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저는 그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3일 행정안전부와 용산구청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이어갔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안부 현장조사에 출석한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대해 사전 대비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특위 위원들의 지적에 "저는 그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장관은 이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현장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지난 10월 5일 행안부에서 '가을 단풍철 관광객 급증 선제 관리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도 주지의 사실이었는데 방역 인파 관리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권 의원은 "전혀 몰랐나?"라고 되물으며 "몰랐다고 면피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추궁했다. 이 장관은 "변명 같지만 전국에서 일어난 집회를 파악하기엔 현실적으로…(어렵다)"라며 "'면피'하고 전혀 다르다. 인식 문제를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여당 위원들은 이 장관에 대한 간접 엄호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최근 경기 화성 뱃놀이 축제에 8만 7000명이 모였는데 보고받았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못 받았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재차 "1차적으로 (지역 축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면 되나"라고 했고, 이 장관은 "지자체(에서) 보고받지 않고, 보고받는다고 해도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野 '현장 도착 늦어' 지적에 李 "입는 복장 그대로 갈 수 없지 않나"
야당 의원들로부터는 참사 당일 대응과 관련해 이 장관이 '늑장 대응'을 했다는 취지의 질의가 나왔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압구정동에 있는 이 장관의 자택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까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에 대해 "왜 1시간 30분이 걸렸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상황 파악하느라 그랬다. 계속 전화가 왔다"며 "제가 (참사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입는 복장 그대로 나갈 수 없지 않나. 최대한 빨리 갔다"고 답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참사 당일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4시간 15분 뒤인 2시 30분경에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진 건 대응이 늦은 게 아니냐는 점을 따져물었고, 이 장관은 이에 "이태원 참사와 같이 이례적으로 발생한 사고 수습과 관련해 중대본(구성)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고 직후에는) 소방서장이 현장 지휘하면서 응급조치하는 게 중요하지 중대본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대본이 하는 일은 사망자 확인, 보상, 추모공간 마련, 이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가 재난관리 컨트롤 타워가 대통령실인지 행정안전부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이 장관의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미숙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건영 의원이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가 어디인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정립된 개념이 아니어서 일단 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행안부 장관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은 "전임 정부에서는 청와대로 봤는데 이 정부는 행안부 장관이라고 한다"고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이 뒤를 이어 "이 장관은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가 행안부 장관이라고 했는데 '국가위기기본관리기본지침'에는 대통령실로 돼 있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진선미 의원도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읽어본 적은 있나. 참사 전에는 못 읽었다 하더라도 참사 이후에라도 읽어봤나"라고 이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 장관의 답은 "전문은 못 읽어봤다"는 것이었다.
이 장관의 참사 뒤 대처에 대해 진 의원은 "스스로 재난 컨트롤타워라고 이야기했는데 유족들 몇 번 만났나"라고 물었고, 이 장관은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유족들이 만나는데 부담을 느껴서…"라고 답해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됐는데 그 이후 사의를 표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없다"고 답했다.
與 '긴급 보고체계 더딘 작동, 이유는 문재인 정부'
여당 의원들은 참사 발생 뒤 정부 보고 체계가 더디게 작동한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원래 2단계였던 크로샷(해안부 및 관계 기관 상황 공유용 긴급문자) 전파 체계가 문재인 정부 때 4단계로 복잡해졌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이태원 참사 당시 행안부의 '재난상황전파체계'에는 상황담당관이 재난 규모 및 소방대응 단계 등을 고려해 상황을 1~4단계로 파악하고 1단계는 소관 국·과장, 2단계는 소관 실장과 장·차관 비서실 등, 3단계는 장·차관과 과장급 이상 간부, 4단계는 장·차관 직접보고로 크로샷을 보내게 돼 있었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소방청에서 장관에게 보고될 때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크로샷이) 4단계를 거치는 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언제 만들어졌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21년 하반기로 안다"며 "전임 장관 때 만들어진 거 같다. 전해철 장관 때"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이태원 참사 뒤인 지난 11월 크로샷 전파 체계가 2단계로 단순화된 점을 언급하며 변경 이유를 묻자 "지난 정부에서 4단계로 만들었던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났다"며 "그래서 지금은 초기 대응으로 진화될만 한 단계, 신중하게 갈 단계, (이렇게) 두 개로 나누고 장·차관에게는 현장 지휘관 판단 하에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초기 행안부 보고 지연의 책임은 소방청에 있다는 취지의 질의도 나왔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소방청 상황실로부터 최초로 행안부에 (참사가) 보고된 게 22시 48분이라고 돼있다. (참사는) 22시 15분에 발생했는데 늦게 보고된 이유가 뭔가"라고 불었다. 이 장관은 "최초로 소방청에서 보고했을 거 같은데 현장을 파악해서 소방청에서 그렇게 보고한 게 아닐까 싶다.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박형수 의원이 "소방 1단계가 22시 46분에 발령됐다. 대응이 늦어서 행안부 보고가 늦게 된 건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그렇게 생각한다. 현장 지휘관 판단이었기 때문에 왜 그랬는지(1단계 발령까지 30여 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날 용산구청에서 진행된 이태원 국조특위 현장조사에 코로나 확진을 이유로 불참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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