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부담느껴 못 만났다"던 이상민, 현장조사 온 유족에 말없이 퇴장

23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행정안전부 현장조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이 회의를 마치고 나갈 때 유가족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행안부 현장조사에서 "유족들이 부담을 느껴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정작 현장조사에 참여했던 유족들에겐 인사도 건네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행안부 현장조사에서 '유족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다치신 분들은 여러 번 뵀는데, 사망자 유족들은 몇 차례 (만남을) 시도했으나 유족이 부담을 느껴 못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회의가 끝나고 퇴장하며 여야 의원들과는 악수와 인사를 나눴지만, 바로 옆에 있던 유족들에게는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이에 유족들은 "여기 사람 있는데 눈길도 안 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장관의 태도에 대해서도 "입만 열면 '모른다' 소리가 자연스러우시냐. 저런 말 하려고 나온거냐"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참사 책임을 물어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 있냐는 질문에 "따로 없다"고 답했다. 이어 '주변에서 사의를 표명하라고 요청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따로 없다"고 단답하며 유족들의 비난을 샀다.

23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행정안전부 현장조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회의를 마치고 나갈 때 유가족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사고 발생으로부터 4시간 넘게 지나 가동된 것에 대한 지적에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처럼 일회성으로 발생해 이미 재난이 종료된 상황에서 중대본 가동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장 지휘관 활동과 응급조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일 이태원에 방역 관리 인력이라도 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사실 저는 이태원에 그런 게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다"며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집회를 파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모른다"는 등 회피성 대답을 주로 했으나, 여당 의원들의 이 장관보다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질의할 때는 적극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은 여당 의원의 '신설된 경찰국에 치안 업무가 있느냐'는 물음에 "전혀 없다"고 했고, '행안장관에게 치안 책임이 있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 소방청은 인사권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같은 의원이 '재난안전법상 다중밀집 인파사고에 대해 행안장관이 예방하고 지휘하게 돼 있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재난안전법상 그렇게 안 돼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재난 당시 긴급문자가 4단계에서야 행안부 장관에게 전달되는 체계에 대해서는 "원래는 단계가 없었는데, 지난 정부에서 이걸 4단계로 만들었다. 그 문제점이 이번에 확연히 드러났다"며 "지금은 2단계로 나누고, 현장판단 하에 장관에게는 언제든지 직접 보고할 수 있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