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野 힘에 밀려 민생예산 퇴색"···정부도 "손발 다 묶여"
내년 예산 4.6조나 삭감되고
법인·종부세 등은 '찔끔' 인하
민간주도성장 정책 동력 잃어
예산안 합의 하루 뒤 입장발표
여야가 합의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을 놓고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맞지 않는, 소위 이재명표 예산이 대거 반영된 것과 여야의 법인세 합의 내용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3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 경제가 어렵고 대외 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쉬움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섬겨 일자리를 더 만들고 경제 활성화 위해 재정을 투입하려 했지만 야당의 힘에 밀려 민생 예산안이 퇴색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야가 예산안을 합의한 뒤 하루가 지난 뒤에야 이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여야가 예산안을 합의하면 역대 청와대는 관례적으로 국회를 존중하는 입장을 보인 것과는 다르다.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짠 예산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이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김 첫 예산안이다. 하지만 여야의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합의로 정부의 감세와 민간의 투자라는 선순환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부터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보다 낮은 1.7%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예산안을 마련한 기획재정부도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으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왔는데 사실상 반쪽 인하에 그치면서 경제정책 전반을 끌고 나가는 힘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과 세제가 전부 국회에 막혀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며 “내년 경기 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질 경우 대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예산 합의안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포인트 낮추는 데 그친 법인세 합의를 두고 “법인세 인하는 몇몇 대주주를 위한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근로자와 소액주주, 협력 업체들에 두루 혜택이 가는 것이고, 기업의 투자를 견인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도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면제하는 것은 오히려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모두 부자 감세라는 이념 논리로 무산됐고 결국 힘없는 서민들과 약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비상한 각오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서 여력을 다 쏟아야겠지만 지금의 예산과 관련된 세법개정안들은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철학인 민간 주도 성장이 아닌 공공 주도에 가까운 이재명표 예산안을 따냈다.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지점이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분류된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으로 3525억 원이 편성됐다. 민주당이 주장했던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 융자 사업 등 확대 예산은 6600억 원 증액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지만 일각에서는 압도적인 의석수 차이에도 파국을 막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 대통령도 합의를 위한 원내지도부의 노력에는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합의 후 여당에 ‘수고했다’고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민생이 어렵고 대외 신인도 우려도 불가피해서 합의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면서도 “(다만) 내년에는 경기가 어려울 것이 분명해 경제 활성화를 추진했으나 다수당의 횡포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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