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패트리엇 낡은 무기”···젤렌스키 방미 성과 폄하

박용하 기자 2022. 12. 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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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금지한 ‘전쟁’ 표현 사용에
반정부 인사들 수사요청 등 격분
벨라루스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방보안국 기념일을 맞은 1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다음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주요 인사들이 방미 성과와 의미를 폄하하며 집중 견제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금지시킨 ‘전쟁’이란 용어를 스스로 사용해 러시아 내부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국무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방문으로 얻은 성과의 의미를 일축했다. 그는 “(미국이 지원하기로 한) 패트리엇 미사일은 꽤 낡은 무기로, 러시아의 S-300 시스템처럼 작동하지 못한다”며 “언제든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그들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라”며 “우리는 그것들도 파괴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적대 행위의 심화는 불필요한 손실로 이어진다”며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여론 악화에 대응하며 미국의 지원을 받아 장기전을 준비하는 우크라이나를 견제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협상을 자제한 것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였다”며 “모든 갈등은 외교적으로 끝나야 하며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를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전쟁이 길어진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돌리려는 의도다.

푸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실언으로 보이는 언급도 내놨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군사적 분쟁의 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특별군사작전’ 대신 전쟁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단지 작전으로 정의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 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3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우크라이나전을 전쟁이라 부르는 것을 법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반정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인 게오르기 알부로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의원인) 알렉세이 고리노프는 지역 의회에서 전쟁을 전쟁이라 불렀다는 이유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며 “고리노프를 석방하든지 아니면 푸틴 대통령을 7년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반체제 인사들은 당국에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른 러시아 정부 인사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미국을 향해 ‘직접 대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견제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다르치예프 외교부 북미국장은 “상황이 직접대결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면 미국이 충분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외교관계 단절이 현실화할 것이며, 여러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주재 러시아대사도 “할리우드 스타일로 이뤄진 우크라이나 정권 수뇌의 방미는 러시아와의 대결을 원치 않는다고 한 미국 정부의 발언이 공허한 소리였음을 확인해 줬다”고 비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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