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성공의 그림자, 호날두의 사우디행으로 다시 불거진 스포츠워싱

황민국 기자 2022. 12. 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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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1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모로코에 패배한 뒤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하 | AFP연합뉴스



온 세상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스포츠 행사가 쏟아진 올해 화두는 스포츠 워싱(독재나 인권침해, 부정부패 등으로 나빠진 이미지를 스포츠로 세탁하는 행위)이었다. 선수들의 피땀어린 열정과 각본 없는 드라마가 환호성을 자아냈지만, 그 열기로 부정적인 인식을 씻어내려는 얄팍한 의도에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 카타르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 주요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는 이번 대회로 단순히 에너지 부국을 넘어 스포츠 메카로 이미지를 바꿨다.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가혹한 고용계약 시스템인 카팔라와 성소수자·여성 차별 등 카타르의 인권 문제는 뜨거운 축제 열기에 가려지고 말았다. 스포츠 워싱 효과를 확인한 카타르는 2023년 아시안컵과 2030년 하계아시안게임 유치를 확정한 데 이어 2036년 하계올림픽도 욕심을 내고 있다.

카타르의 성공은 인권 유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웃 사우디아라비아를 부추겼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으로 국제적 비판이 시달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년 월드컵 개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일간 ‘가디언’은 “2022년은 스포츠 워싱의 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의 성공을 보면서 큰 힌트를 얻었다”고 비꼬았을 정도다.

그 증거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행이다. 호날두는 알나스르에서 7년 계약에 총액 10억 파운드(약 1조 5412억원)를 제안받았는데, 2년 반은 선수로, 남은 기간은 홍보대사를 맡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호날두가 홍보대사를 맡는 기간이 딱 2030년 월드컵과 맞아 떨어진다. 호날두는 아직 알나스르와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으나 인근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체류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압둘라지즈 빈투스키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체육부 장관은 23일 영국방송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호날두를 알나스르에 영입해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히면서 협상 사실을 인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 워싱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신생 골프 리그 LIV투어를 올해 출범시키면서 골프계를 흔들었고, 2029년에는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2030년 월드컵 유치는 그 마침표를 찍는 행사가 될 수 있다.

스포츠 단체들도 스포츠 워싱에 대한 비판을 잘 알고 있다. 대형 스포츠 행사를 여는데 워낙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게 문제다. 올해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2년 동계올림픽은 개최지 선정 당시 6개 도시 가운데 4개 도시가 비용 문제로 철회해 중국과 카자흐스탄만 남기도 했다. 주민 여론과 환경 파괴 이슈에서 자유로운 국가로 후보지가 좁혀지니 스포츠 워싱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스포츠 단체들은 이런 나라들을 옹호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인판티노 회장이 카타르 월드컵 직전 개최국에서 일어난 노동자 인권 탄압이나 소수자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을 받자 “북한도 월드컵을 열 수 있다”고 응수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스포츠 단체들이 이 같은 관행이 계속된다면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가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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