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수돗물 필터' 남세균 검출 확인하고도···녹조류만 강조한 국립환경과학원
수돗물 필터에 녹색 물질 끼었다는 제보 잇따라
2022년 9월 23일, 대구MBC는 달성군 현풍읍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조 모 씨의 집 수돗물 필터에서 녹조로 보이는 연두색 물질이 끼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 씨는 "지난 7월 중순부터 필터에 연두색 물질이 보이다가 점점 짙어졌고 나중에는 끝까지 다 확연하게 보였어요, 이전에는 더 심했는데 9월 5일 무렵 필터를 교체했고 9월 16일쯤부터 다시 녹색으로 변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현풍읍 일대의 맘카페에 관련 내용을 올렸는데 자신들의 집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댓글들이 달렸다고 했습니다. 조 씨는 수돗물 필터에 녹색 물질이 낀 모습을 담은 사진이 카페에 올라온 것을 비롯해 6~7건의 댓글들을 취재진에게 보여줬습니다.
취재진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공문을 보내 해당 가정집을 방문해서 공동으로 조사를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대구MBC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취재진은 어쩔 수 없이 단독으로 조사에 나섰습니다. 취재진은 10월 4일 해당 집을 방문해 수돗물 필터를 수거한 뒤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에게 전달해 유전자 검사를 위해 PCR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이 교수는 PCR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필터의 녹색 물질에서 살아 있는 독성을 만들 수 있는 유해 남세균이 확인되었습니다. 대구MBC는 관련 보도를 이어갔고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도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10월 24일,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김 모 씨도 자기 집 수돗물 필터에 녹색 물질이 많이 끼었다고 대구MBC에 제보를 했습니다. 2022년 8월 초부터 이런 현상이 생겨 9월 2일 수돗물 필터를 교체했지만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한 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지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전에 대구MBC가 보도한 '현풍읍 아파트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되었다'는 보도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래서 제보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구MBC는 두 번째로 제보가 들어온 현풍읍 김 모 씨 집의 수돗물 필터에 대한 남세균 검사를 공동으로 할 것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이번에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받아들여 지난 10월 26일 해당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수돗물 필터를 3개 샘플로 나눈 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와 국립환경과학원, 경북대학교 NGS센터에 보내 남세균이 있는지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PCR 검사를 맡고 경북대학교 NGS센터는 마이크로바이옴 검사(샘플의 생물체 전체의 유전자 조각을 검사하는 방법)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공동 조사와 별개로 해당 가정집과 아파트 단지의 저수조와 수돗물 검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 확인돼···어디서 유입되었는지는 확인 불가
지난 12월 1일 조사 결과를 두고 공동조사단의 의견 교환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국립환경과학원, 경북대학교 NGS센터는 두 가지 사실에 대한 동의가 이뤄졌습니다.
첫째,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점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대학 교 NICEM에 의뢰해 amplicon 방식의 마이크로바이옴 검사에서 0.1~5.3%의 남세균 DNA가 확인되었습니다. 경북대학교 NGS센터의 whole metagenome 방식의 마이크로바이옴 검사에서도 0.27%의 남세균 DNA가 검출되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DNA로 검출된 남세균이 이미 죽어서 활력이 없는 상태였거나, 아예 죽어서 DNA만 남아 있다가 검출되었을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경북대 NGS센터는 ’"남세균은 필터의 생물막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많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의견 차이 때문에 양측은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둘째는 남세균이 어디에서 유입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세균이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하려면 역학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는데 관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입 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필터에서 나온 남세균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유입될 수 있는데 모든 환경에서 존재할 수 있으며 햇빛과 온도 등 생장 조건이 맞으면 배양될 수 있습니다. 해당 가정집 수돗물 필터도 창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햇빛이 잘 드는 조건이었습니다.
