56.8
1위_보스턴 셀틱스 62.6%
2위_새크라멘토 킹스 60.6%
3위_브루클린 네츠 60.2%
4위_덴버 너게츠 60.0%
5위_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59.9%
그들이 어떤 전술을 도입해 어떻게 성장했는지 짚어보는 것도 농구에 대한 이해도를 상당히 높여줄 수 있다. 그래서 보스턴의 핵심 공격 패턴 및 전술 컨셉을 상세히 분석해봤다. 시즌 개막 이전만 해도 보스턴은 불안했다. 대형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메 우도카 감독이 구단 직원과 불륜을 저지른 것이 적발되면서 시즌을 얼마 안 남긴 시점에서 정직 처분 된 것. 공격 전술은 아쉬웠지만 수비만큼은 ‘찐’이었던 우도카 감독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감독 없이 시즌을 시작하는 팀에게 우려의 시선이 향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팀을 파이널까지 이끌었던 감독이 사라졌다.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는 34세의 무명 지도자 조 마줄라. NBA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지 3년 밖에 안된 초보 코치였다.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2011 NBA 드래프트에 신청했지만 지명되지 못했고, 곧바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글랜빌 주립 대학, 페어만트 주립 대학 등 무명 대학들에서 코치 생활을 지냈다. 그가 보스턴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시기는 2019년이었다. 3년동안 1군 경험을 쌓은 뒤 곧바로 1군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냉정히 얘기해서 그의 경력은 NBA 30개 팀 가운데 가장 초라했다. 선수로서, 코치로서 이루어낸 업적이 하나도 없었다. 시즌 전 마줄라가 감독으로 임명되면서 보스턴을 향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는 첫 기자회견서 진부한 얘기만을 늘어놓았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치유받고 공감받을 시간이 필요하다. 전 시즌과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시즌 성공을 경험해봤다.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
전술 분석
보스턴의 올 시즌 핵심 공격 루트는 3점슛이다. 3점슛 시도 개수 1등(41.4개)인데, 성공률 역시 1등(40.2%)이다. 득점 기대값이 높은 3점슛을 가장 많이 시도해서, 가장 많이 성공시키고 있다. 역대 최고 공격 지표를 갱신하고 있는 비결이다. 이 같은 경기 플랜은 모든 NBA 팀들이 꿈꾸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NBA 팀들은 3점슛을 이만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설령 억지로 3점슛 위주의 경기 플랜을 설계하더라도 성공률까지 따라오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보스턴은 어떻게 이 어려운 과업을 이루어낸 것일까. 핵심 전술을 알아보자. 농구 팀들은 기본적으로 공격 전술을 짤 때, 어떤 대형을 유지할지부터 선택한다. 축구의 포메이션과 같은 개념이다. 5OUT, 4OUT-1IN, 3OUT-2IN 등의 대형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세부적인 패턴 플레이를 도입한다. 보스턴의 선택은 5OUT이었다. 외곽에 5명을 배치하는 대형이다. 역습 상황에서 림어택보다 외곽슛을 1차적으로 노리고, 지공 상황에서는 골대를 비워두고 스크린 플레이 및 오프더 볼 움직임 기반으로 공격을 전개한다.
지난 시즌까지 보스턴은 4OUT-1IN을 활용했다. 보스턴이 이 전술을 폐기하고 5OUT을 선택한 이유는 확실하다. 주전 센터 로버트 윌리엄스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전술 변화가 불가피했다. 지난 시즌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윌리엄스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술은 5OUT이었다. 코트에 있는 5명 전원이 외곽슛이 가능한 자원으로 배치된다. 기본적인 공격 컨셉은 스트롱 사이드(볼 핸들러가 있는 방향)에 2명, 위크사이드(볼 핸들러가 없는 방향)에 3명을 배치하는 것이다. 스트롱 사이드 외곽에 빅맨 알 호포드와 메인 볼 핸들러가 위치하게 되고, 위크사이드에는 윙 및 가드 자원 3명이 배치된다. 호포드를 위크사이드 외곽에 배치하면서 스페이싱의 극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상대 메인 림 프로텍터(센터)는 호포드를 막기 위해 외곽으로 끌려나오게 된다. NBA에서 스트롱 사이드에 있는 수비수가 헬프 디펜스를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즉, 스트롱 사이드에 있는 호포드의 수비수는 골밑에 가서 헬프 수비를 펼치기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치를 이룬 뒤, 모션 오펜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간다. Read&React, 상대 수비를 보고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스매치가 포착되면 볼을 투입하고, 각종 스크린과 컷 플레이로 빈틈을 노린다. 보스턴의 올 시즌 오프 스크린의 활용 빈도는 100%, 지공 상황 매 공격권에 최소 한 번씩은 오프 스크린을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프 스크린을 통해 창출되는 득점만 해도 경기당 9점이다. 활발한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득점을 창출하기도 하고, 이를 이용해 공격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제이슨 테이텀의 픽앤롤 및 아이솔레이션, 제일런 브라운의 운동 능력을 이용한 우격다짐 돌파 등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이다. 보스턴 농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렇게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격들 외에도 패턴 플레이들도 한 번쯤 눈여겨보면 좋다. 가장 자주 활용하는 패턴은 ‘스트롱 액션’이다. 한 경기당 최소 10번씩은 나오는 액션 플레이다. 앞서 언급한 보스턴의 기본 스페이싱을 이해하면 이 전술을 이해하기 쉽다. 스트롱 사이드에 2명(볼 핸들러와 빅맨, 대부분 호포드), 위크 사이드에 3명이 있는 것이 기본 대형인데, 위크사이드 3명 중 2명이 스태거 스크린을 걸고, 남은 1명이 스크린을 타고 들어오면서 볼 핸들러부터 패스를 받아 3점슛을 노리는 패턴이다.
