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누르던 규제 확 풀린다 … 새해 부동산시장 볕드나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2. 12. 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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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주택규제 완화 시장 영향 살펴보니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변화'의 한 해였다. 2021년까지 집값은 폭등했고, 연초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점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과 최악의 거래절벽이 동반하며 폭락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상황이 이처럼 흐르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도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세금·재건축·대출·청약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규제가 풀리고 있다. 내년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어떤 환경 변화가 있어도 수요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최악의 시기가 '바닥'인 경우가 많았다. 2010년대 초반 부동산 침체기에도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마무리된 후 2~3년이 지나 집값이 반등한 이력이 있다. 2023년 주택 시장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매일경제가 월별로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와 환경 변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정리해봤다.

◆ 1월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내년 시작부터 바뀌는 게 많다. 우선 부동산 취득세 과세표준이 '실거래가'로 바뀐다. 특히 증여에 미칠 영향이 크다. 지금까지 부동산을 증여하면 과세표준이 실거래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시가표준액'(개별공시가격 등)이었다. 이게 실거래가와 연동되는 '시가인정액'으로 바뀐다. 시가인정액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 사이의 매매가격, 감정가격 등을 시가로 보는 기준이다. 이렇게 되면 증여와 관련된 취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도 낮아진다. 구조안전 항목에 대한 가중치가 50%에서 30%로 줄어들고, 주거 환경과 설비 노후도 비중은 30%로 높아진다.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주민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하다고 느끼면 재건축이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조건부 재건축' 단지에 의무적으로 시행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지자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한다.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면 목동·상계동 등 1980년대 중반 중층 아파트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무순위 청약 거주지역 요건'도 폐지된다.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된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이 무주택자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2월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가능할까'

재건축·재개발 리모델링 관련 사업을 하는 정비 업계의 '뜨거운 감자',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발의되는 달이다. 용적률이 얼마나 늘어날지가 관건이다. 특별법에는 용적률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큰 틀만 나온 후 '단지별 특성에 맞춘다'는 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1기 신도시에만 적용되는 안전진단 규제 추가 완화 방안이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내년 서울 강남권 전월세 시장 흐름을 결정지을 입주 단지도 나오기 시작한다. 개포동에서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가 입주하는데 잔금을 맞추기 위한 전세 매물이 소화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개포동 신축 전용 84㎡ 전세 시세가 9억원대까지 떨어졌는데, 환경이 더 나빠지면 서울 전월세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4월 청약추첨제 부활…1주택자 기회 열리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 1400만여 가구의 공시가격이 발표된다. 정확히는 3월 중순 예정액이 공개되고 주민들의 이의 제기를 받은 후 조정 과정을 거쳐 최종 공시된다.

내년 표준지(땅)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5% 넘게 하락할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하락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최근 집값 급락 분위기를 고려하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표준지나 표준단독주택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정부는 이때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재산세를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인 공정시장가액을 1주택자 대상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7월과 9월에 부과되는 재산세가 확 깎인다는 뜻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중소형 면적(전용 85㎡ 이하)에 추첨제가 신설된다. 그간 투기과열지구 내 중소형 면적은 가점제 100%로 공급돼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청년층의 당첨 기회가 적었다. 이에 규제지역 내 전용 60㎡ 이하 주택은 '가점 40%+추첨 60%'를 적용하고, 60㎡ 초과~85㎡ 이하 주택은 '가점 70%+추첨 30%'로 추첨제 비율이 늘어난다. 대형 면적(전용 85㎡ 초과)은 가점 쌓기가 유리한 중장년층을 위해 가점 비율을 높였다. '가점 50%+추첨 50%'였던 투기과열지구 내 대형 면적은 '가점 80%+추첨 20%'로 가점제 비율을 높였으며, 조정대상지역 내 대형 면적은 '가점 30%+추첨 70%'에서 '가점 50%+추첨 50%'로 각각 조정됐다. 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현행 규정이 유지된다. 전용 85㎡ 이하는 '가점 40%+추첨 60%', 85㎡ 초과는 추첨 100%를 적용한다. 이 같은 변화로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연장'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최고 75%)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주기로 한 기간이 내년 5월 9일 종료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시행한 이 제도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최근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을 2024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시장 침체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만큼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준다는 의미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 외에도 다주택자 대상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구), 하남, 광명 등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30%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9·13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을 4년여 만에 푸는 것이다.

◆ 6월 '2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6월부터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가 많다. 먼저 종합부동산세 공제금액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오른다.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9억원 이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도 현행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아진다.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도 없어진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도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세금을 내면 된다. 과세표준 12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중과세율을 적용받지만, 최고세율은 6%에서 5%로 낮아진다. 주택 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던 종부세 부담 상한율은 150%로 일원화된다. 조정대상지역 2~3주택 이상 보유자는 세부담 상한율이 300%였는데 대폭 낮춘 것이다.

◆ 7~8월 서울 대단지 입주 몰려

주택 시장에서 7월 말부터 8월은 비수기로 꼽힌다. 휴가철인 데다 더위 때문에 집 보러 다니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7~8월은 서울 주택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단지 입주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물량이 눈에 띈다. 8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2990가구가 입주하고, 11월엔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한다. 2월에 입주하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등과 합치면 강남권에서만 1만3000여 가구가 몰리는 것이다. 2022년 강남권 입주량에 비해 4배 많다. 강북권에선 은평구·서대문구 생활권인 DMC(디지털미디어시티) 일대에 입주 물량이 몰려 있다. 서울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포레'(1464가구)와 'DMC 파인시티자이'(1223가구) 등이 입주한다.

◆ 12월 '월세 세액공제, 효과 기대감'

12월은 연말정산의 시기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월세 세액공제율 및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공제 한도 상향'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들의 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월세 세액공제를 15%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23년 연말정산분부터 총급여 55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근로자 및 성실 사업자는 월세 세액공제를 최대 15%까지 받는다. 근로소득 총급여 70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는 공제율이 기존 10%에서 12%로 높아졌다.

전세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도 2022년에 비해 100만원 높아졌다. 무주택 근로자가 국민주택 규모(전용 85㎡ 이하)의 주택 전세대출 원리금을 상환 중일 경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 금리 추이·초과이익환수제 개정 주목

내년은 부동산 시장에 거의 매달 체크해야 할 변화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등 국내 부동산 관련 주요 연구기관들은 2023년 전국 집값이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을 일제히 내놓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집값을 하락시킨 결정적 요인이 '금리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일정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2023년 금융통화위원회는 1월 13일, 2월 23일, 4월 13일, 5월 25일, 7월 13일, 8월 24일, 10월 19일, 11월 30일 열린다.

재건축 사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선안 통과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 올 9월 국토부는 1주택 장기 보유자의 재건축 부담금을 최대 50%까지 경감하고, 초과이익 산정 기준도 기존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에서 조합설립인가로 늦췄다. 하지만 재건축 부담금은 거의 모든 세부사항이 법률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2024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집값 움직임과 별도로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270만가구 주택 공급 계획 진행 상황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릴 것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가 끝나는 6월 이전에 남양주왕숙·고양창릉·인천계양·부천대장·하남교산 등 3기 신도시 5개를 모두 착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이 밀릴 가능성도 있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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