남세균 검출은 평가 절하, 녹색 물질을 코코믹사로만 단정한 국립환경과학원
국립환경과학원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12월 5일 일방적인 내용이 담긴 보도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대구MBC가 조사를 의뢰한 경북대학교 NGS센터의 결과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를 의뢰한 서울대학교 NICEM센터의 남세균 검출 결과를 무시한 채 양 센터의 분석에서 남세균이 검출된 점을 평가 절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현미경을 활용한 형태학적 분석과 유전자 분석인 염기서열 분석 결과가 코코믹사로 일치하였고 수돗물에서 조류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수돗물 필터의 녹색 물질은 남세균이 아닌 인체에 무해한 녹조류인 코코믹사로 판명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언론사가 보도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필터의 녹색 물질이 무엇인지 동정(생물의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하기 위해 18S rRNA 유전자를 증폭해서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식물성 플랑크톤인 코코믹사 속 외 2종 이상과 99.66% 일치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한 현미경 분석에서도 역시 코코믹사로 확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점들이 있습니다. 수돗물 필터에 독소를 내는 원핵미생물인 남세균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공동 조사에서 왜 식물성 플랑크톤인 코코믹사를 확인하는 PCR 검사를 실시한 걸까요? 18S rRNA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세균을 확인하는 방법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세균과 같은 세균을 PCR 검사로 확인하려면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해야 합니다.
공동 조사에 참여한 경북대학교 NSG센터장 신재호 교수(미생물학 전공)는 "유전자 분석의 경우에도 실제로 수행한 연구내용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환경과학원에서는 진핵미생물만 가지고 있는 18S rRNA 유전자와 rRNA 유전자 ITS 1,2 영역을 PCR로 증폭하여 염기서열을 분석했으니까 당연히 진핵미생물인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확인되었겠죠. 그런데 이건 이상합니다. 애당초 조사하기로 한 남세균에는 그런 유전자가 없습니다"라고 검사 결과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이보다 앞서 또 다른 현풍읍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대한 PCR 검사를 해서 살아 있는 '유해 남세균'이 필터에 있다고 밝혔던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미생물학 전공)도 국립환경과학원의 PCR 검사 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환경과학원에서 아예 남세균은 검사도 안 했습니다. 원핵생물인 남세균을 확인하려면 16S rRNA gene과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성하는데 관련된 유전자를 조사해야 알 수 있는데 그건 하지도 않았네요. 그걸 해야 남세균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 교수는 또 "게다가 양 센터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보면 남세균의 존재가 확인되었는데 왜 안 했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조사는 코코믹사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 아닌데 국립환경과학원은 코코믹사를 조사해놓고 남세균은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PCR 검사는 DNA의 특정 부분을 시험관에서 대량 증폭하는 기술로 1983년 케리 B 뮬리스에 의해 고안된 이래 유전자 검사에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사람들이 코로나 19에 걸렸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많이 쓰이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용어입니다. 이번 국립환경과학원의 PCR 검사는 비유하자면 코로나 19에 걸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PCR 검사를 하겠다고 하고는 코로나 19가 아닌 다른 엉뚱한 바이러스 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보여주면서 이를 근거로 코로나 19에 확진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취재진은 공동 조사 관계자들의 검토 회의가 끝난 이튿날인 12월 2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담당자에게 연락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해명과 함께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이 결국 직접 국립 환경과학원의 책임자에게 전화도 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한 문의를 했지만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2월 5일 일방적인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대구MBC가 12월 5일 보도를 통해 PCR 검사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국립환경 과학원은 다음날 보도 설명 자료를 통해 반박했습니다. 자신들은 수돗물 필터의 녹색 물질이 현미경 분석 결과를 통해 녹조류인 코코믹사로 동정되어 녹조류의 종류를 판별하기 위한 진핵 생물 검사법인 18S rRNA 유전자 검사를 해서 최종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남세균 검사법 (16S rRNA 유전자)으로 분석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해명은 이번 공동 조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이 검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상반되는 것입니다.
대구MBC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처음 공동 조사에 나섰을 때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경북대학교 NGS센터에 의뢰하고 PCR 검사는 경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에게 맡기기로 하고 했습니다. 그러나 PCR 검사를 담당할 교수가 거절하는 바람에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대구 MBC와 협의를 통해 국립환경과학원에 PCR 검사를 의뢰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현미경 분석을 토대로 수돗물 필터에 녹조류인 코코믹사만 있는 것처럼 설명하며 녹색 물질은 코코믹사라고 단정했습니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이 제시한 현미경 분석 사진을 보면 쌀알 모양의 코코믹사뿐 아니라 형태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미생물들도 눈에 띕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는 "현미경 분석 사진만 봐도 코코믹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미경 검사가 왜 정확하지 않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 내용에 불신을 나타냈습니다.