이 패턴의 장점은 무수히 많은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대가 스크린을 타고 들어오는 슈터를 읽고 강하게 압박하면 외곽슛을 노리다가 백도어 컷인을 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스페이싱 전술 덕분에 상대 빅맨은 스트롱사이드 외곽으로 끌려나가 있는 상태다. 돌파 득점이 만들어지기 쉽다. 또한 위크사이드에서 이루어지는 스태거 스크린도 변형을 해서 슬립(고스트 스크린: 스크린을 거는 척하면서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할 수 있다. 상대 입장에서는 막기 매우 어려운 전술이다. 엘보우 모션도 눈여겨볼만한 패턴 플레이다. 보통의 팀들은 탑을 기준으로 볼 배급이 이뤄지는데 보스턴은 엘보우를 기준으로 볼을 배급하는 모션 오펜스를 자주 선보인다. 엘보우에 위치하는 선수는 보통 마커스 스마트 혹은 제이슨 테이텀이다. 이따금 알 호포드도 배치될 때도 있다. 스마트가 배치될 때랑 테이텀이 배치될 때의 장단점은 다르다. 스마트는 NBA 입성 8년 차 포인트가드 답게 깔끔한 패싱 능력을 보여준다.
스마트는 올 시즌 개인 커리어하이에 해당하는 7.6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데, 엘보우 모션에서 볼 배급을 많이 하면서 어시스트 개수를 많이 쌓았다. 테이텀이 엘보우에 배치되면 느낌이 많이 바뀐다. 테이텀은 스마트만큼 패스길을 잘 읽지는 못하지만 신장이 훨씬 커서 높은 곳에서 패스를 뿌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보다 큰 장점은 테이텀이 볼 배급과 아이솔레이션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것. 테이텀의 패스를 받기 위해 위크사이드에서는 3명의 선수들이 패턴 플레이를 펼치고 있고, 스트롱 사이트 코너에는 호포드가 배치되어있다. 상대는 패턴 플레이 수비에 온 집중을 쏟고 있고, 상대 빅맨은 골밑을 비우고 있다는 얘기다. 테이텀에게 도움 수비를 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패턴플레이를 펼치는 척 하면서 아이솔레이션을 시도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처럼 5OUT이 기반이된 공격의 시스템이 설정되면서 공격의 스페이싱은 극대화되었고, 선수들의 개인 공격 기록들은 날개를 달았다. 제이슨 테이텀은 강력한 MVP 후보로 떠올랐다. 경기당 30.8점 8.3리바운드라는 초인적인 기록을 내고 있다. 2옵션 제일런 브라운의 공격 지표도 웬만한 팀 1옵션급이다. 평균 26.7점 7.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13.9점을 기록하는 말콤 브록던이나 12.1점을 기록하는 마커스 스마트, 10.8점을 기록하는 데릭 화이트는 득점 뿐 만 아니라 볼 핸들링, 패스 보급까지 맡아주고 있다. 여기에 그랜트 윌리엄스와 샘 하우저, 알 호포드는 모두 40%이상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해주면서 스팟업 슈터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NBA 팬들은 50-40-90클럽, 혹은 180클럽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단일 시즌 야투율 50%, 3점슛 성공률 40%, 자유투 성공률 90%를 기록한 선수들을 뜻한다. NBA의 긴 역사속에서 이를 달성한 선수들은 래리 버드, 래지 밀러, 스티브 내쉬 등 단 9명이었다. 보스턴은 올 시즌 몇 몇 선수가 이 기록에 도전하는 수준이 아니다. 팀으로서 180클럽에 도전한다. 올 시즌 팀 야투율 49.4%, 3점슛 성공률 40.2%, 자유투 성공률 84.4%를 기록하고 있다. 경이로운 수치다. 만약 야투율과 자유투 성공률이 조금만 반등할 수 있다면 보스턴은 팀으로서 180클럽을 달성하는 최초의 팀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글을 통해, 팬들은 보스턴의 역대 최고 수준 공격에 대해 이해를 조금이나마 이루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역대 최고의 득점력을 기록하는지, 호포드를 스트롱사이드 외곽에 배치해서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낸 뒤, 위크사이드에 있는 3명이 스트롱 액션 및 변형 액션을 통해 공격을 풀어가는 컨셉이 이해가 될 것이다. 타 팀들과는 달리 탑보다 엘보우에서 볼 배급을 많이 하는 변칙성도 그들의 모션 오펜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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