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까지 폭락” “옥석 가려 반등”···내년 가상통화 전망은

2022. 12. 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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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기조 지속···전략자산 인식 등 긍정 신호도

2023년 상반기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12월 15일 열린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내년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5%대로 상향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 9월 연준이 2023년 최종금리를 4.60%로 제시한 것보다 0.5%포인트나 올린 수치다. 내년에도 이어질 유동성 축소는 다른 자산보다 가상통화의 가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채굴업자들이 계속 채굴을 하는 이상 그들이 다수의 코인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통화 시장이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증권시장 등 모든 자산시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실체가 없는 가상통화 시장 또한 큰 폭으로 무너지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올해 이미 증명이 됐고 그런 만큼 가상통화 시장의 혹독한 겨울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가상통화 가격은 유동성이 결정”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가상통화 시장은 미술품 시장과 비슷하다. 가상통화에 내재적 가치가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고흐의 그림이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냐 없냐의 문제는 고흐 그림이 얼마에 팔리느냐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가상통화가 실제로 쓸모가 있냐 없냐는 논쟁의 대상이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라며 “가상통화의 가격은 설령 가상통화에 내재적 가치가 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형성된 게 아니다. 유동성이 결정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 계속 유입이 돼야 가상통화 업체가 굴러갈 수 있는데 지금 유동성이 고갈된 상황이다. 가상통화 업체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논리에 따라 돈이 유입되는 것 말고 다른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몰린 셈이다. 계기가 없으면 가상통화 가격은 계속 하락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긴축 기조와 2022년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위믹스 상장폐지 등의 충격으로 가상통화 시장의 겨울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지난 12월 5일 현재 1만7000달러 내외인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에는 70% 폭락한 500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파산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투자 심리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란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월 27일 ‘가상통화의 최종 가격이 0이 될 수 있다’는 칼럼에서 FTX가 담보 가치 없는 자체발행 코인(FTT)을 근거로 돈을 빌린 점을 지적하며 “가상통화의 담보 가치는 공기뿐이며 따라서 가상통화의 가치도 0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면서 전기를 많이 써야 하는 비트코인 채굴의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2월 21일 CNBC는 비트코인 채굴업체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이 텍사스에서 파산 보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2월 20일에는 채굴 기업 그리니지(Greenidge)가 암호화폐 핀테크 기업인 뉴욕디지털그룹(NYDIG)과 협업해 채무 구조조정에 나섰다.

반면 가상통화 시장이 침체기를 통해 ‘옥석을 가리는 시기’를 지나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12월 5일 코빗 리서치센터는 ‘2023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현재 8000억달러에서 1조~1조5000억달러 구간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보완을 통해 가상자산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연준이 정책전환을 하면서 가상통화에 대한 수요회복으로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우크라 전쟁 이후 전략자산 인식 확산

2022년 가상통화에 악재가 많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각국이 가상통화를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퇴출했다. 러시아는 금융 제재의 우회 수단으로 비트코인 매수에 나섰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가상통화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넘어 전략자산이 됐다. 미국의 스위프트 제재를 러시아는 비트코인으로 우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가상통화 활용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이 때문이다. 스위프트는 미국이 가진 강력한 전략자산 중 하나다. 러시아가 이를 우회하자 미국이 가상통화 또한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디지털화폐(CBDC) 상용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코트라(KOTRA)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상용화 전 단계인 CBDC 실증실험을 진행 중이며 중국은 이미 2022년 베이징올림픽 해외입국자에 대해 실증실험을 마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통화 패권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가상통화는 한 국가가 특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제 송금, 자산 이전이 가능한 도구다”라며 “가상통화는 유동성에 따라 가격이 왔다 갔다 할 텐데 내년에는 모멘텀이 생기고 시장에 반응이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시장에 대한 전망이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려면 투자에 앞서 투자대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주식투자를 할 때는 해당 기업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 유독 가상통화는 상승 곡선·하향 곡선만 보거나 혹은 유명인이 한 말을 좇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외형 확대만 치중하는 가상통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통화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상통화를 여기저기에 다 쓸 수 있다며 외형만 그럴듯하게 내세운 모델이다. 생태계만 늘리는 것이다. 마일리지 쿠폰을 여기도 쓰게 하고 저기도 쓰게 한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외형을 키워야 사람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자꾸 다른 것과 연계해 무리하게 확장을 하려 한다. 위믹스, 테라·루나 다 마찬가지였다”라며 “블록체인을 이용해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한 회사를 찾아야 한다. 기술집약적인 블록체인 모델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단순히 어디 어디에 쓰인다는 것만 갖고 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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