경북대학교 NGS센터장인 신재호 교수도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의 18S rRNA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코코믹사 속인 코코믹사 심플렉스(Coccomyxa simplex) 외 2종 이상과 99.66% 일치했다고 밝혔지만 단일 미생물을 분리하지 않고 혼합된 상태에서 얻어진 PCR 산물을 Sanger sequencing 방법으로 읽어서 어떤 미생물을 판단하는 것은 미생물학에서는 하지 않는 방법이므로 공동 조사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법을 사용하였다"고 이번 국립환경과학원의 PCR 검사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 수돗물 필터에는 코코믹사와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도 있고 남세균도 있으며, 대장균이나 곰팡이 같은 수많은 미생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북대학 교 NGS센터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를 보면 녹조류가 52.54%를 차지하고 있고 세균이 46.7%, 사상성 곰팡이가 0.33%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신재호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이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코코믹사와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 형태가 주로 관찰되었지만, 이것으로는 유해 남세균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법으로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녹조류가 52.5%, 세균이 46.7%인데, 세균 중에서 남세균은 0.27%였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는 남세균 독성 실험도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남세균은 필터에 붙어있는데 왜 수돗물을 조사하죠? 마이크로시스틴은 남세균 세포 내에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물이 아닌 필터에 붙어있는 남세균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조사해야 합니다. 마치 에어로졸처럼요. 저희가 에어로졸 실험을 할 때 공기 중에 있는 남세균을 필터로 포집하였고, 필터에 붙어있는 남세균을 터트려서 마이크로시스틴을 포함한 독성을 추출하고 측정하였습니다"라고 말하며 조사가 과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0월 26일, 해당 가정집의 아파트 저수조와 수돗물 필터 부착 전후의 수돗물 시료 3개를 채취하여 LC-MS/MS 검사법과 일라이자 검사법으로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수돗물 필터의 녹색 물질은 유해 남세균이 아니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승준 교수는 이런 주장이 왜 말이 되지 않은지를 설명한 것입니다.
조사 시점인 10월 26일 오전은 낙동강 녹조 현상이 거의 사라진 시기였습니다. 10월 26일 오전 당시의 수돗물 상태에 대한 결과이므로 비교를 하려면 해당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가 장착된 9월 2일부터 10월 26일 사이 약 두 달 동안의 수돗물 검사 결과와 대조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과정은 무시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필터에서 나온 남세균과 수돗물에서 나오는 남세균 독소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인 일입니다. 수돗물 필터에 대한 PCR 검사를 하면서 정작 해야 할 남세균 검사를 하지 않았고 필터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남세균 독성 검사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남세균 생존 여부가 쟁점이 된 납득하기 힘든 상황
수돗물 필터에서 검출된 남세균이 살아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남세균이 살아 있는 DNA라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수돗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12월 6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남세균과 남세균 DNA는 다르며, 남세균이 0.1~5.3% 검출된 것으로 표현하면 살아있는 남세균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남세균 DNA가 0.1~5.3% 검출된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법은 남세균이 아닌 남세균 DNA를 검출하는 방법으로 국내외 수돗물에서 죽은 세포에 의한 남세균 DNA는 흔히 발견되며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신재호 교수는 남세균의 생존 여부가 왜 쟁점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의 수돗물 처리시스템의 안전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 아닌가요? 상식적으로 고도정수가 된 수돗물에는 DNA와 같은 유기물이 그렇게 많이 검출될 정도로 나와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정수 후에도 죽은 세포나 죽은 세포의 DNA가 수돗물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것입니까? 그러면 우리가 그동안 수돗물을 마시면서 죽은 세포나 죽은 세포의 DNA를 마셔왔다는 말입니까?"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게다가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죽으면서 발생하는데 남세균이 죽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신 교수는 밝혔습니다. 남세균의 생존 여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국립환경과학원은 PCR 검사를 통해 남세균 인지 확인한 뒤 RNA 검사를 해서 살았는지 여부를 알아보지 않았을까요?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도 “이미 지난번 필터(또 다른 현풍읍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에서 DNA 조사로 남세균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번 추가 조사에서는 지난번에 논란이 된 필 터에 존재하는 남세균이 살았는가 죽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해야 하는데 안 했습니다. 