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체면 살린 '구세株'… 한국에도 꼭 빼닮은 종목 있었네
젊음과 순발력, 정교한 데이터까지 갖춘 미국 월가의 난다 긴다 하는 펀드매니저도 모두 83세, 99세 노인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평소 주식 시세조차 보지 않는다는 두 노인은 미국 투자 전문회사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끄는 거물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를 뜻한다.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1% 올랐다.
우습다고 할 수 있는 수익률이지만 미국 최고 우량주 묶음 지수인 S&P지수가 같은 기간 20.3% 하락한 것을 보면 엄청난 초과 수익률인 셈이다.
그런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보유 비중 1위는 애플(41.9%)인데, 이 주식은 올 들어 27.3%나 떨어졌다. 보유 비중 2위인 금융주 뱅크오브아메리카(10.3%)는 주가가 29.9%나 하락했다.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차지하는 1·2위 주식이 모두 하락했는데도 버크셔해서웨이 주가가 플러스로 돌아서며 월가는 버핏을 올해의 승자라고 부른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주식투자 부문과 자회사를 통한 제조·판매업으로 나뉜다. 주식 분야 비중이 커지면서 이 회사의 주식 포트폴리오 수익률과 버크셔해서웨이 주가가 거의 동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가의 승자로 불리는 비결은 버핏이 13F에 공시한 보유 비중 3·4위 주식에 있었다. 13F는 버핏처럼 운용 자산 규모가 1억달러를 넘는 기관투자자들이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공시 보고서를 말한다. 13F에 따르면 버핏의 보유 비중 3위와 4위는 각각 셰브론(8%), 코카콜라(7.6%)다. 두 주식은 올해 각각 44.3%, 6.8% 올랐다.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구원투수' '소방수' '구세주'는 셰브론인 셈이다.
올 들어 급격하게 주식 수를 늘린 옥시덴털페트롤리엄(비중 4%) 주가가 올해 2배 뛴 것도 버핏이 애플 주식으로 본 손실을 일부 보전해줬다.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만천하에 공개돼 있는데 양면성이 있다. 애플이 전체 비중에서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를 놓고 '집중 투자'의 대가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 보유 비중이 10%가 채 안 되는 셰브론과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주가가 급등하면서 결국 '분산 투자'의 미학을 보여준 셈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가 막대한 돈을 공급하면서 2020~2021년 주식시장에 큰 장이 섰지만 버핏은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기업 본질의 가치와 무관한 유동성 장세로 본 것이다. 올 들어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자 그는 되레 주식을 대거 채워 넣었다.
셰브론과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이 유가의 영향을 받는 에너지 주식이지만 업종을 제외한다면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영업이익률, 유동비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우선 순위는 ROE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ROE는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을 얼마나 남겼는지를 뜻하는 수익성 지표다. 최고경영자(CEO)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경영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데, 기준 자체가 순익이다 보니 향후 투자나 배당을 늘릴 여력도 보여준다.
버핏의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셰브론은 모두 ROE가 20%를 넘는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 환산 추정 ROE가 11.2%(에프앤가이드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위력이 드러난다.
셰브론의 ROE는 23.2%이며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역시 16.3%였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수치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은 14.1%였다.
월가와 여의도 모두 버핏이 삼성전자 대신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를 신규 매수한 것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ROE와 영업이익률을 중시하는 버핏에겐 당연한 선택이었다. TSMC의 3분기 ROE와 영업이익률은 각각 37.9%, 50.6%에 달해 삼성전자를 능가하고 있다.
버핏의 보유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유동비율이 높은 편이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셰브론은 유동비율이 140%에 달한다. 빚 부담이 낮아 고금리 상황에서도 버틸 힘이 있다는 뜻이다.
버핏이 셰브론 주식을 늘린 것은 이처럼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이 높은 주식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방어하기 위함이다. 한국 상장사 중에서도 셰브론의 주가 지표에 버금가는 종목이 많다.
금융·지주사를 제외하고 셰브론의 ROE(23.2%)와 영업이익률(16.3%), 유동비율(140%) 이상의 숫자를 보여주면서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상인 국내 기업을 추적해보니 14곳이 나왔다.
글로벌 체외진단 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5일 '2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의료기기 업체가 이 정도의 수출 실적을 쌓은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이 같은 고속 성장주가 배당도 준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한국판 셰브론'이라고 부를 만하다는 평가다.
셰브론의 배당수익률은 3.4%인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말 4.2%의 배당수익률을 약속하고 있다.
이 상장사는 'M10'이라는 코로나19 진단 기기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데 작년 기준 매출의 9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향후 전망이 좋은 것은 이 업체가 미국 체외진단 기업 '머리디언'을 인수·합병(M&A)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유럽에 이어 미국으로까지 유통망이 넓어졌다. 주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올 3분기까지 크게 하락했다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다시 한번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50-50클럽'이다. ROE와 영업이익률이 모두 50%가 넘는다.
이 클럽에 가입된 또 다른 회사는 해운사 HMM이다. 다만 경기 침체로 해운운임이 하락하고 있어 현재 수익성이 향후에도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뒤에 숨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영원무역도 중장기 포트폴리오에 담을 만한 종목이다. 영원무역은 의류 소재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캐나다 레깅스 브랜드 룰루레몬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수익성이 뛰어나다. 영원무역의 고객사는 모두 고가 브랜드로 경기 침체에 따른 민감도가 덜한 편이다. 이 상장사의 ROE와 영업이익률은 각각 33.9%, 23.7%이며 유동비율은 315.5%, 배당수익률은 2.7%로 '팔방미인'이다. 다만 향후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면 매출이 줄어들 여지는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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