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파고든 분향소…시리도록 사무치는 그리움[금주의 B컷]

권도현 기자 2022. 12. 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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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옆에 묻어줬으니까 할아버지, 할머니 보살핌 받으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딸을 잃은 아버지는 딸의 영정 앞에서 한참 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그는 딸과 함께 76명의 영정이 놓인 분향소 옆에 섰다.

수도권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시민분향소에는 외투를 파고드는 칼바람이 불었다. 밝게 웃고 있는 영정 앞에 놓인 핫팩들이 잔잔한 열을 내뿜고 있었다. 두껍게 옷을 챙겨 입은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분향소를 나서기 전 이들은 하나같이 분향소 한쪽에 서 있는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날 전화를 받고 한남동 주민센터로 갔어요. 갔는데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안 되더라고….” 분향소를 지키는 아버지는 기자에게 딸의 실종신고를 위해 이태원으로 달려온 그날 밤을 덤덤하게 말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고 적힌 마스크 위로 보이는 그의 눈빛에는 짙은 그리움과 쓸쓸함이 맺혀 있었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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