실험 조사의 시작부터 잘못했습니다.”라며 국립환경과학원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이 교수는 남세균의 생존 여부가 중요한 것은 이것이 어디에서 유입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승준 교수는 "금번 필터 조사에서는 남세균이나 코코믹사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조사는 일절 빠져있습니다. 간단히 정수장 물에서 그리고 대기 중에 조사했으면 밝혀졌을 일인데 여전히 필터만 조사하고 개인의 위생과 필터 제작회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말만 공동 조사일 뿐···국립환경과학원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일방적인 발표
이번 공동 조사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대구MBC의 공동 조사로 진행되었습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공동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양쪽이 협의를 해서 그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부탁을 했습니다. 대구MBC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은 경북대학교 NGS센터와 자신들이 의뢰한 서울대 NICEM의 결과로는 국립환경과학원의 PCR 검사 결과(코코믹사에 대한 PCR 검사 결과)를 설명할 수 없게 되자 일방적으로 보도 자료를 언론사들에 유포했습니다.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 전에 대구MBC에게 먼저 자료를 제공한다는 약속도 어겼습니다. 취재진은 보도 자료를 다른 기자들보다 늦게 확인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공동 조사의 당사자 중 한쪽이 조사 분석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동 조사 결과로 발표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들의 조사 결과 발표라고 밝히거나 아니면 대구MBC와 경북대학교 NGS센터의 다른 견해를 실었어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대구MBC와 경북대학교 NGS센터가 조사 결과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데도 마치 자신들의 의견과 같은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말만 공동 조사일 뿐이지 조사 결과에 대한 국립환경과학원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일방적인 견해를 밝힌 것입니다.
논란의 시작이 된 '대구MBC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보도
2022년 여름도 낙동강은 심각한 녹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독소로 수돗물도 위험하다고 주장했고,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문제가 없다며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취재진은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인터넷 공개 자료를 매일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환경 단체들의 주장에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이때 환경단체의 한 회원으로부터 우리나라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사 방법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과 달라서 검출이 되지 않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검사 방법을 다르게 해서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취재진은 반신반의했지만 이 검사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으면 ‘수돗물 독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수돗물 독소’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으켜 보다 철저한 수돗물 관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대구MBC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동의를 얻어 매곡과 문산, 고산정수장 등 대구 주요 정수장 3곳의 원수와 정수를 제공받기로 했습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은 결과가 보도되면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전향적으로 정수장 원수와 정수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검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구MBC는 7월 21일, 대구 주요 정수장 3곳을 직접 방문해 정수장 직원들이 직접 제공한 시료들을 넘겨받았고 그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의 책임자는 절대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지 않는다고 자신만만해했습니다.
대구MBC 취재진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제공받은 시료들을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 연구진에게 전달했습니다. 물론 시료들은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교수와 약속한 방법대로 안전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이승준 교수는 남세균의 독소 연구와 관련해 국내의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 교수가 사용한 검사 방법은 남세균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모두 찾아내 합하는 방식의 일라이저(ELISA) 검사법입니다. 환경부의 고시 기준 검사법인 LC-MS/MS 방법이 마이크로시스틴 LR 등 주요 마이크로시스틴만 찾는 방법과 차이가 있습니다. 모두 미국 환경보호국의 공인 검사법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검사법입니다.
