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층 빌딩 착공하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라
대중들의 직감이 결과를 바꾼다고 주장한 수학자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을 미리 안다든지, 아니면 백화점에서 누구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적중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리 대비해 결과를 바꾸기도 한다.
그렇다면 개인이 모인 ‘대중’도 직감을 가질 수 있을 까. 소위말해 ‘집단 직감’ 같은 것 말이다.
수학자이자 존 L. 캐스티는 ‘대중의 직관’이라는 책에서 대중도 예지력이 있다고 장담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집단 내부에서 생겨난 분위기는 나중에 겪을 집단적인 사건의 방향을 한쪽으로 격렬히 몰아간다”면서 “사회적 분위기(대중들의 직감)가 거시경제 현상뿐 아니라 모든 집단적 사회 현상의 대표적 지표”가 된다고 주장했다.
캐스티는 “어떤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거라고 말하며 고층빌딩의 첫 삽을 뜨는 순간 빨리 그 나라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오라” 조언한다.
한 사회가 성장의 정점을 찍을 무렵 반드시 초고층 빌딩건축을 시작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빌딩이 건설되는 몇년의 기간 동안 그 나라 경제는 서서히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는 것. 아랍에미레이트의 부르즈 두바이, 사우디의 아브라즈 타워, 대만의 타이페이 101 등이 그 사례다. 불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불꽃을 피우려는 사회분위기가 고층 빌딩에 대한 열망으로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대중들의 직감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들어 2004년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보자.
조지 부시와 존 케리가 대결한 선거에서 전문가들은 과학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케리의 우세를 예측했다. 거의 모든 설문조사는 케리의 당선을 예측했다.
하지만 직관에 의지하는 도박업체들은 부시의 승리를 점쳤다. 결과는 도박사들의 예측대로 부시의 완벽한 승리였다.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났을까.
당시 분위기는 특이했다. ‘누구를 찍겠냐’는 설문조사에서 늘 케리가 앞섰지만,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냐’는 설문에서는 부시가 앞섰던 것이다. 결국 대중들의 예감이 결과를 바꾼 것이다.
이 현상을 두고 학계에서는 훗날 ‘존 케리 가설’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아무리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어떤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그 후보는 당선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대중들이 누군가를 지지하는 건 이성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본능이고 예측이다. 본능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 사회적 분위기로 발전하고 결국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캐스티는 대중들이 집단적으로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보면 사회 흐름을 미리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원제가 다름아닌 ‘분위기가 중요하다(Mood Matters)’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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