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 없나요" 브렉시트 여파에 英 식당·펍 구인난
요식업 일자리 11% 공석…경제난 가중에 "브렉시트 후회"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의 여파로 영국 내 식당들이 심각한 구인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웨이터와 요리사, 바텐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출신 인력이 브렉시트 이후 해외로 빠져나간 탓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영국 요식업계에서 공석인 일자리는 약 11%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경제에서 4% 정도의 일자리가 공석인 것이 비하면 큰 수치다.
직원들을 구하지 못하면서 런던의 식당들은 영업시간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에 철도 파업까지 겹치면서 고충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런던에서 이탈리아 식당 3곳을 운영하는 조던 프리다 씨는 최근 구인난에 대해 "코로나19나 에너지 위기보다 훨씬 더 안 좋다"면서 "식당을 차린 이후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원 충원이 어려워지면서 그는 식당을 여는 시간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늦추고 요리사의 2교대 근무를 1교대 근무로 바꿨다.
그러나 인건비가 10% 정도 오르면서 음식 가격을 올려야 했고 이제는 장기적으로 식당의 미래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프리다 씨는 "브렉시트는 경제적, 문화적은 물론 개인적으로나 다른 모든 면에서 재앙"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 최근 수개월 간 영국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브렉시트 결정을 후회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대다수의 영국인이 EU 탈퇴에 찬성한 투표가 실수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가 하면 영국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사의 과반이 영국 해협을 넘어 교역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생산성 정체와 같은 경제난 중 일부는 브렉시트를 결정하기 전부터 시작됐고, 인플레이션도 영국만 겪는 현상은 아니다.
특히 지난 6월 현재 기준으로 과거 1년간 50만4천명의 순유입을 기록한 이주자 통계는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들과 홍콩에서 온 영국 여권 소지자들로 순유입 이주자가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을 뿐, 실제 EU 회원국으로 한정하면 같은 기간 영국에서는 5만1천 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이 식당 종업원과 같은 저숙련 노동자들로, 이들이 떠난 자리를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고숙련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과거 자유로웠던 EU 회원국 국적자들의 영국 취업이 비자 취득 절차를 거치도록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조너선 포츠 경제·공공정책 교수는 "노동력 부족은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시스템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애초 영국 정부의 목표는 자국민 노동자들을 위한 취업 기회를 늘리고 더 높은 생산성과 임금, 교육훈련 등 효과를 이끌어내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종업원을 구하지 못한 식당들이 단순히 고용이나 영업시간을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가능성만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식당 및 맥주·주점(펍) 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미 식당의 40%가 영업시간을 줄였고, 내년 초에는 식당과 펍, 호텔의 ⅓이 파산이나 폐업에 직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연휴는 흔히 식당과 펍으로서는 매출을 평소보다 많이 올릴 수 있는 '연말 보너스'와 같은 기간이다.
그러나 올해는 외식을 꺼리게 할 정도로 늘어난 생계비 위기와 각종 연말 파티의 취소를 불러온 철도 노조 파업의 '이중고'로 우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맥주·펍 협회의 앤디 티헤 전략정책국장은 "올해 연말에는 식당과 펍에 상당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철도 파업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라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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