이승준 교수팀의 분석 결과 정수한 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매곡정수장 0.281ppb, 문산 0.268ppb, 고산 0.226ppb가 검출됐습니다. 미국 환경보호국의 성인 허용 기준치인 1.6ppb 이하이지만 미취학 아동 허용치인 0.3ppb에 근접한 수치였습니다. 뜻밖의 결과였습니다. 그동안 환경부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에는 절대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밝혀 왔기 때문입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관계자들도 매우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같은 시료로 자신들이 검사한 LC/MSMS 검사법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검사 결과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마이크로시스틴 허용 기준치(총 마이크로시스틴 기준) 이내이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검사에서 아동 허용치인 0.3ppb에 근접한 수치가 나왔기 때문에 한 여름인 8월에 녹조현상이 더 심해지면 허용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있을까요? 또한 이 정도 수치는 미국 오하이오주 환경 당국의 최소 보고 기준치인 0.24ppb를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오하이오주는 2014년 수돗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단수 사태까지 발생한 톨레도시가 있는 곳입니다.
미국 뉴저지주는 더 엄격히 적용해 0.15ppb를 최소 보고 기준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미국 버몬트주는 수돗물이든 상수원수든 0.16ppb 이상 검출되면 즉각 시민에게 알리고 취수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아예 수돗물의 마이크로시스틴 권고 기준을 0.1ppb로 정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정자 수 감소 등의 이유로 허용 기준치를 0.03ppb로 훨씬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잣대로 하면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0.281ppb~0.226ppb는 약 7.5배에서 9.3배나 높은 것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 손상을 주는 독성물질이자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환경부의 LC/MSMS 검사법은 마이크로시스틴 LR과 RR 등 주요 마이크로시스틴 4가지 종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270여 가지 마이크로시스틴 중에서 4가지밖에 감지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해당 마이크로시스틴이더라도 구조가 변하면 측정에서 놓칠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 LR과 RR 이외의 물질들, 200여 종이 넘는 마이크로시스틴들은 여전히 독성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총 마이크로시스틴으로 기준의 변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부경대 검사 결과' 평가절하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주장은 억지에 가까워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환경부는 이승준 교수팀의 분석 결과를 평가 절하했습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가 같은 날 같은 시료로 검사한 LC/MSMS 검사법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현재 시행하는 LC/MSMS 검사법으로 측정할 수 없는 독소가 일라이자 검사법으로 검출이 확인되었다면 그동안 놓쳐온 독소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정부가 시행하는 검사법의 한계를 인정하기보다 일라이자 검사법이 부정확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부는 미국 환경보호국에서는 일라이자 검사법으로 나온 수치가 0.3ppb 이하이면 신뢰도가 낮아 자료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데 대구 수돗물 검사 결과는 0.3ppb 이하이니 신뢰도가 낮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최소 보고 기준은 숙련되지 않은 인력이 검사를 할 때도 실수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고 전문가가 일라이자 방법을 쓰면 그보다 훨씬 낮은 결과도 신뢰도 있게 도출될 수 있습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대구MBC의 '수돗물 남세균 검출' 보도 이후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시 의 정수장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2014년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나왔을 때 50만 명 주민에게 며칠 동안 수돗물 단수 조치를 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털리도시는 수돗물을 마시지 말고 그 물로 설거지나 샤워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단수 사태 이후 톨 레도 시의 정수장은 정수 시스템을 보강해 남세균 독소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톨레도시의 정수장은 어떤 방식으로 남세균 독소를 검사하고 있을까요? 톨레도 정수장도 이승준 교수가 쓴 방법인 일라이자 검사법으로 남세균 독소를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왜 LC/MS MS 검사법을 쓰지 않느냐고 묻자, 수석 화학자인 제프 마틴은 "일라이자법이 270여 가지의 독소를 모두 측정해주기 때문입니다. LC/MS MS검사법은 정확도 면에서 뛰어나기는 하지만 찾으려고 하는 종류의 독소 외 다른 독소가 물에 있어서 알 수 없어 좀 덜 정확하지만 전체적인 독소를 측정해주는 일라이자법이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낫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취재진이 "만약 대구 수돗물에서 나온 0.28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톨레도 정수장에서 나온다면 그 수치를 신뢰합니까?"라고 묻자, 그는 "오하이오주 환경보호국이 마이크로시스틴의 최소 보고 기준을 0.24ppb로 잡고 있어서 충분히 신뢰합니다. 2014 년 단수 사태 이후 그 정도로 높은 수치가 나온 적은 없는데 만약 그 정도 수치가 나오면 먼저 검사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거듭해 확인해야 하고, 톨레도 시장과 오하이오주 환경보호국 등에 보고를 해야 합니다"고 답변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주장과 다르게 총합 방식 검사를 권고한 WHO
환경부는 아직도 WHO(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을 근거로 만든 환경부 고시 기준인 LC/MSMS 검사법이 훨씬 정확하며 마이크로시스틴 총합을 측정하는 일라이자 검사법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2020년 6월 WHO(세계보건기구)가 '먹는 물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선을 위한 마이크로시스틴 관련 연구 보고서'의 내용과 상반되는 태도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총 마이크로시스틴 수치를 가이드라인 수치와 비교하는 게 공중의 건강을 보호할 것'이라고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WHO는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1년, 먹는 물 가이드라인에서 기존 마이크로시스틴 LR 검사에서 일라이자 검사법과 같은 총합 방식으로 개선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저희가 WHO가 했다고 따라 할 건 아니고 우리나라의 어떤 모니터링, 이제 LR뿐만 아니라 저희가 여섯 종 이상을 하고 있거든요"라며 당장 검사법을 변경하는 데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현재 일라이자 검사법과 같은 총합 검사법을 채택한 주요 국가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브라질, 튀르키예 등입니다.
일라이자 검사법으로 훨씬 더 자주 검사하고 기준치도 낮춰야
지금 지구 온난화로 남세균 독소 문제는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각 나라들은 먹는 물에 대한 남세균 독소 기준치를 두고 있지만 차이가 많습니다. 검사하는 방법도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LR만 찾아내는 것과 모든 마이크로시스틴을 찾아내서 합하는 방법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마이크로시스틴 LR만 검사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총합 방식의 검사법인 일라이자 검사법을 도입했습니다. WHO도 기존의 마이크로시스틴 LR만 검사하는 것에서 일라이자 검사법과 같은 총합 방식으로 개선하고 가이드라인도 변경했습니다. 남세균 독소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기준치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 수돗물 관리와 대응 체계도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대구MBC와 부산MBC의 공동 프로그램인 ‘빅벙커’의 제작진은 조지 블러잔 미국 볼링그린 주립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를 만나 남세균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블러잔 교수는 "남세균이 공격을 받으면 용해되는 단계에서 독소를 분출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매일 수질검사를 꾸준히 하면서 수치가 낮게 반복해서 나온다 해도 이 현상은 매우 빠르게 전개될 수 있어서 바이러스가 대량의 녹조 생체량을 파열시킬 수 있고 용해되는 단계에서 많은 양의 독소가 한꺼번에 새어 나오게 되면 정수장에서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정수장에서는 매일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빅벙커’ 제작진이 한국은 여름철에 1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많이 놀라면서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블러잔 교수는 "식수의 마이크로시스틴 수치를 모니터링 하는 것은 반드시 매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일주일 동안 안전 수치 안에 있지만 매우 빠르게 전개되는 바이러스나 균 등으로 인한 대규모의 녹조 용해가 일어날 수 있고 그 단계에서 독소가 정수장으로 바로 방출되는데 이렇게 되면 독소 제거를 위한 추가적인 화학 처리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측정하지 않는다면 독소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남세균 독소에 대한 측정을 자주 해야 하고 일라이자 검사법과 같은 총합 방식의 검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난 이지영 오하이오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런 기준치를 만들고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사람의 건강과 수질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이런 문제는 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일라이자를 쓰면 마이크로시스틴 전체를 볼 수 있고 LC/MSMS를 쓰면 4~6가지를 정밀하게 보기 때문에 이 두 방법이 상호보완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 방법을 다 사용을 하는 게 왜 독소를 측정하는지 근본적인 목적에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부는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검사법과 기준치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철저히 검사하고 선진적인 검사 기법을 도입하자는 상식적인 주장에 대해선 귀담아듣지 않고 있습니다. 남세균 독소를 연구한 대학교수들의 검사 결과도 과학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고 폄하하고 무시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왜 이런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환경부의 이런 자세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의 불신을 자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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